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은 물을 수 있을까?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심판 기각에
충북지사·행복청장 등 처벌여부 촉각
재난대응시스템 재정비는 과제로 남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되면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재난대응기관의 책임범위 문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로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참사에 대해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장관 복귀 시점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고, 사고 책임을 가리기 위한 검·경 수사와 감찰 등이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다.
2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여러 측면에서 이태원참사와 닮아 있다. 사고 전 홍수경보와 범람위험 도로침수 등 다양한 경고신호(신고)가 있었음에도 어느 기관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호강 범람의 1차 원인을 제공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지하도로 관리주체인 충북도, 도로통제 등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청주시와 경찰 등 관계 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참사인 셈이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태원참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 모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인데 부처간 협력이 잘 안돼 벌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런 이유로 재난 컨트롤타워의 기능과 권한을 확대해 왔음에도 재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책임자들의 부적절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내가) 사고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상민 장관도 이태원참사와 관련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건 아니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헌재도 이 같은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봤다. "행안부 장관에게 기대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내용상 부적절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재판관 일부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오송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전방위적인 수사도 진행 중인데, 이 역시 이태원참사 당시와 비슷하다. 실제 지난 24일 검찰수사본부가 충북도청(자연재난과) 청주시청(안전정책과 하천과) 흥덕구청 청주흥덕경찰서(112상황실) 충북도소방본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5개 기관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3일째인 26일 오전까지 진행될 만큼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국무조정실 감찰도 진행됐고, 경찰도 수사본부를 구성해 대상 기관들의 범죄혐의를 찾고 있다.
이태원참사 당시에도 검·경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책임자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25일 헌재의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 기각은 재난대응 최고 책임자에 대한 법적 면죄부가 됐다.
한편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장관에게는 재난대응체계 개혁이 최대 과제로 남게 됐다. 이태원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일인데, 이번 집중호우 피해로 다시 한 번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상민 장관도 업무복귀 이후 이런 상황을 고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복귀 이틀째인 26일 오전 집중호우 대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뒤 곧바로 오송 참사 현장을 점검했다. 이후에는 경북 봉화와 영주의 호우피해 현장을 점검한다. 이 장관은 앞서 업무복귀 첫날인 25일에도 충남 청양의 침수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신속한 복구를 지시했다. 청사에 돌아온 뒤에는 곧바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응과 복구계획 등을 보고받았다. 이 장관은 업무복귀 후 입장문을 통해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천재지변과 신종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체계와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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