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집중호우 학습효과' … 피해 적어 안도
지자체, 과도할 정도로 대응 … 이동량 드문 새벽 통과 영향도
강력한 위력을 가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아침 부산과 경남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갔다. 20년 전 태풍 매미처럼 막대한 인명·재산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악몽을 피해 전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달 초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자체들이 과도할 정도로 대응을 한데다 이동량이 적은 새벽시간대 태풍이 한반도에 진입한 영향도 있다.
부산시는 6일 8시 현재 201건의 피해상황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2003년 태풍 매미때 전국적으로 사망 119명 실종 12명 등 13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당시 부산에서는 부산항의 대형 크레인이 줄줄이 쓰러졌고 해운대 바닷가 해상호텔도 뒤집어졌다.
힌남노는 매미와 이동 경로가 비슷하고 추석 즈음에 우리나라로 북상한 가을 태풍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부산과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때까지 강한 위력을 유지한 점, 만조 시간에 맞춰 경남에 상륙한 점도 닮은 꼴이다.
이번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상가 덧문이 날아가고 유리창이 파손됐는가 하면 보도블록이 뒤집히고 에어컨 실외기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미때와는 달랐다. 시는 경미한 부상만 3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새벽 5~6시 사이 태풍이 지나간데다 대비도 과거와 달랐다. 각급 학교는 휴교나 원격수업으로 바뀌었고 육상을 지나는 지하철과 경전철 버스 등은 선제적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침수 우려가 큰 지하차도와 해상교량들도 모두 통행을 제한했다. 회사들도 출근 시간을 늦추는 곳들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의 이동량이 줄고 새벽시간에 태풍이 빠르게 지나면서 재산 피해는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지자체 방재역량도 나아졌다는 평이다. 창원시는 매미 피해 후 어시장 일대와 월영동, 해운동 등 마산합포구 저지대 침수를 막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2007년 구항 배수펌프장, 2020년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을 새로 만들었다.
구항 배수펌프장은 분당 빗물 476톤, 서항지구 배수펌프장(1·2펌프장)은 분당 빗물 2174톤을 배수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창원시는 마산만 만조시간인 6일 오전 4시 41분을 전후로 구항,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을 가동해 빗물을 강제로 바다로 내보냈다.
박창선 창원시 마산합포구 안전건설과장은 "힌남노 영향으로 만조 수위가 크게 올라갔지만, 펌프장을 100% 가동하지 않고도 배수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이전 같았으면 배수 요청이 쇄도했을 건데 이번에는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횟집이 몰려있는 어시장 해안가를 따라 투명 강화유리벽, 기립식 방재벽이 있는 방재언덕이 생기면서 태풍 대비가 더 충실해졌다는 평이다.
광주·전남은 당초 예상보다 피해규모가 적어 안도하고 있다. 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태풍은 이날 오전 3시쯤 완도에 이어 오전 4시쯤 여수에 근접하는 등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강풍(42㎧)이 불었고, 200㎜ 이상 폭우가 쏟아졌다. 7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광양 백운산 235㎜, 완도 청산도 234㎜, 완도 보길도 2066㎜ 등 많은 비가 내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와 주택파손 등이 없었지만 광주·전남 곳곳에서 피해가 접수됐다. 신안군 흑산면 예리 선착장 400m 가량이 파손돼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 추산 1억원 피해가 발생했다. 또 고흥과 나주 등 13개 시·군 7318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광주 광산구 소촌동에서도 주택과 상가 등 991곳 전력이 끊겼다.
전남지역 391㏊에서 농작물이 쓰러지고, 침수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전남도는 10~30% 정도 생산량 감소를 예상했다.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태풍에 대비해 재해위험지역 307곳 주민 7542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또 신안군 천사대교와 임자대교, 영광군 칠산대교, 영암·순천 고속도로 벌교대교 구간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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