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안전장비들 전혀 작동 안해
장비점검 부실 의혹 … 선원 위기대응도 전무
사고선박 세월호 안전장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으로 펴져야 할 구명뗏목이 펴지지 않았고, 승무원들도 약속된 위기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
16일 사고선박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에 따르면 세월호에는 구명동의 1100개(소아용 100개 포함)와 함께 구명뗏목(25인용) 46개와 해상탈출설비 4개, 구명부환 8개 등의 구명설비가 실려 있었다. 이 가운데 구명뗏목은 배의 좌·우현 옆면에 23개씩 설치돼 있으며 배가 침몰할 경우 물에 1~1.5m 잠기면 자동으로 펴지게 돼 있다. 세월호는 배가 다 가라앉았기 때문에 46개의 구명뗏목이 모두 자동으로 펴졌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펴진 구명뗏목은 하나 뿐이다. 45개의 구명뗏목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드러난 정황만으로 보면 안전장비 점검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양구조기관의 한 전문가는 "최소한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들이 저체온증 등으로 목숨을 잃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 배는 지난 2월 한국선급이 실시한 안전성 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선급의 안전성 검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안전성 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선사 측에서 안전성 검사 후 구명뗏목이 자동으로 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묶어놨을 가능성도 있다. 해경 관계자는 "위기상황이 아닌데도 파도 등의 영향으로 구명뗏목이 펴질 수가 있다"며 "간혹 이런 일을 피하려고 구명뗏목을 묶어두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에는 구명뗏목이 자동으로 펴지지 않을 경우 수동으로 투하하는 담당자도 정해져 있었다. 2·3등 조타수와 1·2등 기관사, 조기장, 1등 조타수, 기관원 등이 뗏목투하 담당자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제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비상시 대응 메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일신문이 확보한 세월호의 비상부서배치표(그림)을 보면 이번 사고처럼 '퇴선'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장은 선내 총지휘, 1항사는 현장지휘와 우현, 2항사는 좌현을 담당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선장과 1·2항사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특히 배가 왼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우현쪽 위기대응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어야 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객유도 업무를 담당해야 할 사무원 3명과 조리장, 조리수, 조리원 등도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다. 해경 관계자는 "승무원들의 사고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조사가 시작되면 이들의 책임방기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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