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떠 있었으면 더 구할 수 있었는데…"
구조 현장 출동한 어선들 침몰선박 막막하게 지켜볼 뿐
박태일(63)씨는 16일 오전 진도 서망에서 일을 하다 해양경찰청의 연락을 받고 9.7톤급 덕원호를 몰고 바다로 달려갔다. 오전 10시 즈음 도착한 사고해역에서 세월호는 이미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박씨는 "바다에 떠있었으면 더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말했다.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밤을 지샌 한 실종자 가족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박씨처럼 세월호 승객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 어선들 중 많은 선박이 사람들을 구하지도 못하고 침몰하는 배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김웅호 수협중앙회 목포어업정보통신국장은 "수협에서 오전 9시3분부터 대어선 구조방송을 실시, 24척의 어선이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안타깝게 대기만 하다 돌아왔다"고 말했다.
수협은 9시2분 목포해경이 보낸 팩스로 사고소식을 접하고 1분뒤 구조방송을 5분 간격으로 계속했다. 수협이 보낸 신호를 듣고 9시30분 즈음 한성호 등 8척의 어선이 현장에 도착했고 10시15분 일성호 등 4척, 10시28분 원진호 등 8척, 10시55분 강진호 등 4척이 속속 현장에 모였다. 그러나 이들은 승객을 구할 수 없었다.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인근 어민들이 민간자율구조대를 구성해 4척의 어선을 현장에 보냈지만 바다에 뛰어든 승객을 직접 구하지는 못했다. 민간자율구조대 4척 중 명인스타호의 선장 겸 선주 박영섭(57)씨는 "오전 11시쯤 서망지소에서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가니 세월호 선체는 물에 잠겼고 선수만 조금 나와있었다"며 "구조할 수 있는 사람은 다 구조한 상태여서 구조된 사람을 팽목항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명인스타호는 27명을 옮겼다. 태선호, PC헌터호 등 진도지역 어촌계 소속 어선 18척도 현장 구조활동에 참여해 15명을 팽목항으로 옮겼다. 구조에 나선 어민들은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들이 배를 탈출하도록 도왔으면 더 많은 인원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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