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동' 보호·돌봄 바로 세우기│① 사후 땜질식 대응 한계
아동·원가정 지원보다 대리양육서비스에 초점이 문제
학대, 미혼부모, 부모 이혼·질병 등 위기예방정책 사실상 전무 … "평생 돌보지 못하면서 원가족과 분리 급급"
아동학대와 유기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 아동 보호·돌봄체계는 사후 땜질식 대응에 머물고 있다. 위기아동 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지원활동이나 인프라 구축보다는 피해아동이 발생했을 때 그때그때 대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아동에 대한 대처도 ‘아동이익 최우선 원칙’하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특히 아동 보호와 돌봄을 원가정 지원 속에서 진행하지 않고, 아이를 부모와 분리해 대리양육 서비스(위탁가정, 양육시설, 그룹홈, 입양 등)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둬 아동의 안정적 성장을 되레 막는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런 비판에 따라 문재인정부는 아동보호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출범 1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대안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 내일신문은 아동보호와 돌봄 실태를 살펴보고 아동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지역사회 다양한 보호·돌봄 자원들을 어떻게 연계·활용할지 복지전문가들과 돌봄 현장의 목소리에서 대안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아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학대피해아동은 크게 증가했다. 2010년 학대피해아동사례는 5657건이었는데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건이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확대되는 등 법과 제도가 마련된 결과로 해석됐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학대아동을 적극적으로 발견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조치가 과연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피해아동을 분리보호하는 데에만 치우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학대피해 위기아동 20%대 원가정 분리 = 2016년 기준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초기조치는 분리보호 4095건, 원가정보호 1만4563건으로 나타났다. 긴급한 초기 조치 이후에는 사례관리에 들어가는데 이후 점검을 거쳐 다시 이뤄지는 최종 조치는 분리보호 3730건, 원가정보호 1만3573건, 가정복귀가 1164건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부분은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보호할 능력 또는 의지가 없어 재학대 발생 위험이 있을 경우 취해지는 '분리보호' 비율이 초기조치(21.9%)나 최종조치(19.9%)에서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기조치와 최종조치 사이에 가족 복원을 위한 부모 교육과 상담, 경제지원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지원이 부실하다보니 초기에 분리조치된 아동은 나중에도 가족과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나 위기아동에 대한 초기조치를 진행할 때 부득이한 경우 아동을 원가정으로부터 일시분리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원가정지원으로 원가정 복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아동을 정말 가족에서 분리해 보호할 것인지는 사회복지 전문가 등이 아동 관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동을 평생 사회나 국가가 돌볼 것도 아니면서 분리에 급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대피해아동을 과연 원가족으로 돌려보내도 될지, 아니면 분리보호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지방자치단체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아동인권포럼에 따르면 지자체 단위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구성된 곳은 231개 광역기초자치단체 중 36.4%에 불과했다. 지자체에서 아동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업무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육시설 평균보호 기간 11년 2개월 =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는 원가정 기능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쪽보다는 이를 대신하는 대리양육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두고 진행돼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리양육보호의 평균 보호기간은 매우 길다. 원가정 복귀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양육시설의 경우 평균 보호기간이 11년 2개월로 가장 길었다. 위탁가정은 4년7개월, 공동생활가정은 3년4개월로 나타났다.
타 선진국에선 대리양육서비스를 일시적인 대리보호서비스로 원가정 복귀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보호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분리조치 되지 않고 원가족으로 돌아가는 경우에도 원가족 지원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 가량의 분리보호 아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시 원가족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적절한 가족기능강화서비스는 병행되지 않고 있었다. 아동보호서비스는 피해아동, 학대행위자, 피해아동의 가족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각각에 대한 가족기능강화서비스는 모든 서비스 중 1.5∼2.9% 수준에 머물렀다.
◆원가정 분리전 최선의 가정지원 이뤄져야 = 우리나라 아동보호·돌봄 체계에 또 하나의 큰 구멍은 잠재적 학대위기 아동을 위한 예방적 가족지원서비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아동보호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아동학대특례법의 제정 등 처벌 강화에 주력하는 아동학대 대응정책의 한계로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례나 잠재적 학대 위기 가족에 대한 예방적 지지적 서비스 제공 부재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2015년 3월 기준 방과 후 기관을 이용해 초등학생 자녀가 기관을 이용 후에도 1시간이상 돌보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37%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아동에 대해 찾아가는 돌봄 지원은 없다. 이에 잠재적 위기아동에 대한 가족중심의 보호는 예방적인 보호와 맥을 같이 해야 하고, 보호대상 아동 발생 요인 중 부모이혼, 미혼부모, 부모질병, 빈곤 등에 대한 사전 예방적 아동보호·돌봄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동의 안전한 성장을 위한 지역기반 아동보호정책의 방향과 과제'보고서에서 "아동과 가족이 분리되기 이전에 보다 적극적인 위기 아동 및 가족에 대한 지원과 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가정지원에 입각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아동보호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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