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 22주년 기획 제조업이 국가경쟁력이다(하)

글로벌 강소기업 키워 성장엔진 불 붙여야

2015-10-21 10:57:34 게재

중소제조업 경쟁력 회복이 관건 … 동반성장 생태계 정착 절실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산중턱에 위치한 플라스틱 사출금형 업체 (주)유도. 유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유도(구 유도실업)는 플라스틱 사출금형의 핵심 부품인 '핫러너(hot runner)'라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사출 성형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17%. 글로벌 제조사 중 10% 넘는 곳은 유도가 유일하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70%다.


핫러너는 금속으로 만든 플라스틱 사출용 수지주입 장치로 금형 안에서 수지가 굳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적절한 열을 가해주는 게 핵심기술이다.

핫 러너는 금형에서 떼어낸 플라스틱 완제품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한 후가공이 필요 없어 자동차 범퍼나 휴대폰 케이스, 텔레비전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유영희 회장은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비결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꼽았다. 유도 직원 2700명의 10% 가량이 R&D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유 회장은 70세가 다 된 나이에도 연구개발은 직접 챙기고, 연구개발비에는 제한없이 투자한다.유도는 매출액 12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유 회장은 "한 분야의 전문기업으로 가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이끌어 갈 기업 출현 중단 =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려면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세계가 놀랄만한 성취를 이뤄낸 주력산업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성장이 정체됐다.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산업군과 기업 출현도 끊겼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노키아 몰락으로 핀란드 경제가 휘청 거렸던 상황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은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 육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기업 주도 성공 방정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 독일처럼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중소 제조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대기업의 1/3수준에 머물러 있고, 글로벌 기술수준은 2000년대 동안 세계 최 고수준의 75% 선에서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제조업 기반인 중소 제조기업들이 독일과 일본 수준을 능가하는 기반기술 및 네트워크를 갖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압축 고속성장 때 구축된 대기업 중심 수직계열화 방식과 문화는 중소→중견→전문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다.

이창희 서울대 교수는 저서 '축적의 시간'을 통해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을 수직계열화해 지나치게 통제해온 부분이 있다"며 "(중소기업이) 그 틀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세계시장에 나가야 하는데 대기업 통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정밀자동화기기가 즐비한 (주)유도의 화성공장. 사진 김형수 기자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세계시장서 호령 =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서울시 구로구 서울디지털단지 내에 있는 웰크론(회장 이영규)은 극세사 클리너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웰크론의 극세사 클리너는 병원이나 기업 등의 청소용품으로 쓰인다. 극세사는 섬유 직경이 1㎛(1000분의 1㎜) 이하인 섬유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극세사 클리너는 '세계일류상품'에 2001년부터 해마다 선정됐다.

웰크론은 극세사 기술을 적용해 목욕용품, 집먼지진드기의 서식과 이동을 차단하는 침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 2000억원대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등속조인트 윤활유 세계 1위. 국내 특수윤활유 분야 선두주자. 미국 GM 특수윤활유 테스트 1등. 친환경 그리스(Grease) 세계 4번째로 개발. 특수윤활유 전문제조기업 장암칼스(대표 구연찬)의 성적표이자 세계적 위상이다.

특수윤활유는 일반 윤활유 주입이 어려워 한번 주입하면 교체를 하지 않는 부분에 넣도록 개발된 말 그대로 '특수한' 윤활유를 가리킨다. 와이퍼, 사이드미러 등 작든 크든 모터가 들어가는 곳에는 모두 특수 윤활유가 들어간다.

장암칼스의 400여종 제품은 현대·기아차 등을 비롯 미국의 GM과 유럽의 크라이슬러, BMW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와 22여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해마다 2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기술연구소에 150억원 가량을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설비 90종 이상을 갖췄다.

2000년 설립된 제주반도체(대표 박성식)는 세계 저용량 반도체시장에서 점유율 10%로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시장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저용량 메모리 반도체는 대용량 저장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피쳐폰과 TV, 내비게이션 등 많은 전자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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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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