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⑤ 대구시교육청 위기학생 관리 시스템

"안전망에 지역사회 참여, 잠재된 학교폭력까지 잡는다"

2017-09-29 10:13:30 게재

전국최초 종합병원 5곳에 치유전문 Wee센터 설치 … 초·중·고 모든 교사에 상담교육 60시간 의무

학교·청소년폭력 강도가 세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처벌수위를 높이라는 글이 28만여건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학교폭력 근절' 방안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예방정책을 수행할 시도교육청의 역할에 관심이 쏠렸다. 교육감들의 관심과 능력에 따라 위기학생과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학부모, 지역사회와 손잡고 위기학생 관리시스템을 완성시킨 대구시교육청 정책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대구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학생들이 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교육청 제공


26일 대구시교육청에서 만난 위기학생 관리담당 장학관은 "정부와 교육부가 아무리 화려하고 구체적인 예방관리 정책을 수립한다 해도 이를 작동시킬 조직(시도교육청, 학교)이 부실하다면 정책은 겉돌고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예방과 위기학생관리 주체가 '학교와 시도교육청'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의 위기학생 관리 특징은 지역사회 참여와 완벽한 학부모교육 등 촘촘한 그물망 융합정책이라는 분석이다.

부모교육-학습이력관리시스템 사진 대구시교육청 제공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이 나서다" = 대구교육청은 학교에서 잠자는 아이들을 깨웠다. 지역건설사 은행 시민단체 등이 나서 '1사1단체 교육기부' 활동을 펼쳤다. 작전은 대성공. 드럼을 비롯한 악기 기부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학교에서 잠자는 아이들은 악기를 연주하며 에너지를 발산했고 학교생활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핵심은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지역단위 학부모 활동과 프로그램이다. 구청장들은 '우리마을 교육공동체'를 꾸렸고, 자체 예산으로 운영했다. 이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현장밀착형 스포츠동아리 활동과도 일맥상통한다. 대구 스포츠클럽 활동은 교육부와 손발을 맞추며 전국 최고인기 정책으로 발전했다.

숲 치유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대구 중학생들 사진 대구시교육청 제공

재능 기부는 다양한 분야로 번졌다. 대구축구(FC)팀 경기에 부모 손잡고 경기장을 찾으면 무료입장이다. 삼성야구단도 무료 관중석 2200석을 기부했다. 학교폭력이 심각해진 배경에는 인성교육 부재라는 판단이 따랐다. 높은 교육열은 학업성취도를 이끌었지만, 학교 가정 사회에서 위기학생들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과 갈등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우동기 교육감은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학교 가정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역사회에 호소했다. 학교부적응, 위기학생,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활동은 갈수록 확산됐다. 위기학생 관리와 학교폭력을 잡기 위해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원장과 태권도 관장, 고아원, 교육관련 위탁기관 모든 곳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가정법원과 경찰서 등 학생과 관련된 조직과 단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편견과 시선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연수비는 모두 교육청에서 부담했다.
 
심리상담 치유 미 기록 정책 필요 = 대구교육청은 고위험으로 분류된 아이들을 위한 치유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서행동특성검사 관심군 비율이 2012년 14.9%에서 지난해 1.8%로 줄어들었다. 전국평균 3.2%보다 한참 앞선 수치다. 2012년 전국시도교육청은 정서행동검사에 나섰지만 유일하게 대구만 1~3차까지 진행했다. 타 시도교육청들은 '학생들을 정신병자로 내몬다'는 비판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대구는 초등에서 고교까지 학교폭력 가피해자 전수조사를 무기명으로 진행했다. 결과 대구지역 학생 15%(1만5000명)가 '고위험 군'으로 나타났다.

숲 치유프로그램을 마치고 선생님과 하산 사진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시교육청은 전국최초로 종합병원 5곳에 치료 및 치유전문 Wee센터를 설치했다. 경북대학병원, 영남대학병원, 카톨릭대학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동병원 5곳에 정신과 상담 및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을 경우 기록에 남기지 않도록 했다. 여고생과 부모들은 약물치료를 했을 경우 기록에 남는다는 점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기피했다.

저학년 교실에서 수업참관 사진 대구시교육청 제공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기록을 남기지 않고, 아이들이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교육청의 스쿨닥터는 전국최초로 구축한 시스템으로 정부지원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 기금을 만들어 운영한다. 자살자 주변인물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부터 학부모 치유까지 동시에 진행한다. 한국사회에서 까다로운 '심리부검'의 틀을 마련하는 입체적 관리시스템이다.

지자체, 지역사회와 함께 마련한 대구교육청의 위기학생 관리 융합 시스템과 활동은 각종 분야에서 '전국최고'라는 기록을 남겼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2%로 전국최저를 기록했고, 교육부가 평가한 교사, 학부모만족도 역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결과 교육부 주관,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5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대구지역 초중고 모든 교원은 초기 상담교육 60시간을 의무로 받아야 한다. 이후 5년마다 30시간의 상담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학생들이 변화에 대응하도록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폭력예방종합포털사이트 '도란도란' (www.dorandoran.go.kr)을 운영하며 학생 시민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폭력 상담이나 신고 전화는 117(학폭신고센터)부터 1388(피해상담)까지 모두 8곳이나 된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대구지역 시민과 지자체, 기업이 함께 참여하면서 '한 아이 교육을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속담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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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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