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전기료 급등에 절망하는 소상공인

"먹고 살게는 해줘야"… 소상공인 절반 "30% 이상 올라"

2023-02-22 10:51:14 게재

코로나 대유행에 이은 에너지비용 증가로 고통

숙박업 "소등했는데도 전기료 30% 더 나와"

에너지 취약계층에 영세 소상공인 포함 요구

"미용실 운영한지 36년째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난방비를 갑자기 올리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은파(60)씨. 아침마다 미용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미용실 난방기 틀기가 두렵다. 2월 난방비가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40%나 더 나왔다.


25평 미용실은 그의 즐거운 일터였다. 지금은 계륵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던 2년간 거의 매출이 없었다. 임대료는 매년 5%씩 올랐고 인건비도 상승했다. 손해를 감당할 수 없어 2~3명이던 직원을 내보냈다. 미용요금을 올렸지만 인건비는 고사하고 간신히 임대료만 낸다.

일상이 회복된 후 미용실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70% 정도까지 올랐다. 조금만 버티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난방비와 전기료 급등은 다시 유씨에게 절망을 안겼다. 폐업을 고민했지만 금융거래 때문에 쉽지 않다.

서울 종로구 식당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18만~20만원이던 가스비가 최근 30만원이 훌쩍 넘었다. 전기요금도 30만원 수준에서 50만원에 육박한다. 식당을 운영할수록 손해인 셈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순댓국 식당도 지난해 22만원대였던 가스요금이 38만원으로 70% 이상 올랐다.

정부가 원망스럽다. 그는 "가스를 해외에서 수입하니 인상이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그래도 소상공인들이 먹고 살 수 있게는 해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토로했다.

◆손님 없어도 난방 틀어야 = 전기료와 난방비가 급등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지친 소상공인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전기요금은 1년 전과 비교해 kwh당 총 32.4원(30%) 상승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2022년 4차례에 걸쳐 영업용1이 37.1%, 영업용2가 39.8% 올랐다. 당연히 소상공인 부담은 매우 커졌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오세희)의 2월 '난방비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난방비가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오른 경우는 51.6%로 나타났다. 이중 2배 이상 인상됐다는 응답도 6.4%에 달했다.

난방비 대책으로 '난방시간과 온도제한'(40.8%) '별다른 대안 없음'(35.8%)이 1, 2위를 차지했다. 휴폐업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8.1%에 달했다.

소상공인들은 21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모여 난방비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덕현씨는 "지난달 평소 30만~35만원 나오던 가스요금이 두배가 넘는 75만원이 청구됐다"고 밝혔다.

유씨는 "고객은 덥거나 추우면 그냥 나가버리고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는다"며 "항상 손님을 맞을 준비를 위해 손님이 있든 없든 난방을 틀어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료 인상은 난방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소상공인 대부분은 전기보일러나 전기 냉·온풍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숙박업을 하는 윤상미씨도 "기존에는 각 층에 불을 10개씩 켰다면 최근에는 5개로 줄였는데도 전기세가 30% 이상 올랐다"며 황당해 했다. 윤씨는 "노력을 해서 전기를 아꼈으면 요금도 줄어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보장 체계 갖춰야 =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소상공인의 난방비 부담이 매우 커졌으나 이에 대한 정부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오세희 회장은 "에너지비용 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가격에 반영돼 물가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가격상승에 따른 매출감소는 경제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에 △한계 소상공인의 에너지 취약계층 포함 법제화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통해 냉난방비 부담 완화 △에너지비용 관련 소상공인 전용 보험상품 마련 등을 주문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10조8000억원 규모의 전기세를 감면했다. 스페인은 전기요금 부가가치세를 10%로 인하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는 7월부터, 가스는 12월부터 요금분할 납부를 시행한다는 발표를 했다. 연합회는 "납부유예나 분할납부는 임기응변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위기상황에서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합회는 "에너지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도 소상공인에게는 재난"이라며 "전기세와 가스비 급등 상황에 대비한 사회보험 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풍수해보험을 통해 자연재난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대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사후약방문이 아닌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지금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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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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