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② 겉도는 정부 대책
"핵심 못 짚고 현실감각 떨어져"
현장교사들, 학교폭력 간담회에서 냉정한 평가 … "교육부가 중심에 서야"
김상곤 부총리는 12일 사회관계부처 장관 간담회를 열고 학생 청소년 폭력 대응을 위한 정부합동 태스크포스(TF)구축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 결과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부처 장관들이 내놓은 안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전 ㅅ중학교 장 모 상담교사는 "박근혜정부에서 발표했던 학교폭력 범정부합동 대책처럼 될까 걱정스럽다"며 "교육부부터 TF를 구성하고 '위기학생' 관리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부적응이 위기학생이나 학업중단으로, 다시 학교폭력과 청소년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육부를 주축으로 관련부처 TF조직을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사는 "위탁교육기관으로 밀려나는 아이들은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정과 학교, 친구들로부터 격리됐다는 게 공포와 두려움으로 변한다"며 "이런 공포와 두려움이 폭력성(가해, 자살 등)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는 가족간 관계다. 부모와 갈등은 곧바로 가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최근 학부모지원팀을 전격 해체하고 '시도교육청 이양작업 TF팀' 등으로 분산시켰다. 학부모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부서가 사라진 셈이다.
◆교육부 내 학부모 소통부서 사라져 = 상담교사와 관련된 문제도 제기됐다. 우선 학교에 배치된 상담교사와 담임 등 관련 교사들이 위기학생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교사 개인별 편차가 심해 이를 위한 전문가 연수와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위탁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처우개선이다. 한 곳에 오래 근무하다보니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교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ㅊ고교 교장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위탁교육기관에 보내고 있지만, 아이들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며 "위탁교육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할 경찰서 청소년계 담당경찰관은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교사와 아이들을 상대로 정확한 전수조사(위탁기관 내 폭력, 성폭력) 가 필요하다고"고 덧붙였다.
특히 학교안과 밖에서 학습중심이 아닌 위기학생 예방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교사들은 12일 관계부처에서 쏟아낸 대책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 모 고교 교장은 "배고프고 잘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돈과 잠자리지 상담이 아니다"며 "학업중단 청소년을 쉽게 받아줄 일할 곳(취직이 아니라 알바)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길거리 상담사를 2배로 늘리겠다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대안"이라고 꼬집었다. 김상곤 부총리 모두발언에 대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하라는 것인지 정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 부총리는 "다시는 이러한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예방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며 "특히 위기청소년에 대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의 종합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만큼 그동안 미진한 부분이 없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빠졌다.
◆부처간 떠넘기기로 사각 생길 수도 =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이 소년법 폐지(개정)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사실 바라는 것은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라며 관계부처에 학교폭력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따라서 관계부처가 대통령의 주문에 대해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들이 애매모호하게 사용하는 '학교폭력' '청소년 집단폭행' '여중생 집단폭행'등의 표현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책을 마련하는데 시도교육청, 교육부, 여가부, 경찰청 등 자칫 부처 간 떠넘기기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관계부처 간담회에는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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