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영리화' 확대, 성과내기 급급

2014-08-12 13:58:55 게재

특정병원에 맞춤형 제도변경 시도 … 보건·노동단체·야당 "병원 돈벌이 위한 종합선물"

그 동안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 등을 허용하면서 병원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해 온 정부가 다시 의료영리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정병원을 위한 맞춤형 제도개선을 시도하거나 현장에서 시행되지도 않은 제도를 바꾸는 등 투자활성화 성과를 내기 위해 급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동단체와 야당은 "국민의 건강권 수호보다 병원의 이익을 높이려는 의료영리화의 종합선물셋트"라고 비난했다.

◆건강기능식 등 부대사업 범위도 확대 = 정부는 12일 오전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정부는 의료법인 자회사 성공사례를 창출하기 위해, 몇몇 의료법인의 애로를 해소해 주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부천세종의료법인은 주로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심장질환과 미용 위주의 진료를 하기 위한 1000억원 규모 병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건물 일부층에 자법인 형태의 메디텔을 설립하고자 외부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규정이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연1000명의 해외환자 유치실적이 있어야 메디텔 설립이 가능토록 되어 있다. 결국 이 신설 자법인은 메디텔 설립이 불가하다. 이에 정부는 '모법인의 해외환자 유치 실적을 자법인 실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관광진흥법시행령을 개정해 메디텔 설립이 가능해 진다.

또 기존의 의료관호텔의 시설분리 기준은 메디텔과 의료기관이 별도 건물을 사용하거나 같은 건물에 있을 경우 별도 계단이나 엘리베이트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럴 경우 "과도한 비용이 든다"며 '같은 층이라도 벽이 있거나 출입구가 별도로 설치돼 있으면 같은 건물에 입주가 가능'토록 했다.

제주 한라병원의료법인은 병원과 호텔이 결합된 복합의료단지를 운영하면서 수(水)치료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해외환자를 유치하려고 있다. 최근에는 숙박업, 해외환자유치업을 부대사업으로 운영하면서 앞으로 건강기능음료 등 연관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에 건강기능음료 사업은 허용돼 있지 않다. 이에 정부는 해외환자 유치, 연관 사업 등 종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대사업 범위를 건강기능식품과 음료 연구개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이와 관련해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스스로 메디텔의 최소 기준이라며 만들어 놓았던 시설기준이나 부대사업범위를 특정업체 사업을 위해 제도를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보면 의료정책에 대한 신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법 개정 없는 자법인 설립 추진'은 국회에서 현재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부대사업 범위 확대 시행규칙 역시 의료법 상 위임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활성화대책이라는 미명하에 의료영리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 부원들이 6월 25일 인천시 남구 인천교통공사 '희망인천준비단' 앞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송도영리병원 설립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산학협력 수익, 병원 귀속은 법개정 사항" = 정부는 또 "'산학협력법 유권해석'을 통해 의과대학 산하에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해, 의료기술사업 수익을 병원으로 귀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현재 산학협력법 상 산학협력에 의한 수익은 학교로 귀속되게 되어 있다"며 "법 개정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은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임상연구활성화와 임상기회 확대를 위해 신약, 신의료기술 개발·실용화를 촉진할 예정이다.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대상에 현행 자가줄기세포 치료제에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할 방안이다. 현재 유전질환, 암 등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병이면서 현재 이용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허용하는 것을 둘 중 하나만 갖춰도 연구가 가능토록 허용된다. 대체치료법이 없는 환자에게 신의료기술을 조기에 사용할 수 있게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이에 대해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의료민영화반대 서명운동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어떠한 설득과정도 없이, 임상실험간소화 등으로 국민을 임상실험대상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식 병원과 의료시스템을 한국에 전면 이식하는 것으로 재벌에게 국민의 생명을 이용해 돈 벌게 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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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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