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⑥ 학부모교육이 위기학생 예방 최선책
"학부모교육 받은 뒤 아이를 인격체로 인정했다"
'학생-학교-가정' 소통고리 만들기
"공부와 입시에만 집중하다보면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가 사회에 나가 스스로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해야죠. 부모교육을 받고 나니 아이 눈치가 보여 술도 줄이고 언행을 조심하게 되더군요." 17일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에서 학부모교육을 마친 송만복(대구. 51)씨가 소감을 말했다. 송씨가 학부모교육을 찾아다닌 지도 벌써 5년째다. 어느 순간부터 자녀 학업성적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이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틀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아이와 갈등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송 씨는 요즘 아이 가정통신문을 꼼꼼하게 챙겨본다. 한 달에 두 번씩 열리는 부모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송씨는 "내가 부모한테 물려받은 잘못된 의식과 행동을 내 자식에게 대물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부모교육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한 체벌도 폭력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부터 아이를 인격체로 인정하고, 체벌 생각은 아예 지웠다"고 덧붙였다.
대구지역 학교는 한 회에 두 시간씩 년 10회 의무적으로 학부모교육을 실시한다. 대구지역 학부모 36%가 년 평균 4.4회 학부모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교육청은 학부모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교재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특징은 강사양성과 역량강화 교육, 학부모를 찾아가는 교육과정, 심화교육 등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일선학교 교원들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학부모교육과 관련된 어떠한 공문도 발송하지 않는다. 어렵지만 학부모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역량을 축적해간다는 게 우동기 교육감의 전략이다.
◆국정감사, '학부모교육' 중요성 강조 =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조승래(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 갑)의원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학교폭력의 시발점이 가정이기 때문에 학부모들과 소통은 필수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여중생 폭력사건, 어금니아빠 이영학씨 여중생 살인사건 등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사건은 위기가정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와 소통과 공감이 없는 가정과 학부모 지원을 위해 교육부 조직개편과 시스템정비를 주문했다.
국정감사에서 관련부서를 대상으로 문책성 정책감사를 한다고 대응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는 게 교문위 의원들의 국정감사 뒷이야기다. 교육부가 컨트롤타워 키를 잡고 시도교육청, 지자체,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와 융합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전방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시도교육청과 학교 교원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대부분 시도교육청들이 학부모교육 한 두 번하고 성과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이는 반드시 실패를 불러오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더 초래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증언이다.
◆사과도 화해도 반성도 없는 학폭위 = 그동안 폭력이 발생하면 학폭위를 중심으로 사후처리중심의 정책을 펴왔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개입할 근거가 사라진다. 학교는(학폭위) 사법적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상 판결권이 없기 때문에 가해자나 피해자측이 인정하지 않으면 불만은 재심으로 이어진다.
결국 사법부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가해학부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할 경우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 '공격적 방어'로 돌입 한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사과나 반성, 화해는 기대할 수가 없고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폭력 발생에 따른 처리는 '불복'으로, 이는 다시 사법부 판결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와 교육청들은 경찰이나 교육청에 소속된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고 빠지는 게 현실"이라며 "처벌과 합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 사과나 반성 화해가 없는 비교육적 처리에 그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는 예방적 기능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이해와 관심, 가정교육 등은 필수라는 것. 하지만 오랫동안 부모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렸고, 학교와 소통의 길은 막혀 있었다. 입시중심의 교육이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가장 큰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학부모교육이 활성화 될 경우 자녀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통계청이 지난해 만13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구광역시의 경우 학교생활만족도가 9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이가 부모와 소통이 잘 될 경우 행복지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대를 비롯한 전문교육기관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구시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건강 인성 등 8개 영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학업중단율(0.57%)과 정서행동관심군 비율(1.8%)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전국최저로 나타났다. 학부모교육이 강화되고 참여율이 높을수록 아이들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다사용 비률이 낮아졌고, 학교폭력피해응답률은 0.2%로 전국평균(0.9)보다 낮은 최저를 기록했다.
문제는 전국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와 소통을 어떻게 강화하고 교육장까지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 풀어야 할 숙제다.
방경곤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장은 "지역마다 특징이 있고 학부모들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교육과정을 설정하고 학부모현실에 맞게 맞춤형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며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행복을 위해 부모교육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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