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숲 복원 4100억, 피해주택복구 51억
피해목 벌채에만 532억원 … "송이 생산지 70% 불타, 향후 30년 동안 피해액 2000억원 넘어" 분노
"숲에 어떤 시설을 만들 때는 '사람이 먼저지 숲이 먼저냐' 이런 얘기를 하는 나라가 정작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도 제대로 해주는 게 없다." 18일 '대형산불과 생태적 숲 관리'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홍석환 부산대 교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교수는 "산불 피해 산림 복구에 4170억원, 주택 복구 지원금으로 51억원을 책정하는 게 대한민국"이라며 "임도가 아니라 도로가 있는 주택까지 다 태운 정부가 어떻게 주택 복구엔 고작 51억원을 쓰면서 불에 탄 나무 치우는 데 532억원을 쓴다고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긴급벌채를 하게 되면 인가 주변의 숲을 다 벌목하기 때문에 토사유출이나 산사태 등 오히려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이게 과연 53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서 시급하게 추진할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진 현지 여론도 '긴급벌채' 등에 집중하는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장시원 울진군의원은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산림청은 중요한 산불 방어선 구축도 안했고 전국에서 올라온 소방차 지휘통제도 제대로 안했다"며 "이번 산불은 명백한 인재이고 산림청에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인데 기다렸다는 듯 산불 피해지 복원을 들고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 의원은 "5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서 '복원을 위한 복원'을 하는 건 반대한다"며 "이번 산불로 울진송이 생산지의 70%가 불에 탔는데 이런 주민 소득감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규봉 울진생태문화연구소장은 "첫날 산불이 후방산불로 번지던 3월 4일 오후 현장을 지키며 인력과 소방차 지원을 요청했지만 달랑 소방차 한대가 왔다"며 "이 후방산불을 제 때 잡지 못해 응봉산과 소광리 유전자원보호림까지 태운 것"이라고 산림청을 비판했다. 이 소장은 "가구당 1800만원의 정부지원금으로는 주택복구도 불가능한 상황인데 다행히 국민성금으로 가구당 1억원 정도 지원하게 될 것 같다"며 "울진은 30년 동안 송이 채취를 못해서 생기는 피해액만 2000억~300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금까지 소나무 인공조림을 한 산에서 송이가 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소나무 피해목 벌채가 아니라 최대한 소나무를 살려서 송이숲을 복원하고, 인가 주변은 자연복원으로 산불에 강한 활엽수가 자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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