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 일본 책임 덮었다"

2023-03-06 11:19:40 게재

외교부장관 '제3자 변제안' 발표

피해자·야권 "굴욕외교" 반발

윤석열정부가 6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기금을 가해자인 일본 기업은 빠진 채 한국 기업들이 낸 기부금으로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피고기업들의 배상 참여가 없고 이 사안에 대한 일본정부의 직접 사과도 빠져 있는 해법을 공식화한 것이라 피해자 단체와 야권의 비판 등 국내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 브리핑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이라며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이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에 대한 일본의 호응 조치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과거 '사죄와 반성' 계승 표명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미래청년기금' 공동조성 등을 거론했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키 위해 노력했다며 이 해법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 한일관계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외교부는 이번 해법을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으로서,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양국 협상이 당초 1월에서 3월까지 이어진 점을 들며 "피해자들의 아픔에 어떤 식으로든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이 '굴욕외교'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데다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 등 시민사회는 규탄성명은 물론 집단행동까지 예고하고 있어 국내 정치적 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덮어주고 면해주는 합의, 일본만을 위한 합의"라며 "대한민국이 무엇이 아쉬워서 이렇게 굴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75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헐값에 팔아먹지 말라"면서 "실리도 없고 국격도 내던져버린 굴욕적인 외교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외교부 앞에서 "그야말로 역사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라며 규탄하는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도 이날 오후 서울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집중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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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박준규 이재걸 구본홍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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