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예고된 성적표'

2019-04-04 11:11:06 게재

선거 주도로 당 안착 '성과'

"전략미스" "반사이익" 지적

'반문' 넘어 대안 입증 관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4.3 보궐선거에 전력투구했다. 후보보다 더 주목받으면서 '황교안 선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결과는 1승 1패. 사실 예고된 성적표였다. 당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인 황교안'으로서 진짜 평가는 보궐선거 이후부터라는 지적이다.

황 대표에게 3일 선거 결과는 최선도, 최악도 아닌 성적표였다. 다만 창원성산에서의 선전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호평을 받을만하다. 당내에선 정치인으로 변신하자마자 닥친 보궐선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에 안착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발언하는 황교안 대표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당 관계자는 4일 "탄핵 이후 당이 오랫동안 지리멸렬했는데 이번에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열심히 뛰자, 의원들도 처음에는 눈치를 보더니 나중에는 하나둘 선거전에 적극 뛰어들더라"며 "황 대표가 나서 당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꿨다는게 최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방인 황교안이 들어오자마자 당을 위해 열심히 뛰면서 당 주인으로 안착했다는 얘기다.

황 대표의 득표력도 주목받았다. 창원성산에서 표차를 줄인데는 '황교안 효과'가 적잖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층 결집에 보탬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황 대표가 여당 대표와 달리 전력투구했음에도 결국 예상 성적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전략미스'라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1승1패가 뻔했는데 황 대표가 2주일 동안 경남에 머물면서 중앙무대에서 존재감만 약해졌다는 것. 당 대표 취임직후 컨벤션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자력으로 인한 득표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과 지방경제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선거결과에 낮은 점수를 주는 이유로 꼽힌다. 축구장 유세 논란은 "역시 정치아마추어"라는 뒷말만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4일 "당 대표가 2주 넘게 올인해서 뻔한 성적표를 받았다면 애당초 전략이 잘못됐던 것 아니냐"며 "김학의 특검도 본인이 먼저 요청했어야 하는데, 아직 정치내공이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황 대표에 대한 진짜 평가는 지금부터라는 시각이다. 당장 '5.18 망언' 징계 결정과 최고위원 등 당직인선, 인사청문회·패스트트랙 정국 등에 대한 대응 과제가 놓여있다. 무엇보다 보수진영의 혁신과 변화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다.

지금까지는 '반 문재인' 구호 하나만으로도 문재인정권 실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기에 충분했지만, 지금부터는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한 의지와 실력을 보여줘야할 시점이 된 것이다.

황 대표 본인도 이 점을 인식한 듯 보인다. 황 대표는 4일 최고위에서 "(선거주민이)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 분노했지만 한국당도 정신차려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아무리 정권이 폭정과 실정을 거듭한다고 해도 우리가 대안정당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의 더 큰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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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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