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국제공조수사 점검
"한국, 유럽 사이버범죄협약 가입해야"
논의 있지만 15년째 미뤄와
경찰 사이버성범죄 국제부서 제안
날로 증가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럽 사이버범죄협약' 가입과 '경찰청 인터폴계'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디지털 성범죄 정보를 신속히 확보하는 게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과 공조 절실 = 현재 국제 공조수사는 주로 미국과 인터폴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 공조해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를 폐쇄하고 운영자를 검거한 이후 국제공조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현지 주재관과 유로폴 등을 활용하면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이 때문에 경찰청과 전문가들은 유럽 사이버범죄협약 가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유럽 사이버범죄협약은 2004년 공식 발효됐다. 현재 영국, 미국, 일본 등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포함해 모두 63개국이 가입했다. 이 협약은 실체적 금지규정과 절차규정으로 구성됐다.
실체적 금지규정은 해킹범죄, 저작권침해범죄, 아동음란물범죄, 인터넷사기 등이다. 회원국은 실체적 금지규정에 따라 △저장된 컴퓨터 자료의 신속한 보존 △저장된 컴퓨터 자료 공조 △ 저장된 자료의 초국경적 접속 △전송 자료의 실시간 수집 공조 △콘텐츠 자료 감청 등을 공유한다. 한국은 영장 없는 신속한 자료보존과 통신데이터 실시간 수집 등이 '통신비밀보호법' 등과 상충된다며 15년째 가입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박사방 사건 등 국민적 지탄을 받는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더 이상 가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을 얻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부 부처별로 검토할 사안이 있겠지만 국제공조를 위해선 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성폭력 상담소 등을 운영하는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유럽 사이버범죄협약에 가입하면 통일적인 법체계 하에서 공조가 이뤄지기 때문에 범인 검거와 증거확보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가입을 촉구했다.
◆15명뿐인 경찰 인터폴계 =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사이버범죄 국제공조 수사 강화 방안' 연구 논문(저자 이은실, 2017년)에 따르면 현행 국제공조수사는 형사사법공조, 범죄인인도, 인터폴 등을 활용한다. 형사사법공조는 법무부나 검찰청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공식 절차다. 특히 각국이 형식적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우려 때문에 형사사법공조 요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검찰청과 법무부, 외교부 등을 통해 해당 국가에 공문을 보내는 복잡한 절차와 범죄사실의 내용, 영장의 유무 등 까다로운 조건 등이 단점이다. 범죄인 인도 역시 범죄에 이용된 디지털 정보 확보 수단으로 용이하지 않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경찰은 주로 인터폴을 활용한다.
논문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경찰관 253명 중 33.2%가 국제공조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인터폴을 꼽았다. 한국은 1964년 인터폴에 가입했고, 경찰청 인터폴계에 15명이 근무한다. 또 각국 인터폴 파견 인원이 8명이다.
업무는 △국제범죄 정보 및 자료 교환 △국제범죄 동일 증명 및 전과조회 △국외도피사범의 소재수사 △인터폴 사무총국 또는 다른 국가 인터폴 사무국이 요청한 업무 협조 등이다. 국제공조 부서인데도 디지털 성범죄 수사와 관련된 특화된 업무가 없다.
이런 제한된 업무 때문에 인터폴계를 과 규모로 확대해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국제동향 및 정보수집, 수사 등을 상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경찰관들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인터폴계를 과 규모로 개편해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국제 공조수사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능 확대가 필요하지만 현재도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공조수사 강화를 위해선 인터넷기업과 국제시민단체 협력도 절실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발행한 '다크웹상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에서 "인터넷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통 전담 신고센터 설치가 필요하다"하며 "인터넷기업과 국제시민단체 등의 협력과 공조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인터폴계 확대는 좀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사이버 성범죄 관련 국제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2018년 주최한 '성 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조엘 이보네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 대리는 당시 유럽 실태 등을 소개하면서 "성범죄자들이 활동하기 힘든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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