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실패가 4.3 보궐선거 승패 갈랐다

2019-04-04 11:06:33 게재

창원 성산, 민주당 지원에도 정의당 힘겨운 승리

통영·고성, 정부예산공약에도 한국당 크게 이겨

달라진 민심 … 경제 믿음 못준 여당, 사실상 패배

4.3 보궐선거가 '1대 1'로 끝났다. 정의당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성산을 지켰고, 자유한국당은 이군현 전 의원 지역구인 통영·고성 수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통영·고성에선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이변 없이 큰 차이로 당선된 반면 창원 성산에선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고전 끝에 '신승'을 거뒀다. 표면적으로는 무승부이지만 내용상으론 민주당이 패배한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영구 후보, 극적으로 이겼지만 = 창원 성산에서 여 후보는 개표 이후 줄곧 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뒤지다가 막판 대역전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개표 초반만 해도 여 후보는 강 후보에게 10%p 차이로 밀리며 고전했다. 개표 중반 들어 한자리수로 줄긴 했으나 좀처럼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정의당에서는 '우리의 힘이 부족해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패배 인정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소중한 한 표 | 4·3 보궐선거날인 3일 오전 경남 창원 성산구 가음정동 피오르빌아파트 노인정에 마련된 제9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하지만 개표율이 80%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득표율 차이는 2%p로 좁혀졌고 개표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최종 득표율은 여 후보가 45.75%, 강 후보가 45.21%로 표 차이는 504표에 불과했다.

당초 민주당과 정의당이 일찌감치 여 후보로 단일화했을 때만해도 정의당 무난히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단일화 직후 여론조사에서 여 후보는 강 후보를 10%p 이상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강 후보가 선거 후반 맹렬히 추격하면서 혼전으로 바뀌었고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경남FC 경기장 유세 물의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노회찬 모욕 발언'이 없었다면 강 후보가 승리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먹히지 않은 '소지역주의'= 통영·고성에서는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59.47%의 득표율로 35.99%를 득표한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누르고 여유 있게 당선됐다. 통영·고성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30여년 동안 단 한번도 진보성향의 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는 곳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18%를 얻는데 그쳤고, 20대 총선에선 후보를 내지 못해 이군현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후보가 무투표 당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 후보가 30% 중반의 득표율을 올린 것만 해도 선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선거기간 중 민주당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 총력전을 기울였던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일 수밖에 없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은 유세를 같이하며 정부예산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소지역주의'를 부추겼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한국당 당내 후보 경선과정에서 정 후보가 승리하자 경쟁후보가 반발하는 등 잡음이 있었지만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 정 후보측 인사가 지역 신문기자를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의혹도 선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엄경용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국당이 약진했지만 그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더 커보이는 선거"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지지 2040 이탈 가능성"= '촛불' 이후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나 지난해 지방선거 때 민주당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던 것과는 민심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고가 부동산 매입 논란, 장관 인사 문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엄 소장은 "이번 선거 투표율은 기존 보궐선거 때보다는 높지만 전국선거보다는 낮은데 민주당을 지지했던 2040세대의 상당수가 투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대표는 "선거 결과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창원 성산이나 통영·고성은 조선업 침체 등으로 최근 수년간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진 곳으로 정부여당이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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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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