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안재해 완충공간 매입해야"
해양수산개발원 제안
정부가 태풍 등으로 인한 연안지역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해안선에서 주거지나 시설물 등을 육지 쪽으로 물리고 재해를 완충할 공간을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성순(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6일 열린 제12회 연안포럼에서 '해안후퇴와 완충공간을 위한 연안토지매수' 발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발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1991~2020년 사이 30년간 연평균 3.4개에서 2011~2020년 최근 10년간은 4.0개로 늘어나면서 태풍이 연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연안은 해안선에서 500m 이내 주거지나 1000m 이내 산업단지를 포함하는 곳이지만 연안을 끼고 있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면적은 전체 국토의 34%에 이른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연안을 끼고 있는 지자체 구역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전체 국토 피해의 56.2%다.
윤 연구위원이 해안후퇴와 완충공간 확보를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방파제 등 구조물설치방식으로 진행해 온 연안지역 재해예방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윤 위원은 "방파제 등을 설치해도 충분한 효과가 나지 않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지속적 유지보수도 필요하다"며 "피해재발을 막기 위한 복구비는 피해액의 평균 2.3배 규모"라고 지적했다.
거제도 와현지역의 경우 만으로 형성돼 있고, 방파제가 설치돼 있었지만 마을이 해안선에 근접해 완충공간이 없었다. 이 마을은 2003년 태풍 매미 때 주택 34동이 피해(전파 12, 반파 8, 침수 14)를 입었다. 이후 복구에 나서 이주단지를 만들어 해안가 건물을 배후로 이전했다. 이주비는 106억원이 투입됐지만 재해를 피할 수 있게 됐고, 마을 앞에 친수공간도 확보해 경제활성화 지가상승 등 간접 경제효과도 얻었다.
윤 위원은 "피해원인을 제어하고, 피해발생을 피하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구조물 설치가 아닌 다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며 "연안토지 매수는 그 중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매수할 연안토지는 도시나 산업단지 등 개발된 곳보다 저밀도 개발지 중 상습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선정하고, 매입방식도 단계적으로 하는 게 가격상승이나 협상시간 지연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국가가 주도한 계획에 따라 연안토지를 매수하고 있다. 프랑스는 1986년 해안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사업 토대를 마련해 상습적 재해지역과 경관 및 생태환경 보전지역을 중심으로 매입하고 있다.
2017년까지 해안선의 13%인 19만3275ha를 매입했고, 2050년까지 32만ha, 1000개소를 매입할 계획이다. 윤 위원은 "매입방식은 협의매수가 87%, 수용 3%로 협의매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정부가 매수 필요성, 목적, 과정에 대해 주민들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재해시나리오를 시각화한 교육자료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와 한국연안협회(회장 윤진숙)가 함께 마련한 이날 포럼에서는 건국대 허정림 교수가 '해양쓰레기 발생현황 및 대응 방안'에 대해, 서울대학교 김종성 교수가 '한국 갯벌의 블루카본 가치와 국제인증 전략'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발표, 토론했다.
연안포럼은 연안의 지속 가능한 이용·보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201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황준성 해수부 해양공간정책과장은 "연안을 건강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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