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못 벗어난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
용산서장 보석 재판 … 서울청장 기소 '오리무중'
용산구청장도 업무복귀 … 서울시장 수사제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이 25일 기각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피고인들의 1심 재판은 9개월째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비좁은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모두 159명이 사망했다.
경찰과 검찰이 9개월째 수사 중이지만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그나마 구속됐던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주요 핵심 피고인들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박 구청장은 '별 일 없다는 듯' 업무에 복귀한 상태다. '용산'을 벗어난 윗선에 대한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재판 또는 수사를 받는 피고인·피의자는 총 23명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7명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재판도 답보 상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핵심 피고인은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박 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 6명이다.
이들의 1심 재판은 법정 구속기한인 6개월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모두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한 박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구속기소 된 뒤 7개월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다. 참사 당시 현장 경찰 대응을 지휘한 이 전 서장과 송 전 112치안종합상황실장도 1월 18일 구속기소 된 뒤 6개월 넘게 재판 중이다.
1월 20일 업무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 구청장과 최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1심 재판도 6개월을 넘겼다. 두 사람은 6월 7일 보석 청구가 인용돼 석방됐다. 같은 달 21일에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도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달 6일에는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도 보석이 결정됐다.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참사 책임을 밝히는 작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모두 서너 차례 이상 공판을 열어 검찰과 피고인 측의 주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들 외에도 참사가 일어난 거리에 불법 구조물을 세운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 이 모씨와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참사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등 10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일선 수사팀의 기소의견을 대검 지휘부가 막고 있는 형국이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 청장 경우 핼러윈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는데도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이 사건을 송치한 지난 1월 검찰은 김 청장 집무실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고, 4월에는 김 청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피의자 소환조사 이후 수사는 제자리 걸음 중이다.
검찰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 국내외 유사 사례를 최대한 수집하고 검토 분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청장이 핼러윈 대비 경찰기동대를 서울청에 요청했다는 이 전 서장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수사가 여의찮은 상황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서장을 기소하면서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을 사전에 요청한 사실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참사 발생 이후 구조 지휘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최 서장도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최 서장의 경우 소방의 인명 구조가 부실했다고 인정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이 전 서장 등 경찰 측 책임이 옅어질 수 있어 검찰의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외에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경정), 이봉학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등 5명도 여전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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