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정석 산불정책연구소장
"의용소방대도 산불예방 역할 하도록"
산불감시원 역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산불재난 예방을 위해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산불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높이는 일이 중요한데, 현 제도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사실 정부는 꽤 오래 전부터 산불감시원제도, 공익광고, 산불 예방 교육 강사제도 등을 운영 중인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20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황정석 산불정책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농학박사인 황 소장은 2013년 산림청 산불전문가 겸 강사가 됐다. 산림환경자원학 산림정책을 전공한 그는 각종 산불강의와 교재 발간 등 산불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 박사의 우리나라 산불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과 결합해 감시 확대
"산불감시원들이 힘들게 산을 오르내리며 산불 예방을 위한 다양한 감시 활동을 벌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져요. 한 예로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소각 장면을 발견해서 산불감시원이 저지하지만 현장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요. 산불감시원들 말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죠. 하지만 산불감시원들은 제재할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불을 끌 때까지 주위를 맴돌거나 기다리는 일들이 많습니다. 현실이 이런데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는 게 무리죠."
산불감시원은 화재예방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정된 산림과 벌목예정지역을 순찰하며 산불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봄철 등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에 한시적으로 근무하는 계약직이다.
지난해 전국 약 1만2110명이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했다. 산불감시원의 역할 강화나 처우 문제 등은 매년 지적되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용소방대가 산불감시 역할을 함께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전국에 약 10만명이 의용소방대로 활동 중이죠. 이들까지 산불 예방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면 새로운 인력 10만명이 생기는 셈이잖아요. 기관들끼리 벽을 세우지 말고 기존에 있는 조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용소방대는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특별한 화재가 발생할 때 출동한다. 전문적으로 소방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이 있지만 화재발생 시에는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황 소장은 산불 예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직이나 인력, 예산보다도 시민 의식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동해안 대형산불을 떠올리며 흔히 강원도에서 제일 산불이 많이 날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강원도 지역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편이에요. 지역 특성상 한번 발생하면 큰 피해가 일어나지만 그만큼 지역주민들이 주의를 해요.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경각심을 확실히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시민 의식 변화가 제일 중요해
실제로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산불 발생 건수가 가장 높은 곳은 경기 지역이다. 10년 평균 101.7건이 발생했다. 두번째로 높은 곳은 경북으로 10년 평균 80.2건이다.
강원도는 3위로 10년 평균 72건을 기록했다. 물론 10년 평균 피해면적은 강원도가 551.596ha로 가장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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