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민주당" … '대선 패배 책임론' 다시 수면 위로

2022-04-05 11:29:50 게재

지난해 4.7 재보궐 이어 대선 패배 분석·쇄신도 "지방선거 이후로"

이재명계 주도 지방선거 지휘, 이낙연계 등 계파 경쟁으로 번져

"지방선거 승리 뒷전, 당권 경쟁만" … '리더십 부재의 시대'로

3.9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반성과 책임, 쇄신을 뒤로 미뤄준 채 지방선거로 직행하고 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와 같은 경로다. 172석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여당'의 자신감과 함께 0.73%p차이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졌잘싸'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대선을 지휘한 송영길(서울시장후보)-윤호중(비대위원장) 주도로 지방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발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이재명계가 잡고 서울시장후보와 경기도지사 후보의 밑그림 역시 친이재명계에서 그렸다는 지적으로 이어지면서 이낙연계, 정세균계, 친문계 등이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승패가 아니라 당내 권력 장악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상 '리더십 부재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4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은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정치에서 대의명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송영길 논란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며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후보 차출론에 대한 우상호, 김민석 의원의 강도 높은 비판을 환기시켰다. 박 의원은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난 지 20일 만에 다시 당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나오는 경우를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도 민감하게 봐야 될 문제"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이 지금 제대로 반성하고 혁신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뺏긴 엄청난 실패, 중상을 입었는데 그만큼 아파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떤 패배에 대한 반성문을 제대로 쓰고 있느냐"며 "우리가 바라봐야 될 시점을 확대하고 깊이 들여다봐야 될 시점이다. 안 그러면 또 패배하고 또 지지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이럴 수밖에 없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게 대선 패배한 정당의 모습이냐" = 같은 날 조응천 비대위원장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탄핵으로 물러난 세력한테 5년 만에 정권을 내눴다, 정말 비호감 최약체 상대후보한테"라며 "정권심판론을 넘어서지 못한 원인분석, 거기에 대한 반성 이런 것들이 먼저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대선 패배 후 20일 동안 기억나는 단어가 뭐가 있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아무도 책임 안 지고 윤호중은 안 된다고 하면서 1600만 표 몰아준 지지자들 위해서 우리 대통령 임기 내에 검언개혁 완수하자, 이게 대선 패배한 정당의 모습이냐"고 했다. "(대선 패배 이후) 20일 이상 지났는데 FGI도 벌써 돌렸어야 되고"라며 "강성당원들이 계속 문자폭탄이라든가 집회 이런 걸 통해서 대선 이전에 했던 것과 비슷하게 지금 계속 이 정부 임기 내에 개혁입법 완수해라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비대위원 수락의 변에서 "작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오만과 무능 그리고 내로남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음에도 저희들은 반성하지 않았고 반성이 없었으니 쇄신은 더더욱 없었다"며 "탄핵으로 물러난 세력에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지금껏 하지 못한 처절한 반성을 통한 근본적 쇄신만이 다시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당내 토론 부재, 강경 지지층에 휘둘려" = 윤호중 비대위는 대선패배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뒤로 미뤄뒀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이유를 정밀분석하는) 백서작업은 진행 중이고 곧 평가기구를 만들어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평가기구는) 당내외 인사들이 다 참여를 할 것이고 외부에 여론조사 기관이나 이런 데 조사를 통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당대표 선출까지) 5개월 정도 남아 있지 않느냐. 이 기간 중에 당을 혁신할 또 개혁할 부분이 있으면 그것은 전당대회 논의를 통해서 반영할 생각"이라며 "대선평가 작업에 들어가서 지방선거 결과까지도 종합적으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평가작업이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민주당 모 중진 의원은 "윤 비대위원장의 정통성에 흠이 있고 당내에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데다 강경 지지층에 휘둘리고 계파간의 이익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등 당의 리더십 부재 속으로 들어갔다"면서 "민주당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일부 팬덤의 목소리만을 대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하기 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려고만 한다"면서 "당내에서 이를 조율하고 끌고갈 리더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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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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