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9
2024
올해 미국의 국방비는 8860억달러다. 우리 돈으로 1000조원을 훌쩍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그래서 미국을 ‘천조국(千兆國)’이라고 부른다. 2위에서 11위까지를 합한 것보다 많은 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할 나라는 당분간 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또 다른 의미의 ‘천조국(天朝國)’이다. 역사적으로 중국 왕조를 천자가 다스리는 왕조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말이다. 월등한 국력을 배경으로 주변지역을 번속국으로 아울렀던 소위 ‘중국중심적 질서’는 이와 같은 중국 패권의 역사를 상징한다. 그랬던 중국이 21세기 들어 ‘위대한 중화’의 부흥을 외친다. 천조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살 수는 없는 법, 미국은 중국의 거친 도전을 허용할 생각이 없고 중국은 미국의 패권을 나누거나 넘어서려고 한다. 중국의 실질국방비 역시 이미 천조(千兆)를 넘겼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양국의 군비경쟁도 가열되고
07.25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에 불만을 가진 북한이 2023년 11월 23일 ‘9.19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북한이 ‘오물풍선’을 계속 남으로 보내고 있다. 풍선 안의 내용물은 폐전선 거름 폐지 담배꽁초 분뇨 폐건전지 등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로 알려졌다. 발단은 탈북단체가 북한에 날려 보낸 전단(삐라)에 대한 대응이다. 국방 당국은 풍선으로 살포된 토양에서는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검출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맞대응으로 휴전선 대북방송을 개시했다. 북한의 도발수위에 맞추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폴 라카메라 유엔군사령관이 신원식 국방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북 확성기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방송재개로 인해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경계한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사실상 파탄상황이다. 아니 파탄을 넘어 ‘오물투척’이라는 차마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추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
07.24
곡선에서 오목이 볼록, 볼록이 오목으로 바뀌는 지점이 있다. 바로 변곡점이다. 하지만 변곡점이 위치한 구간은 얼핏 직선으로 보인다.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기나긴 세월 속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는 역사는 더욱 그렇다. 권력이 정점을 향해 질주할 때 마치 직선 주로(走路)인 듯싶다. 당시엔 모른다.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는 사실을. 꼭지점에 섰을 때야 비로소 깨닫는다. 정오를 지난 태양의 숙명을 말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출장조사’는 폭주하는 권력의 맨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고편은 있었다. 23일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한동훈씨는 비대위원장이던 지난 1월 “국민 눈높이”를 말했다가 사퇴 위기에 몰린다. 90도 폴더인사로 파국을 모면하지만.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민심의 심판을 받았어도 거리낌이 없다. 5월14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한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혐의와 고가의 명품백 수수 혐의에 대해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 4명
07.23
‘국회법사위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1주기인 19일 이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다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1차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 합의 없는 청문회”라고 반발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는 등 여야는 청문회 시작 전부터 회의장 밖에서 충돌했다. 회의장 앞에 여야 의원과 보좌진 등이 뒤엉키며 전현희 민주당 의원 등 부상자도 나왔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송석준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청원) 사유 다섯가지가 모두 현재 진행중인 수사와 재판과 관련된 사건이고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이라며 ‘불법 청문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청래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위원회 의결로 결정한 오늘 청문회는 합법적”이라며 “불법 청문회라면 참석한 이유가 무엇이냐, 지금 불법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는 그러나 의혹을 풀 열쇠를 쥔 인물로 떠오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비롯해 핵심 증인 다수가 불출석했다. ‘반쪽 청
07.22
최근 대입 수학능력시험 개편 논의에서 미적분Ⅱ 폐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34년만에 수능에서 미적분Ⅱ가 사라지는 것으로 돼있는 까닭이다. 학문간 융합 혹은 학제적 협동이 활발해져 가는 흐름 속에서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융합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벌써 15년 전 일이다. 대학마다 융합기술원이 설립되면서 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란 개념이 2016년 등장하기까지는 실천의 방향도 모른 채 말만 무성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에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포함되면서 산업 각 분야에서는 이를 적용해보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그 셋의 공통점은 성격상 모두 소프트웨어(SW)라는 점이다. 하드웨어(HW) 중심이었던 3차산업혁명시대를 넘어 SW 중심으로 가자고 선언했던 것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산업의 기초는 제조업이다. 제조업에서는 즉시 생산과 오작동 비율 축소가 최대 관건이다. 따라서 공정 자동화는 필수다. 자동화에는 일부분 HW도
07.18
