"나를 무시해" 토치 방화범(강릉 옥계 산불 용의자) 구속

2022-03-07 11:43:34 게재

울진·주암산 산불 원인도 조사

경찰, 불난 새 빈집털이범 검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조혜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60대 이모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토치 등으로 자택과 빈집에 불을 질러 인근 산림으로 옮겨붙게 내버려 둠으로써 강릉 옥계 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 "토치로 불을 지르고 다닌다"는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긴급체포됐다. 당시 이씨는 토치와 도끼, 부탄가스 등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주민들이 수년간 나를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방화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범행 당일 산불 대피 중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80대 여성의 아들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이곳에서 30년가량 살았으며, 이씨는 5년 전 서울에서 강릉으로 내려와 어머니와 함께 지냈으나 주민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었다. 이씨의 범행으로 인해 난 산불은 산림 500㏊와 건물 수십 채를 잿더미로 만들며 7일 현재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서도 산림당국이 화재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산림당국은 국립산림과학원 등 관련 전문가들이 산불 발생 당일인 4일 오후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을 찾아 1차 조사를 끝냈다고 전했다. 해당 지점은 주민 신고가 들어온 마을 인근으로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이다.

산림당국은 인근 송이산 입구에 설치된 사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토대로 운전자에 의한 담뱃불 등이 화재 원인이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도 산림당국과 지자체의 산불 원인 조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계획이다. 경찰 등은 해당 지점이 한적한 도로여서 산불 발생 시각을 전후한 시점에 도로를 오간 차량은 10대가 채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달성군 주암산 산불도 수사 착수 = 경찰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 주암산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지난달 26일 밤 가창면 용계리에서 발생한 산불과 지난 5일 오리에서 난 산불의 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산불이 오래가는 가운데 또 산불이 나 발생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산림 당국이 조사 중이지만 경찰에서도 방화, 자연 발화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분쯤 용계리 주암산에서 난 불은 진화와 재발화를 거듭하며 산림 약 11㏊를 태운 채 10일째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7시 15분 쯤에는 용계리 발화 지점에서 1.5㎞ 떨어진 같은 산의 반대쪽 오리에서도 불이 났다.

현재 울진·삼척을 포함해 영월, 강릉, 대구 달성 등에서 산불이 나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울진에서는 자원봉사를 왔다며 대피한 빈집을 돌아다니며 털려던 40대 여성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은 "산불 피해지역의 혼란을 이용한 이 같은 범죄를 사회적 신뢰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보고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기화하는 산불로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주민이 범죄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민이 요청하는 우범지역에 먼저 순찰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해 현장 교통통제와 주민대피 안내, 잔불 진화 등을 지원하고 해당 시도경찰청 수사과장을 중심으로 피해자보호팀을 구성해 이재민 대상 심리상담과 응급 용품 지원 등 보호 활동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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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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