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 엇갈린 여야

"야당 '묻지마 탄핵' 사과해야" "아무도 책임 안져, 특별법 필요"

2023-07-26 10:51:01 게재

여당 "법 위반 없는데 특별법 추진은 모순"

야당 "면죄부 안돼, 끝까지 책임 물어야"

대통령실 "탄핵소추권 남용, 심판받을 것"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에 대해 여야는 '책임'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을 비난하며 헌재 결정 승복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반드시 참사 책임을 묻겠다'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국민의힘은 '묻지마 탄핵'이라며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6일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 지도부야말로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했다.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이) 시작부터 무리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헌법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이 장관에 중대한 법 위반이 없고, 헌법상 의무 위반도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억지로 강행한 것은 자당에 쏠린 사법 리스크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려는 의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무책임한 묻지마 폭력, 묻지마 탄핵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주도했던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면서 "민주당이 상식을 가진 정당이라면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정상"이라며 "(국회의) 권한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사하고 내지르는 세력은 묻지마 폭력보다 더 심각한 사회악"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행안부 장관의 장기 공백은 이번 수해와 같은 재해·재난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행안부 본연의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의회 폭주의 폐해는 또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며 "국민 피해를 가중하는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하는 이재명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야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추진에 대해선 "법 위반이 없는 사안에 대해 별도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 행동"이라며 "민주당은 무리한 입법 추진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거야 심판론'으로 야당을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상식에 맞는 판단이 나오길 바란다"는 정도의 비공식 코멘트를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 언론들을 통해 "탄핵소추제도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듯 "이러한 반헌법적 행태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헌재 결정에 반발하면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26일 최고위 회의에서 "법률상 잘못이 탄핵당할 사유가 부족하다고 해도 잘못은 잘못"이라며 "정부는 죄송하다, 책임지겠다, 부족했다 이렇게 해야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용산·여당은 최소한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파면하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무한책임을 갖고 반드시 특별법 제정하겠다. 모든 과정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대응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은 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장관은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공직자의 자격이 결여된 자"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진성준 의원은 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별법을 통해 참사의 진상이 다 조사되면 다시금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나 몰라라' 하고 야당 탓으로 일관한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 집권 세력의 뻔뻔함과 후안무치한 행태는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소추권 남용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25일 "탄핵은 헌법에 보장된 제도"라며 "탄핵이 기각됐다고 해서 탄핵 추진한 것을 반헌법적이라고 하면 헌법에 규정된 행위를 국회가 해선 안 된다는 무리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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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엄경용 이재걸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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