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누가 돌보나 잠 못 이뤄"
돌봄 사회적 여건 부족
관련법도 실효성 의문
발달장애로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봉자씨(57)의 아들이 어느덧 삼십대가 됐다. 나이가 들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고 있는 아들에게 고씨는 하루 종일 단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아들과 외출이라도 하려면 고씨는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양치와 세수, 옷 입기, 엘리베이터 타기, 차에 타고 내리기까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고씨 가족은 여행도, 취미도 포기하고 웃음과 즐거움도 남들 이야기처럼 여긴 채 30년을 살아왔다.
2일 내일신문과 만난 고씨는 이제는 아들을 돌보는 게 힘에 부침을 느낀다고 한다. 아들은 어느덧 키 177cm에 몸무게 60kg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랐다. 반면, 자신은 장년기를 지나 하루하루 체력이 떨어지는 노년기를 향하고 있다. 더욱이 고씨는 10여년 전부터 무거운 덩어리 하나가 등을 누르는 듯한 통증에 시달린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항상 등이 쑤시고 뜨끈뜨끈한 느낌에 힘들다. 물리치료 도수치료도 받아봤지만 효과는 잠시다. 자신보다 훨씬 큰 아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다 보니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매일 파스로 버틴다.
고씨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자식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면 가족이 짊어진 돌봄의 무게를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발달장애인 본인은 물론 가족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노후 생계를 생각하면 부모들 대부분이 막막할 뿐이다.
고씨는 "내가 아이를 돌봤는데 내가 없으면 누가 봐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우리 부부가 아프지 말고 아이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이 계속되는 이유는 어쨌든 돌봄이 힘들기 때문"이라며 "우리 부모에게도 쉼이 필요한데 학교를 보내고도 무슨 일이 생길까 긴장하다 보면 그럴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대부분의 고민이다. 장애인가족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한 국내와 달리 선진국들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들이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될 경우 어떤 지원정책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요구가 커지자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를 열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의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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