지금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고령이 큰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나이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 늙어지면 신체적 기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총기도 사라진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너무 늙어 그 막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게 논란의 요지다. 6월 29일 열린 민주 공화 양당 대통령후보 TV토론회에 출연한 민주당 후보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민주당은 패배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언론들도 일제히 바이든의 고령을 이슈로 다뤘다. 정치인의 생명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토론능력이다. 그런데 전 미국인이 지켜보는 이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걸음도 불안하고 말을 더듬거나 단어를 적절히 구사하지 못하는 등 노인티가 두드러졌다. 사실 토론 내용에선 바이든이 잘못된 게 별로 없고 오히려 트럼프가 거짓되고 과장된 주장을 폈지만 바이든은 이를 적절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인상만 주었다
07.17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15일의 전당대회를 앞둔 주말 선거유세에서 총격을 당한 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사건으로 미국 대선판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은 "이 사건으로 선거는 이미 끝났다"며 환호하고, 공화당은 밀워키의 후보 확정 전당대회를 승리의 축제 분위기로 이끌었다. 각 주의 공화당 대표들이 트럼프에게 돌아갈 주 선거인단 수를 외치며 축하를 했고 아들 에릭 트럼프도 플로리다주 당원 대표로 거기에 나섰다.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피격 순간 전직 대통령으로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경호를 받아 엎드렸던 트럼프는 얼굴에 피가 흐르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 ‘파이트’(fight!)를 외치는 쇼맨십을 발휘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취재진 가운데 퓰리쳐상 수상 경력의 AP사진기자가 그 모습을 촬영했다.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쥔 그의 사진은 "역사에 남을 장렬한 모습"으로 전 세계에 완벽한 인상을 남겼다.트럼프는 최근에 "MAGA"(미국을 다
07.16
맨해튼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영화 ‘오펜하이머’의 주인공 오펜하이머는 미국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핵무기 개발은 한 국가의 최대 안보이슈이자 최고의 보안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러니 원자탄의 개발을 자국민인 오펜하이머에게 맡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원자탄 개발을 주도해 나가는 물리학자는 하나 같이 모두 외국인이다. 독일 태생의 아인슈타인을 비롯, 양자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는 덴마크, 핵분열 현상의 전문가 레오 실라드와 수소폭탄 개발에 꽂혀 악역을 자처하는 에드워드 텔러는 헝가리, 세계 최초의 원자로를 만든 엔리코 페르미는 이탈리아, 그리고, 핵융합 이론의 최고봉 한스 베테는 독일 출신이었다. 미국인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맨해튼프로젝트 에 참여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영화 속에선 열심히 봉고만 친다. 그야말로 원자탄은 생산지만 미국(Made in USA)이지 제품 자체는 외국인이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07.15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7월 11일)을 하루 앞둔 10일, 대한민국 인구구조가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1000만62명)가 마침내 1000만을 넘어섰다. 이들이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 내년 상반기면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인구 비중은 전국 평균이 19.5%이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은 26.7%다. 17개 시도 중 이미 20%를 넘어선 ‘초고령 지자체’가 전남 경북 강원 전북 부산 충남 충북 경남 대구 등 9곳으로 절반 이상이다. 우리나라 인구구조 특징으로 흔히 세계 최저 저출산을 꼽는다.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세계 최고 속도 고령화다. 10년 전 2015년만 해도 고령인구는 677만명으로 전체의 13.1%였다. 2020년 850만에 근접했고, 2022년 900만을 넘더니만 1년 반 만에 1000만을 돌파했다. 고령인구 증가는 예견된 일이다. 저출생 고
07.11
마술사와 야바위꾼의 공통점. 둘 다 눈속임이 주무기다. 차이점은 마술사는 정당하게 관람료를 챙기지만 야바위꾼은 부당하게 주머니를 턴다는 거다. 무대에는 관처럼 생긴 상자가 있다. 그 위로 무시무시한 톱니바퀴가 번뜩인다. 드디어 아름다운 여인이 마술사의 손을 잡고 등장한다. 상자를 열고 드러눕는 순간 굉음을 내며 톱니바퀴가 내려온다. 상자는 두 동강이 나고 관객은 비명을 지른다. 어라, 여인의 몸이 두 동강이 났는데 여전히 살아있다. 유명한 인체 토막 마술이다. 공개된 비밀을 소개하면 이렇다. 여성 조수는 한명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두명이다. 또 상자와 이어진 선반에 이들이 몸을 숨길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정작 마술이 통하는 비결은 두뇌활동에 있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를 인지하고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름다운 여인과 크고 무시무시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장면, 여기에 마술사의 현란한 몸짓에 감성이 몰두하면서 숨은 기계장치를 이성적으로 연상하기 쉽지 않다
07.10
지난 5월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4.4GW의 대형원전 및 0.7GW의 소형원전 신규건설이 이 계획에 반영되었다. 아울러 설계수명에 도달하는 원전의 수명연장을 통한 계속운전도 담겼다. 당분간 원전은 에너지안보 및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 및 안정적 전력공급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2022년 7월 유럽연합(EU) 의회는 녹색 분류체계를 의미하는 그린택소노미(EU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기로 의결했다. 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경제활동을 모아 놓은 목록이다. 사실 EU는 2020년 6월 택소노미를 발표하던 당시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리 문제로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원전 없이는 화석연료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부각되었다. 이에 유엔유럽경제위원회는 ‘발전원별
