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제청권' 받은 한덕수 … '윤석열표 책임총리' 시험대

2022-04-05 11:40:06 게재

'샌드위치 회동' 전날 인선안 받고 사전검토 … "사실상 선택권"

"임기 내 일관된 추진" … "국정운영 성과 못 보여주면 과거회귀"

실질적 제청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밝혀 온 '책임총리제'의 알맹이다. 대선기간 대통령에게 집중되던 권한을 내각과 나누겠다는 구상을 꾸준히 밝혀온 윤 당선인 측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의 회동 과정까지 상세히 공개하는 등 한 후보자에게 인사권에 준하는 제청권을 부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박빙승부로 끝난 대선, 낮은 국정기대와 '정치 초보' 딱지 속에서 '윤석열표 책임총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책임총리 기조가 임기동안 일관되게 이어질지 관심이다.

기획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한 윤석열 당선인│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총리, '제도' 아닌 '의지' =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5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나름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약속은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이야기했지만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윤 당선인은) 책임총리를 신질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해 소신있고 결과를 책임질 줄 아는 장관·총리가 있는 내각으로 새 정부를 출범시켜나가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책임총리를 '제도'가 아닌 '의지'로 접근한 시각이다.

한덕수 후보자의 지명과정에서도 진정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달 1일 장제원 비서실장을 한 후보자에게 보내 장관 인선안 전체를 전달하고 미리 검토할 시간을 줬다. 이튿날 이른바 3시간가량 걸렸다는 '샌드위치 회동'에서는 한 후보자가 사전 검토한 인선안을 토대로 윤 후보자와 논의를 나눴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4일 오후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실을 공개하며 "그래야 (회동) 당일날 당선인과 총리 후보가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본인이 이 안에 대해서 생각하고 당선인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실장은 "임명될 총리랑 내각 구성을 이렇게 3시간 이상 논의한 적이 (역대 정권에서) 없었다고 한다"면서 "(총리 후보자가) 실질적 제청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사 추천권은 주되 검증은 다른 팀에서 하고 장관은 차관, 총리는 장관에 대한 추천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책임총리"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선인측 관계자는 5일 "추천권, 제청권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총리·장관 후보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4일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기가 같이 일할 사람 고르라고 하면 자기가 잘 되기 위해서도 실력 없는 사람을 뽑겠느냐"라며 책임총리·장관제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대통령비서실장도 총리와 호흡? = 이에 따라 새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장 인선도 책임총리에 초점을 맞춰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윤 당선인측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차기 정부에서는 '실무형' 대통령 비서실장이 필요할 수 있다"며 "총리의 통솔권 밖에 있는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전문가' 비서실장 가능성에 대해 "이미 총리가 경제와 안보의 거중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경제통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책임총리'를 내세우는 것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리한 여론지형에 놓인 윤 당선인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빙 승부로 끝난 대선 후유증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좀체 아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정부의 책임총리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당장 '한덕수 책임총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치 초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윤 당선인의 '용인술'에 대한 평가로 직결되는 문제다. 한 후보자는 연일 '재정건전성'을 중요시하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윤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른바 '마른수건 짜기'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5일 "책임총리를 하든 제왕적 대통령제를 하든 평가는 결국 결과론"이라며 "책임총리를 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과거로 회귀하면서 윤 당선인의 입지가 전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권에 안정감이 생길 경우에는 대통령의 '변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정치권의 한 평론가는 5일 "최악의 상황은 윤 당선인이 '어, 내가 해도 되겠다'는 어설픈 자신감으로 국정 그립을 섣부르게 잡으려 할 때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책임총리제를 임기동안 일관되게 이어간다는 게 당선인 의지"라며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 여당에 '협치' 의지 피력 = 한편 한 후보자는 4일 더불어민주당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협치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자와 통화한 한 중진 의원은 4일 언론통화에서 "안부를 전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진정하게 소통하고 협치를 잘 해보자며 쉽지 않다고 하지만 노력하면 못할 것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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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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