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내일신문 공동기획 | 2023 자율주행 모빌리티캠프

자율주행차 저변확대·진로탐색 두마리토끼 잡는다

2023-08-11 11:34:28 게재

수도권 10개 고교 참여 … 자율주행차·모빌리티 기본원리 익히고 코딩실습하며 모형차 직접 운전


의과대학이 고등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한 지 오래다. 수험생들이 대학 지원에 참고하는 대입 배치표 맨 윗자리는 지방대학 의대까지 모두 채우고 나서야 공대 주요 학과들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수인재의 특정 분야 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기본은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다.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체험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고임금과 안정성이라는 가치에 대응해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탐색해보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8~9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열린 '2023 자율주행 모빌리티 캠프'는 각별한 행사였다. '최상위권은 당연히 의대'라는 고교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주최하고 내일신문과 서울대 미래모빌리티센터가 주관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다.

레이스 마지막 정문 통과를 앞두고 환호와 탄식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 이의종


"출발하겠습니다.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아직 차선이탈 없이 네번째 코너를 돌고 있습니다. 마지막 관문인 정문을 무사히 통과하면 상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가 서울대 정문의 '샤' 모양을 본떠 만든 조형물을 충돌 없이 통과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2023 자율주행 모빌리티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학교별 자율주행 모빌리티 대회가 열린 9일 사회자가 마치 캐스터처럼 중간중간 중계 멘트를 곁들이자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이번 캠프는 학교별로 자동차분야에 관심있는 우수학생을 선발해 자율주행 자동차 원리를 이해하고 코딩실습 과정을 집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1박 2일 해커톤 형식으로 진행됐다.

9일 진행된 '2023 자율주행 모빌리티 캠프' 참여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캠프에 참여한 고교는 미림여고 배재고 선덕고 세화여고 신도림고 안산동산고 염광고 재현고 풍문고 화수고 등 10곳이다.

김재민 선덕고 2학년 학생은 "자동차 분야에서 활용되는 전산유체에 관심이 많아 참여했다"며 "현재 기계공학 전공을 희망하는데 자율주행차 실습이 진로탐색에 도움이 돼 뜻깊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모빌리티산업, 선택 아닌 필수 = 최근 모빌리티 산업은 이동수단을 뛰어넘어 삶의 편리성을 높이는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재완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부센터장은 "모빌리티 산업의 대표주자인 자율주행차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도 이동권을 제공한다"며 "4차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인공지능까지 적용되면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3 자율주행 모빌리티 대회 진행 장면. 사진 이의종


이어 "모빌리티가 핵심인 미래사회에서는 첨단기술 분야를 담당할 인재인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빌리티산업에 대한 이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가 된 셈이다.

캠프 첫날 한상명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부센터장은 '스마트 모빌리티의 미래와 전망'이라는 특강을 통해 모빌리티 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후 학생들은 모형자동차의 기본적인 작동방법을 배우고 코딩실습 수업에 참여했다.

변수값을 조정하며 대회 준비를 하고 있는 세화여고 학생들. 사진 이의종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캠프에 참가한 염광고 2학년 한상진 학생은 "학교에서 '수학1' '수학2' '물리학1'을 배우고 와서 그런지 올해에는 극한값 가속도 속력 등의 개념이 훨씬 쉽게 느껴진다"고 말하며 캠프 둘째 날 열릴 대회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자율주행차 실습에 맞춘 교육과정 = 캠프는 고교생 수준에서 자율주행 분야를 가깝게 접해볼 수 있도록 이론과 체험요소를 담아 실습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어렵고 복잡한 이론수업은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직접 자율주행차를 작동시킬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다.

실습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캠프와 달리 퀄리티가 높아 놀랐다", "코딩 교육 때 파이썬 프로그램을 접해 본 경험이 없어 살짝 당황했지만 수업을 쫓아가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자동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 동기 부여가 됐다" 는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캠프 기간 동안 서울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5명이 학교별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의 모둠 활동을 도왔다.

학생들은 대회 준비를 하며 설계 변수값에 따라 모형 자동차 거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의깊게 지켜봤다.

김주환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연구원은 "실전에서는 속도가 빠른 것보다 차선을 이탈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자율주행자동차는 안전성에 중점을 두는 만큼 차선이탈 여부를 대회 주요 평가 요소로 본다"고 밝혔다. 대회 룰 역시 차선이탈 시 패널티를 부과했다. 따라서 최종 점수는 주행 시간에 패널티를 더해 산출했다.

◆첨단기술 경험한 유익한 시간= 캠프 둘째 날 학교별 자율주행 모빌리티 대회에서 대상은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펼친 서울 배재고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서울 재현고, 우수상은 서울 세화여고와 풍문고 학생들이 영예를 안았다.

이경호 한국자동차연구원 글로벌협력단 책임연구원은 "밤새도록 하라고 하면 했을 정도로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히 높아 놀라웠다"며 "자율주행 자동차산업의 저변 확대와 학생들의 진로 진학에 도움이 될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서미교 풍문고 2학년 학생은 "물리학을 좋아해 물리를 전공하고 싶지만 현실적 이유로 의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희망 전공을 무엇을 할지 계속 고민 중인데 물리학 공부가 어떤 내용인지 캠프를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대회를 끝으로 캠프 활동을 마무리한 학생들은 첨단 기술 산업인 모빌리티에 한발짝 다가선 것 같아 뿌듯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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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