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감대 없는 강제동원 배상 해법 '밀어붙이기'
전범기업 빼고 '한국이 알아서 해결'
'한미일 협력' 골몰한 외교정책 때문
윤석열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법은 △한국 기업들이 낸 기부금으로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와 △한·일 재계 단체인 전경련-게이단렌(경단련)의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 등이 골자다.
여기엔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 사과도, 전범기업의 사죄와 배상도 담기지 않았다.
제3자 변제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고법 판결을 뒤집고 피해자에게 개인청구권이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이후 11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이 결국은 일본 측 주장대로 일본 피고기업들에 배상 책임을 묻지 않고 '한국이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나게 된 것이다.
가해자는 뒷짐을 지고 있고 재단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한국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걷어 피해자에게 나눠주는 것이라 "주객이 전도됐다"는 여론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과와 관련해서는 전범기업의 사실인정과 사죄가 없음은 물론이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일본 총리의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으로 가게 됐다.
이는 침략전쟁에 대한 포괄적 반성이지 강제동원에 대한 직접적 사과가 아니다. 또 일본 역대 정권마다 '담화 계승' 뜻을 밝혀왔기에, 이번 문제를 위한 추가적 조처로 보기도 힘들다.
피해자측 일각에서 '강제동원에 대한 사실 인정' 등이 담긴 사과를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거의 없다.
지난달 28일 외교부가 피해자 유족들을 단체 면담했을 때도 사죄 필요성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미래청년기금'은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한국 유학생 등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겠다는 방안이다.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명분으로 삼아 들고 나온 것이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면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정부가 만 25년 넘게 이어져 온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밀어붙이기'로 나선 것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과 일본으로 쏠린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하지만 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야당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또한 제3자 변제가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인지 등 법적 논란이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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