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장애인가족도 지원 대상 포함
사회·경제적 고립 막기 위한 정책 다양
장애인가족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한 국내와 달리 선진국들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들이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될 경우 어떤 지원정책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고위험 장애인가족 지원방안 연구' 결과 등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장애인 지원에 그 가족을 포함하는 장애인가족 지원 정책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국은 이를 위해 장애인가족이나 가족돌봄자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를 마련해 운영한다. 영국은 1989년 아동법에 따라 장애인이 있는 가족은 지역의회에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 서비스 지원이나 지원금 직접지급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장애생활수당, 아동세금공제 등을 추가로 제공받을 수 있다. 호주의 경우 가족돌봄자가 위기 상황에 부딪히기 전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Carer Gateway'라는 기관을 운영한다. 이 기관은 가족돌봄자가 일상적인 문제를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애인가족에 대한 조기개입을 중요시하는 미국은 만 36개월 미만의 아동이 신체, 인지, 의사소통, 사회-정서, 적응 등 5가지 발달 영역에서 하나 이상의 영역에서 30%이상의 지연이 있거나, 그 외에 의학적 진단을 받은 경우 가족 교육, 상담 및 가정 방문 등 아동 및 가족 연계 프로그램과 생애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진국들의 장애인가족 지원은 가족형태와 여건을 고려해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에서는 공통적으로 장애자녀를 두고 있는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SPSAS'는 장애자녀를 두고 있는 한부모 가족을 위해 가정법 등 법률 자문, 주거 상담, 일자리 상담, 정신 건강 지원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돌보기 어려울 경우에 위탁가정보다는 가까운 조부모나 친족의 돌봄이 아동의 정신적 안정과 성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 조부모나 친족의 아동양육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는 가족해체나 별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부모 부자 가정이나 한부모 모자 가정을 위해 가족갈등, 별거·이혼, 양육, 가정폭력, 자살 예방 등 관련 상담서비스와 1:1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Grandparents for Grandchildren'(GFGSA) 서비스를 통해 손자·손녀를 돌보는 조부모와 친족을 지원한다.
또한 이들 국가의 위기가구 지원체계는 보편적인 대상자에서 선별적인 대상자로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임신·영유아기 방문프로그램(MIECVP)과 호주의 임신·조기 아동기 지속 가정방문 프로그램(MECSH)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프로그램은 임산부와 0~5세 영유아를 둔 부모, 조부모, 보호자를 보편적인 대상으로 삼고 가정방문을 통해 건강상태, 장애발생 잠재군, 아동학대 및 방임 등을 확인해 위험군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전문적인 개입이 이뤄진다.
선진국들의 장애인가족 지원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사회 주민을 주축으로 한 위기가족에 대한 지원체계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안부확인에 그치지 않고 이들 가족이 인적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일종의 지역 내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인 영국의 'Visiting/Befriending Services'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정신질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인 방문이나 전화 통화, 자조모임 등을 통해 고립 위기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안내하는 통로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YANA Program'을 통해 경찰, 자치단체, 자원봉사자가 함께 지역 노인과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전화로 그들의 자립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연락이 두절되는 등 긴급상황에 대비한 위기대응체계도 갖추고 있다. 호주에서도 'Community Visitors Scheme'(CVS)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이나 가족을 자원봉사자와 일대일로 연결한다. 자원봉사자들은 2주에 1회 1시간 이상, 1년에 최소 20회 이상 가정을 방문해 정기적인 만남을 통한 관계를 맺고 사회적 자원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즉, 단순 가정방문을 넘어서 장기적인 인적관계망 형성,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지원체계와 연계까지 포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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