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기 기자의 낙동강편지 | ④ 1급수에서 2급수로 악화된 낙동강 상류

구미 낙동강 수질이 왜 2급수로 떨어졌을까요?

2015-11-26 10:58:08 게재

사대강사업 전까지는 구미 강정나루까지 연중 1급수 유지 … 모래톱 준설과 보 건설 후 1년 만에 2급수로 악화돼

상주보 담수로 강물의 정체가 시작되는 예천군-문경시 경계 영풍교 구간의 어두운 물빛. 대규모 준설로 모래톱이 사라지고 보 건설로 강물의 흐름이 약화되면서 낙동강 상류 수질은 매년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6km 상류에 있는 삼강주막까지 낙동강은 연평균수질 1급수(BOD 1.0ppm 이하)를 유지한다.


2개의 강이 만나는 곳은 많습니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태백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두물머리), 내린천과 인제 북천이 만나는 합강리, 조양강과 남동천이 만나서 동강(남한강 상류)이 되는 정선 가수리….

3개의 강이 만나는 곳은 매우 드뭅니다. 제가 알기론 우리나라에 두곳입니다.

한강수계에는 남한강과 원주 섬강, 여주 청미천이 만나는 삼합리(흥원창 일대)가, 낙동강 수계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삼강리(삼강주막 일대)가 있습니다.

1998년 처음 우리나라 주요하천들을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태백에서부터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는데 도로지도에서 세 강이 만나는 '삼강리'라는 지명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땐 내비게이션도 없었고 10만분의 1 도로지도가 유일한 길잡이였지요.

회룡포(원래 의성포였는데 사람들이 의성군에 의성포가 어디 있냐고 하도 물어서 회룡포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에서 삼강마을 건너편으로 논둑길 비슷한 곳을 돌고 돌아 찾아갔는데 건너가기엔 강물이 너무 깊더군요. 삼강교가 놓이기 전 얘기입니다.

하는 수 없이 문경 영순면으로 돌아 영풍교를 건너서 예천군 풍양면에서 삼강리를 찾아 들어갔지요. 어느덧 날은 저물고 아무 생각 없이 제방을 내려서는 순간 차가 그만 모래톱에 빠져버렸습니다.

일반 승용차를 끌고 다닐 때라 방법이 없었습니다. 안동에 있던 신문사 후배에게 연락하고 강변 모래톱에 텐트를 쳤습니다.

◆"이보게 총각,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 그때 삼강리 강변은 모래톱이 강폭의 2/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넓고 풍성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강으로 나가 세수를 하고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기웃거리는데 웬 할머니 한분이 "이보게 총각,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이러시는 겁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죠. 그런데 맛있게 다 먹고 났더니 할머니가 라면값을 달라는 겁니다. '아니 이런 시골 동네 인심이 이런가?' 의아해서 이것저것 여쭈었지요.

알고 보니 이곳이 낙동강에 마지막으로 남은 주막집이었습니다.

2000년 낙동강 취재 때 찍은 '백년주막' 모습. 가운데 서 있는 할머니가 2004년 88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유옥련씨.


2004년까지 삼강나루엔 '백년주막'이라는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집이 있었습니다. 2004년 88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유옥련 할머니가 50년 넘게 혼자 그 주막을 지키셨지요.

예전에 삼강나루는 경상도 남쪽에서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가던 나그네들과 강을 건너는 소들로 늘 북적였다고 합니다. 작부집도 3곳이나 있었다는데 경부선 철도가 놓인 뒤부터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나루도 사라졌습니다.

나루가 사라진 뒤에도 백년주막은 삼강리 마을 사람들 마실장소로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2004년 유옥련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경상북도에서 삼강주막을 초가로 복원하고 주막거리를 조성했습니다.

낙동강 스토리텔링 사업의 하나로 조그맣게 시작된 사업이 이젠 '예천삼강문화단지' 개발로 점점 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회룡포에서 삼강주막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용궁면 우회도로까지 새로 났습니다. 주막집도 여러 채로 늘어났고 논을 메워 만든 큰 주차장까지 들어섰으니 예전의 그 호젓하고 쓸쓸한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지요.

