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부 '세월호 지우기 나섰나' 우려

2023-04-17 11:08:44 게재

교육장관 추도사 없이 '안산 기억식' 불참

서울 세월호·이태원 추모 공간, 철거 위기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서울과 경기 안산, 전남 진도·목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식'에 학생안전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교육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 안전주간을 안내하면서 추모 표현을 삭제한 직후라 정부가 바뀐 뒤 '세월호 지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9주기 기억식'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불참했다. 대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참석했다.

◆세월호 사라진 '안전주간' = 교육부 수장이 불참한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2017년 이준식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 그간 교육부 장관들은 매년 기억식에 참석했다. 이 전 부총리는 대신 본인 명의의 추도사를 냈다.

2018년에는 김상곤 부총리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유은혜 전 부총리가 참석했다. 유 전 부총리는 2021년까지 추도사를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에 부총리나 차관 명의의 추도사도 내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주관 '국민안전의 날' 행사는 코로나19 때문에 4년 만에 개최된 중요 행사"라며 "세월호 기억식도 추모 의미나 중요성으로 봐서 부총리가 참석하려고 했으나 안산에서 열리는 데다 인파 때문에 교통 여건이 불확실한 점을 고려해 차관이 역할을 분담해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 안전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교육부 수장의 불참에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민안전의 날 행사가 가장 최근에 열린 2019년 4월 16일 당시 유은혜 부총리는 세종에서 오전 11시 10분 열린 국민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오후 3시 경기 안산에서 개최된 세월호 기억식에 참석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교육부 안전주간(4.10~28) 운영 안내' 공문을 보내면서 '추모'라는 표현을 삭제해 논란을 불렀다. 이 총리는 14일 국회에서 이와 관련해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마음 깊이 추도하는 점은 변함이 없다"면서 "모든 재난을 염두하고 안전교육과 안전실천 문화 확산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모공간 놓고 대치 상황 = 이런 가운데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으로 지난 2021년 서울시의회 앞 가설 건물로 옮겨온 '세월호 기억공간'이 또다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의회가 부지 사용 기간이 끝났다며 자진 철거를 권고하고 지난해 말부터는 무단 점유 변상금도 부과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기억공간(기억과 빛)은 광화문 광장에 유가족 단체들이 만들었던 천막이 모태다. 서울시의회와 협의한 부지 사용 기간은 지난해 6월로 끝나면서 기억공간은 '불법·임시 건축물' 처지가 됐다. 유가족 등 관련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으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측에서 광화문광장 내에는 어떠한 시설물도 들어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길 건너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족과 대화 중단을 선언한 서울시가 변상금 약 2890만원을 통보하고 강제철거 가능성을 예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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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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