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동' 보호·돌봄 바로 세우기│② 아동보호 현장은 혼돈 중

“가장 낮은 곳에서 아이들 돌봤는데 … 돌아온 건 임금차별”

2018-06-28 11:00:32 게재

지역아동센터.그룹홈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 적용안돼

예산철마다 몸살 … “서비스질 제고 위해 적절한 보상해야”

서울시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근처 골목길 오래된 건물 3층에 위치한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 11일 오후 2시 문을 열기도 전에 아이들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문을 여니 99.17㎡(30평) 남짓한 공간에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센터를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29명. 학교가 끝나자마자 센터로 직행했으니 피곤할 법도 한데 “선생님! 오늘 학교에서요”라며 재잘거린다.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에선 주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방과후 돌봄을 제공한다.

이 센터의 막내 강민영(28) 생활복지사는 구로파랑새가 첫 직장이다. 일한 지는 2년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교사 지망이었는데 대학교 시절 봉사활동을 할 때 지역 아동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돼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게 됐단다.

업무는 잡다하다. 일반적인 행정업무부터 외부선생님의 프로그램 진행 때 보조역할, 지역 내 사회복지관 등과의 연계사업, 하다 못해 먼 거리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차로 데려오는 일부터 급식조리사가 쉬는 토요일에는 아이들 점심메뉴 고르는 일까지.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의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60만원 선에 맞춰져 있다.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157만원)보다는 많지만 긴 업무시간을 고려하면 200만원은 받아야 최저임금 수준에 도달한다. 그나마 4대보험료 등을 빼고 실수령액은 145만원 수준이다.

“저희 센터는 그래도 나은 편이에요. 대표님이 신경을 써주시는 편이거든요.” 그래도 낮은 급여 때문에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들의 이직률이 높겠다고 넌지시 묻자 “솔직히 그런 편”이라고 대답한다.

“제일 힘든 날이 토요일이에요. 조리사 선생님이 안 계셔서 아이들과 밥을 사 먹어야 하는데 1인당 급식비가 5000원으로 딱 정해져 있거든요. 근데 요즘 그 돈으로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없어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1인분으로 2명이 먹을 수 있으니까 거기서 남는 돈으로 고학년 애들 식사비용을 충당하기도 해요.” 강 복지사의 하소연이다.

아동복지시설 중 그룹홈과 지역아동센터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게 단일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어느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든 똑같은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은 여기서도 빠졌다. 그러다 보니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월급은 다른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의 평균급여는 2016년 기준 144만6251원인데 이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사회복지종사자 인건비가이드라인’ 기준 1호봉 이용시설 사회복지사 급여(202만3650원)의 71% 수준이다.

생활복지사들에겐 호봉도 인정되지 않는다. ‘2018 지역아동센터 사업안내’에 따르면 강 복지사같은 지역아동센터 법정종사자에 대한 인건비 지급기준을 최저임금액 이상으로 명시했다. 이는 경력인정도 승급도 없는 단순 지급기준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 2년차 강 복지사와 경력 10여년 가까이 되는 센터장이 거의 비슷한 급여를 받는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비에 쪼들리는 형편 때문에 지역아동센터는 매년 정부예산철마다 몸살을 앓는다. 새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 10월 유난이 쌀쌀했던 늦가을 날씨에도 800여명의 사회복지사들이 국회와 기획재정부 앞에서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현실화하라”고 외쳤다.

구로파랑새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성태숙 대표도 이런 집회의 단골 참여자다. 성 대표는 “센터 운영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살려면 접는 방법밖에 없겠다 하면서도 아이들과 부모들 얼굴 보면서 마음을 추스리는 생활이 벌써 10년이 넘었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참은 만큼 분노도 크다. “이건 열정페이도 아니고 국가의 착취고 임금차별입니다. 국가가 할 일을 대신 맡아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임금 이야기하면 봉사하시는 분이 왜 그러냐고 그래요. ”

지역아동센터처럼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못하는 그룹홈(아동공동생활가정)도 예산철마다 몸살을 앓는 동네 중 한 곳이다. 지난 5월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안정선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광화문에서 두번째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룹홈은 고아나 학대피해아동 등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정과 같은 분위기에 자라도록 돕는 시설이다. ‘2017 아동공동생활가정실태조사 결과 및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그룹홈 종사자의 일평균 근무시간이 17시간이 넘는 경우가 40%에 육박했다.

소외당했던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 종사자들은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음달 10일 국회에선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7일 “아동복지체계에서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하는 곳이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이라면서 “가정에 있지만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 지역아동센터, 가정에서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 그룹홈으로 상당히 중요한 서비스 영역인데 그동안 계속 소외되다 보니 지금처럼 열악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력의 질인데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는 영역에서 좋은 인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지역 내 아동돌봄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 종사자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아동보호정책전문가 인터뷰│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모가 이혼했다고 대리양육하는 이상한 아동보호
대규모시설 양육, 유엔은 줄이라는데
"지자체 현장 중심으로 위기아동 통합지원"

['위기의 아동' 보호·돌봄 바로 세우기 연재기사]
① 사후 땜질식 대응 한계│아동·원가정 지원보다 대리양육서비스에 초점이 문제2018-06-27
② 아동보호 현장은 혼돈 중│“가장 낮은 곳에서 아이들 돌봤는데 … 돌아온 건 임금차별”2018-06-28

김형선 김규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