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
2024
“작년 말 세계적 권위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우리 경제 성과를 OECD 2위로 꼽았고, 지난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은 우리 국가 경쟁력을 역대 최고 순위로 평가했다. 지난 5월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우리 수출 증가를 ‘블록버스터급’이라며 한국경제 붐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후 참모들에게 “속이 후련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록버스터급’ 경제성과를 국민들이 알아주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서운함이 진하게 읽힌다. 비슷한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외국에 이민 간 한 교포는 “올 때마다 서울이 확 달라져 있다. 스마트하고 세련되고 놀랍다”고 했다. ‘라면의 원조국’ 일본에선 라면공장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 라면들에 밀려 일본 라면 판매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라면 흉
09.03
7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총재의 입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되었다”라고 평가했다. 그전 금통위 결정 때 “(방향전환을) 고민하는 상태”라고 했던 것에 비해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해석되었다.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도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검토’라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8월 22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는 또 다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13번째 동결했다. 극심한 내수침체에 시달리는 자영업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실망이 컸을 것이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고금리를 내수침체의 핵심요인으로 꼽은 국책연구소들의 경제진단도 머쓱하게 만들었다. 여당 정책위의장 등 정치권이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말하고 대통령실까지 “내수를 진작한다는 측면에서 아쉽다”고 유감을 밝혀 이례적으로 금리인하 요구를 감추지 않았다. 통화정책이 경직적이라고 비난함으로써 경기부진
09.02
집권에 성공한 정치권력은 늘 방송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 정권의 차이는 거의 없다. 방송을 손에 넣었으면 하는 그 굴뚝같은 마음을 가슴에 품고만 있지 않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까지도 다를 바 없다. 일이 조용히 진행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아 파열음이 나오더라도 권력은 기꺼이 감수한다. 정권을 유지하는데 방송은 그만큼 중요한 도구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권력은 취임 초부터 방송 재편을 위한 모종의 수를 동원하고 전방위적으로 작전을 벌여 끝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이를 두고 여권은 ‘방송의 정상화’라고 표현하고 야권은 ‘방송 장악’이라고 비판한다. 여당이 야당 되고 야당이 여당 되는 정권교체가 몇 차례 있었지만, 여당일 때 ‘정상화’를 외치던 세력이 야당이 되어선 ‘장악’이라며, 또 그 반대 입장에서 앙앙불락하는 데칼코마니 같은 패턴은 변한 적이 없다. 그런데 정권 잡은 세력이 방송을 ‘정상화’시키겠다며 동원하는 모종(某種)의 수라는
08.29
40년 전 대학원생 시절, 일본에서 태어나고 독일과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니고 유럽에서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시민인 언어학자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데 한국말을 한국에서 자란 사람처럼 구사했다. 이 분은 IBM의 초기단계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참여하느라 펜실베니아대학교에 단기방문 중이었다. 일상언어의 유형인식(pattern recognition)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구사하는 많은 언어들 중에 한국말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 했다. 그가 들었던 예가 지금도 기억난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영국사람은 “도와줘(Help me)”하고 소리친다. 프랑스사람은 “나좀 봐(A moi)”하고 소리친다. 그런데 한국사람은 “사람 살려”라고 소리친다. 위급상황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인류애에 호소하는 한국사람의 사고구조를 컴퓨터나 로봇이 체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단기체류가 끝나고 떠날 때 그가 한 말은 인공지능을 언어학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08.28
우크라이나에 대한 첫인상은 모스크바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과거 오랜 역사 동안 러시아와 공산권 소련 지배로 인해 그런 듯했다. 우크라이나는 잘살지 못하는 나라지만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IT로 국가 경제를 키워 보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기술 경진대회 기조강연자로 초청을 받아 그 땅에 발을 디뎠다. 러시아의 침공이 있기 불과 1년전 일이다. 이때만 해도 아주 평화롭던 이 나라가 전쟁의 화염 속에 휩싸일 줄은 몰랐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는 러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국토 면적이 큰 대국이나 일인당 국민소득은 4000달러 수준으로 유럽에서 최빈국에 속한다. 30여년 전의 한국으로 생각하면 된다. 동남아시아로 치면 인도네시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 산업은 농업이다. 좋은 땅과 기후 덕분에 미국 태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다. 그러나 큰 덩치에 비해 지난 1000년의 역사 동안 남의 지배만