07.09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와 가슴까지라는 말이 있다. 지식과 실천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일이야말로 평생을 걸고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공자가 설파한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스승 역할을 할 수 있다)가 지식에 중점을 둔 말이라면 박지원이 주장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실천에 방점을 둔 말이다. 최근 어느 떡집 앞을 지나다 법고창신(젊은 전통)이라 새겨진 팻말을 보았다. 어느 떡집이나 엇비슷한 맛과 모양이려니 했던 인절미며 강정이 젊은 한과명인들 손에서 새로운 모양과 맛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서양식 고급빵을 만드는 기법을 활용한 떡, 서양식 견과로만 알았던 피스타치오를 넣어 버무린 강정도 있었다. 올해 초 미국 산타바바라 시내를 걷다 발견한 터키식 젤리 가게가 떠올랐다. 영어로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고 알려진 젤리는 흰 설탕가루로 젤리를 버무린 모양새가 전형이다. 터키의 인절미라
07.04
‘여자 뭇솔리니’라 불리던 조르자 멜로니가 2022년 이탈리아 총리가 됐을 때만 해도 세계는 ‘설마’ 했다. 이탈리아의 특수현상이지 유럽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하지만 2년 뒤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달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존과 마찬가지로 중도파 진영이 득표율 1, 2, 3위를 기록하며 무난히 의석 과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개별 국가들로 보면 상황은 충격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벨기에 헝가리 오스트리아 라트비아 등지에서 극우정당이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독일과 폴란드 등지에서도 극우정당이 주류 정당을 밀어내고 득표율 2위로 올라섰다. 후폭풍은 계속됐다. 지난달 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승부수로 3년 일찍 치러진 프랑스 국민의회(하원)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압승을 거둔 반면, 마크롱이 속한 르네상스당 중심의 앙상블(ENS) 연합은 3위로 참패했다. 2차투표가 남아있기는 하나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에는 국
07.03
하반기에 금리인하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시중에 팽배해 있다. 채권시장 부동산시장 가계부채 등에서 이미 이러한 기대가 선반영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은행에 대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라’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6월 16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조성되었다”라고 말했고, 바로 다음날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민경제의 핵심이 금리 문제라는 점에 당정이 나섰으면 한다”라고 언급하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 외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미국에 앞선 선제적 금리인하를 주문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다. 한은총재는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섣부르게 통화완화 기조로 선회한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지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수준에 이른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07.02
야당이 주도하는 22대 국회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특검법안의 국회 통과는 확실시되는데 윤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출구와 해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이 정부로 넘어왔을 때 별 망설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곤 했다.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고유권한이고,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쯤은 여당이라는 방패막이를 통해 막아낼 수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14번 행사한 거부권은 그래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22대 국회에선 여당의 의석수도 줄었고, 대통령을 보는 여당 의원들의 인식과 태도도 전 같지 않다. 총선은 끝났고 다음 총선은 윤 대통령 퇴임 후에 있다. 게다가 세상의 여론은 윤 대통령에 매우 부정적이다. 여권 정치인으로서 권력의 눈치를 아예 안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대통령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07.01
어렵게 집을 장만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집 주인은 은행이고 나는 세입자에요.” 치솟는 전셋값과 집값에 놀라 저축을 헐어내고 ‘영끌’해 집을 샀다. 그러나 내집 마련 기쁨은 잠시, 금리가 뛰는 상황에서 다달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갚느라 허리가 휜다. 개인사업자 자영업 사정도 팍팍하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자 기나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내 고금리·고물가 복병을 만났다. 고물가로 식재료값이 뛰는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다. 장사가 안돼 은행 대출 원리금을 연체하기 일쑤고 스스로 문을 닫는 곳이 늘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때보다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음식점은 팔아도 남는 게 없고,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샐러리맨들은 먹을 게 비싸다고 울상이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다는데 웃는 데가 있다. 바로 은행들이다.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서 소상공인·샐러리맨들에게 돈을 빌려주며 대출-예금금리 차이만으로 연간 수십조원씩
06.27
인공지능(AI)에 대한 환상이 점입가경이다. 예를 들면 보통 사람도 아니고 어느 컴퓨터학회의 학회장이라는 분이 AI에 대한 소견을 말하던 중 “학계에서는 AI를 활용해 만든 데이터를…”이라고 한 적이 있다.(지디넷 2024년 5월 9일자) 데이터 전문가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무척 놀란다. AI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를 가져다 쓸 수 있을 뿐, 즉 데이터를 처리할 뿐 데이터를 결코 만들지 못하는 존재인 까닭이다. 처리하면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데이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처리 전에 주어진 것이 데이터이지 결과를 데이터라고 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애초 형성 혹은 제작하는 일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기계는 데이터를 만들지 못한다. 컴퓨터도 기계인지라 데이터를 만들지는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AI도 역시 기계다. 따라서 AI는 어떤 경우에도 데이터를 만들 수는 없다. 즉 AI는 지능형 알고리즘이 들어간 코드다. 코딩이 결과를 생산하지 데이터 자체를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