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17일째, 정부는 '콩가루' 였다"
합동분향소 조문객들 '무능한 정부대응' … 대통령 사과 관련 '선수습 후사과' 요구도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은 연일 "정부의 사고대응 실패로 희생자를 키웠다"는 비판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부패한 '해피아'와 유병언 일가의 비리 캐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과 달리 국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박근혜정부로 향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에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합동분향소에 왔다는 임 모(여·30)씨는 "세월호 사건의 일차적 책임은 국가 재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조차 가동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에 있다"고 잘라말했다. 임씨는 정부 대응에 대해 "후진국형 재난구조에 그치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지금까지 실망의 연속이었는데 앞으로도 솔직히 회의적"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화물운전을 하는 최 모(51·안산 초지동)씨도 "각 부처와 해경, 해군 등 정부 조직간 갈등으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지금도 역시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며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콩가루 정부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해군통신학교 무선사 출신이라고 소개한 조병권(71·안산시 신길동)씨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장비도 마련해 놓지 않았고 훈련도 안 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이런 현실도 모른 채 진도에 내려가 이것저것 지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질타했다. "그러니 바다에 배만 띄웠지 사나흘간 물속에 들어갈 엄두도 못낸 것 아니냐"고 조씨는 반문했다.
조씨는 논란이 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사과는 수습에 전력을 다한 후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며 '선수습 후사과'를 주문했다. 그는 "이번에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고질적인 부패도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민의 감시 하에 땅을 갈아엎듯 정부조직에 대한 전면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는 추모객들의 목소리가 초기의 미안함과 무력감에서 벗어나 정부에 대한 비판과 분노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난맥상이 희생자를 키웠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연휴의 시작인 이번 주말 3일과 10일 등 잇따라 촛불집회를 열어 추모열기를 이어가는 한편, 정부 책임을 묻고 여론을 조직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도 현지에서 '늑장대응 책임져라' '아이들 목숨을 담보로 힘겨루기하는 기본이 무너진 나라' 등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청와대와 정부당국을 비판하고 책임을 묻는 구호를 외쳤다. '어린 생명을 앗아간 정부는 살인자'라는 피켓도 등장해 정부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했다.
한편 노동절인 1일 전국 각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조문객들로 붐볐다. 휴일 나들이 대신 분향소를 찾은 국민들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와 서울광장 등은 아침부터 긴줄이 이어졌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온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추모 열기가 한층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까지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추모객은 안산 27만명, 서울광장 11만명을 넘었고 그 외 전국 78개분향소를 포함해 약 6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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