08.27
6.25전쟁 직후인 1953년 9월에 태어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 1959년 3월이다. 집안에 신문이 배달되었지만 당시 주로 언론을 접한 것은 라디오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정규뉴스를 들으면서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난 것을 알았고 다음해인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정시뉴스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가 어린 시절 즐겨 듣던 것은 당시 유행하던 라디오의 인기 연속드라마와 스포츠중계였다. 1960년대에 국민이 열광하던 스포츠는 축구와 농구로 이들 경기를 중계방송하던 임택근 이광재 아나운서는 국민들의 스타였다. 당시 필자가 좋아하던 축구선수는 김 호 김정남 이회택, 농구선수는 신동파 박신자였다. 이 시절 이들이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는 라디오 중계방송을 들으며 열광했다. 이른 나이에 정치에 눈을 떴는지 1970년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김대중 후보가 김영삼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 후보에 뽑히던 극적인 순간을 접한 것도 라디
08.26
광복의 달 8월, ‘친일의 진격’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일협력을 강조하면서 출범한 정부이지만 정권 핵심인사들의 친일 행보, 식민사관 옹호가 넘어서는 안될 선을 한참넘어서다.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궤변이다.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도 가능하다”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최근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망언을 내놓았다. 친일의 ‘신념’이 넘치는 언사들이다. 눈여겨 볼 것은 그동안 집권세력이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및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비롯한 25개가 넘는 역사관련기관에 친일 뉴라이트계 인사들을 꾸준하게 꽂아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급기야 광복절 직전 국민적 반대를 뿌리치고 뉴라이트계 김형석씨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다. 정부가 “우리도 다 계획이 있다”는 듯 친일의 학문 체제를 굳히겠다는 결의를 밀어붙인 셈이다.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친일의 약진, 역사쿠데타라 할만한 ‘사변’이다
08.22
윤석열 정권의 유일한 치적으로 ‘만(滿) 나이’ 법제화를 꼽는 이들이 있다. 출생일을 0살로 시작해 생일이 지날 때마다 1살씩 더하는 나이 계산법이다. 관련 민법과 행정기본법이 2023년 6월28일부터 시행됐다. 그러자 시민들은 “깨어보니 한 살이 젊어졌다(혹은 어려졌다)”고 했다. 글쎄다. 가는 세월이 야속한 이들은 즐거웠을까. 하루 빨리 성년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은 어땠을까. 만 나이가 정착하는 한편에선 “갓난아이가 0살이 뭐냐, 몇달 몇일로 나이를 계산해야 하느냐” 볼멘 소리도 없지 않다. ‘우리 나이’와 헷갈리면서 만 나이인지 확인해야 했다. 자연히 나이 대신 “xx년생”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늘었다. 만 나이가 불편한 이들은 선대의 생명존중 프로라이프(pro-life) 정신 때문일 것이다. 잉태된 순간부터 생명체로 인식한 사고체계 말이다. 태교(胎敎)를 중시하고 태명(胎名)도 지은 선대들이다. 그래서 280일이 지나 세상에 나온 아이를 1살로 여긴 거다. 그런 점에서
08.21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킨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정인보가 가사를 쓰고 작곡가 윤용하가 곡을 붙인 ‘광복절 노래’다. 1949년부터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불렀다. 광복절 노랫말을 음미한다. 일본제국주의 식민 지배라는 암울한 상황에서 빛을 되찾은 광복(光復)이다. 이 시대 한국인들은 흑암의 일제 40년 역사의 증거이자 증인이다. 일가친척이나 가족 중 누군가는 매국노, 징용, 정신대 등 일제의 동조자이거나 피해자이다. 친일파, 독립운동가와도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인이자 기록자다. 그렇지만 우리는 온몸과 마음으로 서로의 상처를 덮고 보듬었다.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08.20
코로나19로 비즈니스 세계가 겪은 새로운 경험 중 하나가 온라인 회의와 재택근무의 보편화이다. 이전에는 지극히 예외적이었던 원격근무가 뉴노멀(new normal)이 되는 듯했으나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는 많은 기업들이 다시 전통적인 '9 to 6' 근무형태로 복귀하였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전통적 근무 형태와 재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혼합)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재택과 하이브리드는 직장에서 소수 약자에 대한 미묘한 인신공격을 줄이고 조직 내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증진시킨다. 업무유연성(flexibility)과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높여 종업원의 만족도와 생산성을 증진시킨다. 종업원이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기 쉬워 효율과 업무 집중도를 높인다. 또한 출근을 포함하여 이동의 필요성을 줄여 시간 절약 뿐 아니라 회사의 탄소발자국을 감소시켜 다양한 의미에서 ESG 성과를 개선하는 지속가능경영의 중요한 경영수단이 된
08.19
