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대구광역시
"교실수업, 학원이 따라배울 정도로 바뀌었다"
2012년부터 4차산업혁명 교육 대비, 교원 1000명 양성
학부모들도 여유 … 개정교육과정 '충분히 이해'
"학생 1/3이 교실에서 엎드렸을 때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딴 짓하는 것을 보고 명퇴를 결심했다." 장애숙(대구 동도중학교)수석교사가 교실수업 변화에 대한 전후 상황을 설명했다. 장 교사는 "30년 교사생활에서 교사간 협력수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 일이다. 교실수업 개선이 학생과 교사의 삶의 질이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네 번째 '찾아가는 학부모콘서트'는 24일 대구광역시교육연수원 강당에서 열렸다. 강당을 가득 메운 대구지역 학부모들은 개정교육과정과 교실수업 변화에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한 학부모는 "우리도 알만큼 안다"며 "대구교실수업이나 교육과정 변화는 하도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정부나 대학의 정책이 궁금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학종부' 시대 = 장 교사는 "활동수업으로 교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공부의 맛을 느끼는 것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마찬가지"라며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의 고민이 시작됐고, 교사들의 자존감도 살려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행복을 뿌려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미래교육에 대해 불안하고 어렵고 궁금한 게 많다."며 대학의 입시변화에 관심을 보였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교육에서 '창의와 융합'은 이제 현실이 됐다. 서울대입시도 변하고 있다. 2001년부터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는 닥쳐올 4차산업혁명 시대 교육을 예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본부장은 "이제 주어진 지식 시험 강요는 사라지고 있다. 창의융합과 소양이 필요하다. 사교육보다 학교생활에 집중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교내경시대회나 동아리활동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소화해냈는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나 변화된 교실수업이 대학입시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고 힘주어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오히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학은 4차산업혁명시대 어떤 인재를 어떻게 뽑아 기를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그걸 초중고 교육에서 알아서 다 가르치고 체험하도록 해준다는 것. 시험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자기주도적학습을 어떻게 꾸려왔는지를 꼼꼼히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내년에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들이 고 1학년이 된다. 토론에 참석한 교사들은 이미 변화된 수업의 맛을 본 아이들이 과거 수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에는 대학과 연계되는데 학생부종합전형의 위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교육 변화, 2012년부터 준비 = 대구는 초중고 교육정책을 대학입시(대학활동)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교 비교과 활동인 독서 논술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분야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몬다. 하지만 대구는 학교에서 독서와 독서논술을 배우고 있다.
전국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대구교육청이 원조다. 2005년부터 인문소양교육으로 '책읽기'를 추진했다. 아침독서 10분운동이나 삶을 위한 글쓰기, 토론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수업방식이 바뀌니 아이들과 교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학생참여형 수업과 맞춤형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 시작 했다"며 "대구지역 교사 2만7000명중 학교를 바꾸고 수업을 개선할 전사 1000명을 선발해 양성했다"고 말했다. 학생중심 수업을 지도할 교관을 미리 양성한 셈이다.
토론자들과 참석한 학부모들은 그동안 '대구미래교육'을 어떻게 추진해 왔는지 물었다.
대구는 2014년 자유학기제 시범운영을 마치고 2015년 모든 중학교에 전면 시행했다. 정부정책에 1년 앞서 미리 선행학습(?)을 한 셈이다. 초기엔 학부모 교사 모두 미심쩍어 했다. 교사양성과 학부모교육으로 극복해 나갔다. 우동기 교육감은 "이제 학원이 학교를 닮아가고 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하브루타 수업이나 모둠 토론수업을 가르치는 사설학원이 4개나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자유학기제와 거꾸로 수업을 진행하는 한 중학교에서 "학원수업이 교실수업보다 재미도 없고 성적도 오르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반응이 대구지역 학원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협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방식에 아이들은 학교수업을 즐겼다.
문제중심 학습(PBL, Problem Based Learning) 수업이나 거꾸로 수업의 효과가 대구교육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떠들고 잠을 자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던 아이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변화된 교실수업, 대학입시로 연계 = 대구교육청은 상상력과 논리력 수업으로 어떻게 협업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여기에 학부모를 자녀 미래교육 방향설정에 끌어들인 것이다. 이순현(성서중) 학부모는 "대구는 학부모교육과 연수를 많이 했다. 그런데 자유학기제 전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막상 닥치고 보니 미래교육에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종부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에 대해 송영필(경북여고) 교사는 "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가르치는 게 교육이다. 문이과 벽을 허무는 게 2015개정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평가를 더 정확하고 신뢰를 쌓아가야 하려면 교사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교사환경개선 사업에 자율권 확대를 요구했다.
2015개정교육과정을 묻는 학부모들에게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답했다. 이 부총리는 과거 교육방식을 경마에 비유했다. "과거교육은 말 눈을 가리고 질주하는 방식이었다. 골인지점에서 등수를 결정하는 서열화 교육이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나 개정교육과정은 말을 타고 진행하는 폴로(polo)게임과 같다"고 말했다.
자녀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부모들의 고민에는 "실제 학력은 더 좋아졌다. 재미가 공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내일신문)에서 학부모 73%가 자유학년제를 희망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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