그래도 삼강주막 판매수익금이 마을 주민들 소득으로 나눠지고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마을에서 직접 담그는 막걸리와 배추전, 생두부 도토리묵 등 푸짐한 안주 가격도 착한 편입니다.

사대강공사 전 상주 중동교 모래톱. 강물이 풍성한 모래톱 사이를 구불구불 흘러갔다. 당연히 1급수 구간이었다.

 

사대강공사 이후 모래톱은 사라지고 강은 깊은 호수로 변했다. 수질은 2014년 BOD 1.7ppm으로 악화됐다.


◆상주보 정체수역 직전까지 1급수 유지 = 이곳 '예천1지점'의 낙동강 수질은 2007년 수질측정망을 설치한 이래 1급수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연평균수질을 보면 2014년까지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 0.8~1.0ppm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천은 문경시, 내성천은 봉화군과 영주시, 낙동강 본류는 태백시와 안동시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수많은 오염원들을 거쳐왔지만 풍부한 모래톱과 습지를 지나는 동안 강물이 스스로를 맑게 지켜온 겁니다.

낙동강은 원래 '모래의 강'입니다. 사대강사업 전까지 낙동강은 거의 전구간에서 풍성한 백사장 사이로 뱀처럼 구불구불 흘렀습니다.

낙동강에는 모래도 같이 흐릅니다. 모래톱이 풍성한 강에서는 물과 모래가 뒤섞여 흐릅니다. 갈수기엔 눈에 보이는 강물보다 모래톱 아래로 흐르는 물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강물이 맑게 유지됩니다.

모래는 수질 정화작용이 뛰어난 물질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도 모래를 통과시켜서 만듭니다. 굵은 모래, 중간 모래, 가는 모래 3단계의 모래 여과를 거쳐 흐르는 강물을 수돗물로 만듭니다.

◆"보 막으면 수질이 더 좋아진다?" = 사대강사업의 핵심은 준설과 보 건설이었습니다. 대규모 준설로 모래톱을 파냈고 6개의 보(댐)를 건설해 강물을 가두었습니다. 그 영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요?

삼강리에서 6km 하류에 있는 영풍교부터 낙동강은 흐름을 잃습니다. '상주보' 담수의 영향이 여기까지 미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물빛도 확연히 달라집니다. 진녹색의 탁한 강물 위에 허연 거품이 둥둥 떠 있습니다.

환경부 수질측정망자료(물환경정보시스템 water.nier.go.kr)를 보면 사대강사업 전에 비해 상주 구미 왜관 등 낙동강 상류의 수질이 전체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상주3지점'(상주시 낙동면. 낙단보 아래)은 2008년까지 BOD 기준 0.9ppm을 유지해왔는데 사대강 공사가 시작된 2009년 1.1ppm으로 나빠지기 시작해 2013년 1.6ppm, 2014년 1.7ppm으로 악화되었습니다.

구미시 취수지점인 '강정지점'(구미시 고아읍 강정나루)도 사대강사업 전까지 연중 1급수(1.0ppm 이하)를 유지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2009년 1.2ppm으로 2급수로 떨어졌고 2012년 1.4ppm, 2013년 1.6ppm, 2014년 1.8ppm으로 계속 악화되는 추세입니다.

'강정나루' 바로 상류에 있는 구미보는 담수 1년 만에 방류 수문이 시퍼런 녹조류로 뒤덮였습니다.

2008년 1.5ppm을 기록했던 '구미지점'은 2014년 2.4ppm으로, 칠곡보 아래 '왜관지점'도 2008년 1.8ppm에서 2014년 2.4ppm으로 악화되었습니다.

사대강사업의 목표는 '수질개선'과 '수량확보'였습니다. 6개의 댐에 10억톤의 물을 확보했으니 수량확보는 되었지만 수질은 확연하게 나빠진 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보를 막아 수량을 확보하면 수질이 좋아지고 죽은 강이 살아난다"고 큰소리치던 전문가들, 이런 결과를 보고 뭐라고 말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지금 낙동강에 필요한 건 풍성한 모래톱과 흐르는 강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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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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