한일관계사에서 유명한 ‘구보타 망언’은 악랄했다. “일본의 조선 통치는 조선인에게 은혜를 베푼 면이 있다. 일본은 36년간 많은 이익을 한국인에게 주었다. 일본이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점령돼 더욱 비참한 상태에 놓였을 것이다.” 한일협정 일본 수석대표 구보타 간이치로는 1953년 이 발언으로 협상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그 뒤 한일회담은 4년 반 동안 열리지 못했다. 한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구보타 같은 인식은 일본 우익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구보타 망언’ 닮은 뉴라이트 역시관 구보타의 발언은 요즘 한국의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닮았다. ‘일제가 다리를 놓아주고, 철도도 깔아주고, 공장도 세워주지 않았나’라는 친일 학자·정치인들과 같다. 일본은 자기네 이익을 위해 한국인의 토지를 빼앗고 마음대로 개발했다. 대륙 진출 병참기지로 만들기 위해 도로를 닦고 공장을 세웠다는 건 친일파가 아니
08.14
올해 광복절 제 79주년 기념행사가 일제강점과 친일을 비판하는 독립운동 유관단체 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뉴라이트 인사들의 한판 승부의 장으로 돌변했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어제와 그제 국내언론에서는 보수 진보지를 막론하고 ‘두쪽 난’이라는 표현이 1면 타이틀을 차지했다. 민족 최대 기념일인 8.15광복절이 이런 형용사를 달고 창피스러운 꼴이 된 건 건국 이래 처음이다. 광복회를 비롯한 25개 독립운동가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과 야당들은 정부가 독립기념관 관장에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임명한 것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정부의 광복절 기념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김 관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발언 등으로 뉴라이트라는 지적을 받았다. 본인은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이종찬 광복회장은 ‘밀정’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런 가운데 독립기념관도 개관 37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광복절 경축식을 돌연 취소했다. 김형석 관장이 15일 정
08.12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미국 대통령 선거전은 트럼프-해리스 대결로 압축됐다. 해리스의 뒤늦은 추격으로 여론조사에서는 예측불허의 양상을 띄지만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 국정의 전방위에 걸쳐 변화가 일어날 터인데 관심사의 하나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기조로 한 기후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는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바이든과 대척점을 유지해왔다. 그는 바이든이 지구온난화를 경감하기 위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산을 골자로 해서 만든 ‘인플레감축법’을 사사건건 비난하며 물고 늘어졌다. “백악관에 다시 돌아가는 날 바로 전기차 연방보조금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195개국이 모여 만든 2015년 파리협정을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전기차 보급은 ‘중국을 배불리는 일’이라고 반대논리를 폈다. 파리협정은 오바마 민주당 정부가 주도권을 발휘해 어렵게 합의한 국제조약인데, 트럼프는 2017년 취임하
08.08
22세 안세영의 분노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다. 금메달을 딴 원동력이 협회에 대한 분노였다고 외쳤다. 일시적 서운함이 아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2018년부터 별렀다고 했다. 충격파는 기득권에 취한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그는 부상한 선수에 대한 관리와 전 근대적인 훈련방식에 실망했다고 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무릎을 다쳤을 때 협회에서 소개한 병원에서 재활기간을 2~5주로 잘못 진단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니 올림픽때까지 통증을 안고가야 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협회는 이런저런 대회에 출전을 강요하면서 선수의 부상에 무신경했다는 거다. 잔치를 준비하던 협회는 난장판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안을 들여다보겠다고 하고, 용산도 인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소셜미디어에는 협회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들끓는다. “선수는 이코노미, 임원은 비즈니스석”이란 폭로부터 선수 선발과정의 적정성, 나아가 안 선수의 해외이주설까지 시
08.07
지난 학기 필자는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수리물리학을 가르쳤다. 물리연구를 문학 창작 활동에 비유한다면 수리물리학 공부는 작가가 되기 위해 고급 어휘와 비유법 은유법, 동서고금의 위대한 문장을 하나씩 섭렵하고 체득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물리학은 이 세상을 크기와 방향이 있는 수학적 존재들인 벡터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졌는데 양자역학에서는 원자를 하나의 벡터로 본다. 뉴턴방정식 F=ma는 힘과 가속도라는 두 벡터 사이의 관계식이다. 벡터가 자연을 표현하는 단어라면 행렬은 번역기다. 한국어와 영어가 전혀 다르지만 번역기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듯 과학자들은 숫자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행렬이란 번역기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바라본 한 대상의 동일성을 증명한다. 시간이 흐르면 대상도 관찰자도 모두 변한다. 미분방정식은 흐르는 물처럼 연속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수학적 언어다. 수리물리학은 단지 물리학에만 필요한 도구가 아니다. 벡터 행렬 미
