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뱃머리만 남은 순간에도

해경 콜센터 "학생 전원구조" 되풀이 전파

2014-05-02 13:08:02 게재

직원 3명, 전화 폭주에 확인도 않고 답변 … 해경, 오류정보 진원지 인정

인명 피해 상황 (2일 오전 11시 현재)
탑승 476명 구조 174명
사망 225명 실종 77명


지난달 16일 뱃머리를 제외한 세월호 선체가 모두 바닷물에 잠긴 상황에서도 해경은 "학생들을 전원 구조했다"며 허위상황을 여러곳에 전파한 사실이 내일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를 전파한 이들은 그동안 알려진 목포해경 상황실이 아니라 인천 해경 본청 민원콜센터 직원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현재까지 '해경이 학생 전원구조 내용을 전파했다'는 사실은 두가지 경로로 확인됐다. 하나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일 경기교육청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다. 유기홍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이 자료에 따르면 16일 오전 11시 6분, 사고 소식을 들은 단원고의 한 교사가 직접 목포해경에 전화를 걸어 학생 전원구조 여부를 물었고, 해경은 "우리도 그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또 다른 하나는 비슷한 시간에 해경에 사실확인 전화를 건 단원고 학부모 A씨의 경우다. 그는 사고 소식을 듣고 학교로 갔다가 전원구조 소식을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차례나 목포해경에 전화를 걸었다. 첫번째는 11시 13분.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전원 구조됐다"고 말했고, 학교강당에서 함께 듣던 학부모들은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있자 그는 11시 20분 다시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어 "진짜냐? 책임질 수 있냐?"고 물었고 그 여직원은 "중앙대책본부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TV에 보도된 것을 봐도 확실하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간 단원고에 나와 있던 단원경찰서 정보관의 무전내용을 들었다는 학교 관계자도 2명이나 있었다. 이 중 한 관계자는 "경찰 정보관이 직접 해경에서 확인이 됐다고 얘기해줘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내일신문 확인 결과 A씨 등이 전화를 걸었던 곳은 목포해경이 아니었다. 이들은 인터넷과 114를 통해 목포해경 번호(061-241-2000)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 전화는 인천의 해경 본청 민원콜센터로 연결된다. 전원구조가 사실이라고 확인해준 사람들은 당시 민원콜센터에 근무했던 3명의 여직원이었다.

당시 근무했던 한 여직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평소에는 해당부서에 연결해 주지만 그날(16일)은 전화가 폭주해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전원구조 사실을 묻는 전화에 '그렇다'고 답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물어보고(상부에 보고한 뒤)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들이 어떤 경로로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인지하게 됐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센터 여직원들이 '전원구조' 사실을 전파하고 있던 시간 세월호는 거의 바닷물에 잠겼다. 세월호는 10시 25분에 이미 선체가 90도 이상 기울어졌고, 11시 30분에는 뱃머리를 제외한 선체 전부가 바닷물에 잠겨 있었다.

해경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전원구조'라는 허위 정보를 되풀이해 전파했던 것이다. 해경의 허위정보로 구조의 황금시간을 헛되게 보내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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