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③ 위기학생 관리부실 학교폭력 양산

부모-학교 대화단절 때문에 관리 어려워

2017-09-20 10:28:49 게재

여중생 '학교폭력'은 사회와 어른들의 투영 … 예방 정책도 교육감 관심따라 '널뛰기'

부산여중생 집단폭력을 비롯한 학생 청소년 폭력에 대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처벌수위를 높이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곳곳에서 집단폭행 사건이 터지고 있다. 관리부실에 따른 예고된 수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면 소년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한다해도 흉포한 '학생 청소년폭력'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담교사와 위기청소년 상담전문가들은 '부모와 대화단절'과 '위기학생 관리부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가정에서 출발한 학교부적응이 학교폭력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 사진 교육부 제공


또한, 학교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예방중심의 본질적 접근을 못하고 처벌중심의 대증요법만 써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사고가 터지면 상담사 충원, 고화질 CCTV 확충, 학교경찰배치 등 대부분 단속과 사건발생 처리용 대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갈수록 흉포화 되고 있는 학생·청소년 범죄에 대해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양구 대전 신탄진중학교 상담교사는 "사회와 어른들의 모습이 그대로 학교(학생)에 투영된다고 보면 된다"며 "학교폭력이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지만 학교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폭행이유가 '자존심을 건드렸다'인데 사춘기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또래(조직)에서 밀려났다는 불안과 공포가 분노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바꿔 인성과 소통 나눔 이해 등을 학교교육과정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구 가족관계를 돌아보는 시간. 아이들은 숲속 향기에 취했다. 사진 교육부 제공

위기학생 징후가 보이면 가장 먼저 학부모와 상담을 해야 하는데 학부모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학교방문을 꺼리는데, 이는 이미 학교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학부모와 대화불능이 위기학생 관리부실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가해학생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점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결정에 불복하고 재심을 청구하거나 전문변호사를 고용해 흔적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학폭위 불복 재심 건수는 2013년 764건에서 지난해 1299건으로 늘었다.

위기 청소년, 대화단절 가정에서 출발 = 전양구 교사는 "결국 위기학생은 위기가정(부모와 대화단절)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된다. 소년소녀가정이나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가정 뿐 아니라, 잘 사는 가정도 자녀를 방치하면서 부모와 관계단절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학부모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교사들이 위기학생들을 돌보지 않아 학교폭력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건이 터지면 학교 안에서 처리하자는 취지로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학폭위'를 가동했다. 그러나 단점도 속출했다. 교사는 무조건 학폭위로 사건을 넘겼고, 학교폭력 가·피해자 간 화해와 반성, 치유는 점점 사라졌다. 대신 경찰과 변호사, 돈(피해보상금)이 학교 안에 들락거렸다.

학교폭력 예방정책도 퇴색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학교 안에 어울림, 어깨동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폭예방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도 시도교육감의 관심, 교사 개인의 열정에 따라 편차가 크게 벌어졌다. 교사 개인별 역량강화를 위해 전문가 과정 연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숲 치유프로그램을 마치고 선생님과 하산


교사의 열정과 학교폭력 예방정책은 시도교육감의 관심에 따라 널뛰기 한다. 최근 여중생 폭력사건은 관리부실에 따른 예고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가 위기학생 위탁교육기관(대안학교 등)에 대해 현장점검을 시도했으나, 시도교육청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진영 교육감 교육청들은 교육부가 '지나친 간섭'을 한다며 강하게 막아섰다. 그 사이 위기학생 정책과 관리는 '학생인권' 그늘에 가려졌고, 집단폭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학교폭력, 정밀진단하고 근본대책 세워야 = 교사들의 관심과 역량 부재가 학교폭력 증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교사임용과정에서 이른바 '범생이'들이 '직업적 교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위 3%안에 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면서 '밑자락 깔러 다니는' 그림자 취급 받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대, 사범대에는 위기학생, 부적응학생을 어떻게 지도하고 교육해야 하는지 정확한 교육과정 매뉴얼도, 교수학습도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점수에 따른 교사임용에서 인성을 비롯한 인문학적 소양을 중심으로 교원 채용기준을 바꿔 강한 저항(?)과 전국적 관심을 불렀다. 우동기 교육감의 이런 의지는 대구지역에 학교폭력이 줄고 위기학생 지원시스템이 안정화되는 근본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학부모 교육과 소통을 위한 정밀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어 타지역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폭력사건을 보면 여중생, 집단화, 폭력성(선정성, 일방성), 위기가정, SNS활용 등이 공통분모다. 폭행 장소가 학교 밖이라는 점도 정밀분석 대상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소통이 깨진 아이들은 SNS를 소통의 장으로 삼고 있다. 자아형성이 덜된 사춘기 청소년들은 주변 폭력성을 그대로 모방한다. 죽여야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에 대한 규제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위기학생을 위한 숲 치유 프로그램에서 '죽이는 게임을 살리는 게임'으로 바꾼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인기몰이를 한 것도 학교상담교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22일 사회부처관계 장관 회의를 통해 학교폭력 근절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관계부처 TF팀을 꾸리고 융합정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학교부적응→위기학생→학교폭력→학업중단→학교 밖 청소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맞춤형 예방프로그램을 접목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숙제는 학부모와의 신뢰와 소통이다.

상담교사들은 "서울 경기 인천 강원도 충남북 세종 대전 전북 부산에서 발생한 자살과 학교폭력에 대한 정밀분석이 절실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해 정부합동 태스크포스(TF)와 결합시켜야 국민이 신뢰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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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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