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 교육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광주시교육청

'피라미드 식' 경쟁 유효기간 끝나 ··· 교육혁신은 시대 과제

2017-12-04 10:58:09 게재

'수저 계급론'에 갇힌 한국 청년들 … 장기 불황 기로, 교육에서 답 찾아야

"각국 청년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조사해보니 중국과 일본은 1순위로 '재능'을, 미국은 '노력'을 꼽은 반면 한국은 압도적으로 '부모의 재력'을 꼽았다. '수저 계급론'이 한국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고등학교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해보니 '사활을 건 전쟁터'라고 응답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다." 30일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교육부의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현장에서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던진 말이다. 교육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혁신을 말하다'를 주제로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을 놓고 학부모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도교육청별로 마련한 이날 행사는 경기도교육청에 이어 두 번째다.

교육부의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가 30일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학부모 전옥례씨. 사진 교육부 제공

광주에서는 특히 대학 교육과 선발을 현장에서 책임지고 있는 김 교수와 정재찬 한양대 입학처장이 한국 사회와 교육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업과 평가, 대학 입시 제도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역설했다.

정부 교육 정책을 놓고 600여명의 참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사후 설문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보통 이상의 신뢰 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학생 참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학교 현장의 변화가 학생부 종합 전형에 무게를 둔 대입 제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교실 혁명으로 공교육 혁신 = 시민들이 이제까지 교육부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불통' '자주 바뀌는 교육 정책' 등이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토론에 앞서 "촛불로 세운 문재인 정부의 책무는 과거의 폐단을 해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교육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미래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바꾸기 위해 6가지 국정 과제를 제시,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가 이날 특별히 강조한 것은 '교육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방안이다. 최근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한 1단계로 고입 동시 실시를 발표한 데 이어 궁극적으로는 국가교육회의를 거쳐 일반고로 완전히 바꾸는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교 교육 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고교 학점제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다양화해 미래 교육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또 전국의 교육감들과 교실 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전국 초·중·고의 10% 수준인 혁신학교의 교육 모델을 학생 중심 교육과정과 함께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대학 서열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대학들의 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중장기 교육 정책을 입안할 국가교육위원회의 전 단계로 2019년까지 유지될 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12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저성장·저고용 사회, 출구는 교육 = 최근 공교육 혁신을 놓고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는 '학생 참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 '과목 선택권 확대' 등이다. 김 교수는 사전 특강을 통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는 필연적인 시대 과제임을 데이터를 통해 보여줬다.

한국이 직면한 저성장과 저고용의 원인으로 사회 이동성 저하와 창의성의 한계를 꼽을 수 있는데, 한국 청년층의 창업 업종은 대부분 교육 서비스업에 집중된 데 반해 미국은 전문과학과 기술 서비스업 중심으로 대조되는 것도 우려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10대 기업의 판도 변화를 보면 2006년에는 석유와 에너지 관련 기업이 절반가량이었지만, 2016년에는 1곳밖에 남지 않았고 나머지 5개는 IT 기업으로 채워지는 특징을 보인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가 된 시대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싱가포르나 홍콩을 보면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선택 과목을 늘리고, 토론식 수업 중심이며, 우리의 수능 격인 국가시험도 논·서술형으로 바꿔 교육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여러 직업이 연결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질 텐데 소수만 경쟁에서 이기고, 다수는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채 들러리를 서야 하는 '피라미드 식' 경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며 지금의 교육 혁신은 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당부다.

◆학생부 개선안 밝혀 = 이어진 토론에서 광주 성덕고 학부모 전옥례씨는 혁신중·고교 교육을 접한 소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대학생 큰 아이와 달리 작은 아이는 혁신중·고교에 다녔다. 모둠별 토론 수업을 접하며 혼자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서로 보완하며 함께 해결해 나가니 성취감을 크게 느끼더라.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1년 정도 지나니 습관화되면서 학습 의욕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봤다"는 얘기였다.

김혜자 광주 광산중 교사 역시 "사회과 수업에서 마을의 문제를 찾고, 직접 해결해보는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며 "교사가 아닌 학생이 주체가 되는 수업으로 바뀌면서 잠자는 학생도 줄고, 수업 안에서 역량을 키워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의 혁신 방향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대학 입시와 연결되지 않으면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정재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그동안 대입 제도를 무수히 바꿔오면서 결정적으로 빠진 핵심적인 질문이 수업이었다"며 "이제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업이 대입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지식의 재구성과 창조, 소통이 현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면 수업이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어야 하고, 대학은 이 모습이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개별 학생의 성장 모습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어느 학교에서나 동일한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수업이 진행될 경우 평가 자료로서 학생부는 한계가 있기에 발표·토론·활동 중심 수업은 대학에서도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수시 중심의 대입 제도 변화를 놓고 아직 한국 사회는 첨예한 논쟁 중이다. 김 부총리는 학생부가 대입의 주요 평가 요소가 되는 데 대해 아직 학부모들의 신뢰도가 낮은 상태지만, '금수저 전형'이라는 논란과는 달리 지방 학생들이 대학에 고루 진학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다만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문제가 관건이기에 12월에 발표할 예정인 학생부 개선 방안을 일부 소개했다.

기본적으로 10~11개에 달하는 학생부 평가 항목을 8개 수준으로 줄이면서 학부모들이 '부익부 빈익빈'의 지표로 인식하는 항목들은 관리, 통제하는 방향의 개선안과 함께 수능의 역할 재조정에 대한 방향도 언급했다. "국제적으로 수능 같은 시험을 완전한 측정 도구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격 고사나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능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학생들의 자질과 소양, 그에 따른 능력을 측정하려면 수능 평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사실상 입시에 종속되어온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전반적인 대입 제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행사에서 즉석 전자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콘서트 전과 후 참석한 학부모들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교육부의 교육 정책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는 사전 28.8%가 '신뢰하지 않음',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29%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반면 사후 설문에서는 '신뢰하지 않음'은 4.23%로 줄고, '전혀 신뢰하지 않음'은 0%로 나타났다. '신뢰함'과 '매우 신뢰함'은 각각 사전 17.21%, 3.31%에서 사후 50%, 19.49%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