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장시간 잠수 특수장비(리브리더 · Rebreather) 갖고도 안 썼다
지난해 도입해놓고 사고현장 투입 안해 … 해경 "훈련용"이라더니 "침투용" 횡설수설
해경이 장시간 잠수가 가능한 특수장비를 보유하고도 이번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훈련용"이라고 해명했다 나중에는 "침투용"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해당 장비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잠수장비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해 초 무렵 수중재호흡기(리브리더·Rebreather)'를 4대 도입하고 사용법 교육도 실시했다. 이들 장비는 대당 5000만원을 호가하며 현재 남해해경청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리더란 잠수부가 내쉰 공기를 배출하지 않고 순환시켜 재호흡을 가능케 하는 장치다. 일반 공기탱크는 매 호흡 때마다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쓰지 못하고 버리는 산소가 대부분인 반면 리브리더는 내쉰 숨을 거르고 산소를 보강, 재공급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다.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개 1시간 이상 잠수가 가능하다. 재순환된 공기는 공기탱크와 달리 따뜻하고 촉촉해 감압 때 부작용도 적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리브리더는 특히 고난도의 난파선 다이빙에 권장된다.
그런데 해경은 리브리더를 보유한지 1년이 넘었음에도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부터 현재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9중앙구조대도 리브리더를 보유, 사고 초기 장비를 가지고 출동했으나 해경의 지휘를 받아 그냥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잠수 전문가들은 감압챔버 등 장비가 갖춰진 상태에서는 선상에서 공기가 계속 공급되는 부카(속칭 '머구리') 방식이 유리하지만 부카잠수가 준비되지 않았던 사고 초기에 해경이 리브리더를 투입하지 않은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조가 아닌 시기라도 가이드라인을 붙잡고 선내에 들어가면 물살이 약해 장시간 수색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이날 아침 해경은 리브리더 보유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훈련용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 없는 장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얼마 후 "2005년 해군이 보유한 것과 같은 침투용을 2대 구입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해군의 침투용 리브리더는 구조에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잠수 전문가들은 해경이 어떤 이유로 구조에 아무 쓸모없는 침투용 장비를 도입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뒤바뀐 해명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홍성훈 한국잠수협회 사무국장은 "해경이 침투부대냐. 왜 군용 침투장비를 도입하느냐"며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해경 측의 한 관계자는 "(해경이) 장비를 사놨지만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19 쪽 장비를 돌려보낸 것도 이런 상황이 노출될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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