08.06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티메프의 미정산 판매대금 규모는 7월 31일 기준 2745억원이다. 8월 2일 열린 티메프 사태와 관련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 회의에서는 이 규모가 1조원 가까이로 불어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아직 정산기일이 도달하지 않은 6~7월분 거래액을 고려하면 피해액이 3배 이상 늘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품권, 공연업계, 농식품 판매업계, 휴대폰 소액결제 등에서는 아직 피해액이 파악되지도 않았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신용보증기금 및 기업은행의 보증부대출 프로그램을 동원하기로 한 것도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2000년대 중반 웹2.0이라고도 불리는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이 출현하고 개인 미디어공간을 중심으로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사회적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자영업 문제
08.05
지난 2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 장세가 나타났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고 코스피 시가총액이 78조원 증발했다. ‘검은 금요일’ 장세는 서울 여의도 증시에서만 있지 않았다. 지근거리인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등 정치권에서도 적잖은 급락장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야당의 탄핵안 발의는 18건, 이중 7건은 22대 국회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본회의에 상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극단의 대결정치로 민생은 뒷전에 밀렸다. 반도체법 등 성장동력 관련법의 발이 묶
08.01
일본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에 결국 등재됐다. 일본정부가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유네스코 권고를 수용했고, 이에 우리 정부도 등재에 동의해 준 결과라고 한다. 여기서 ‘전체 역사’란 일본이 애써 외면하려 하는 한일 근대사를 말한다. 일본정부는 사도 광산의 문화유산적 의미를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등재 신청을 했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자행된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를 통째로 가리겠다는 심산이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 자문기구는 눈속임 하지 말고 강제동원되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역사를 함께 기록·전시하라고 지적한 것이다. ‘전체 역사’ 지적은 이미 낯설지도 않다. 2015년 일본이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때에도 같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당시에도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사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안일하게 등재를 허용했다는 비판이
07.31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매직이 신기루처럼 사그러들고 있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ESG 투자와 경영을 과장해 강조하던 노력들은 법규의 철퇴와 이해관계자의 감시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젠 오히려 그린워싱(greenwashing) 관행에서 가능한 한 말을 아끼는 그린허싱(green-hushing)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2050년 순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넷제로(net zero) 목표를 선언한 기업 중 그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과학적 방법과 기간별 성과 및 수정 계획을 밝히지 않는 기업이 태반이다. 스위스 기후금융 컨설팅회사 사우스폴(South Pole)은 2024년 보고서에서 그린허싱이 이젠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소통에 관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44%가 외부 소통이 최근 더 어려워졌으며 58%는 소통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이런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공시의무화가 강화되고 있다. 기업의 환경 및 사회성과
07.30
파리올림픽 개막식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개막식에서는 센강의 다리와 양쪽 연안, 그리고 건물 지붕 위를 무대로 발레를 비롯 갖가지 음악과 춤이 펼쳐졌다. 고전적인 요소도 있지만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양식이 주조였다. 필자가 잠시 머물렀던 40년전 파리는 분위기 있는 도시였다. 파리에 가면 ‘멀쩡한’ 사람도 감상적이고 낭만적이 되었다. 마주치는 한국인들 중에 화가 디자이너 음악인 영화인 등 예술인들이 많았다. 그때와 비교하자면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표현된 파리의 분위기는 인종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성’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리스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데카당트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노출 논쟁이 있는데 사실 고대 그리스 올림픽 선수들은 나체로 경기를 했다. 비주얼면에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파리의 자랑인 미술품들을 그래픽으로 적극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개막식 직전에 철도시설에 대한 사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