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무슨 소용? 미세먼지 꽉 찼는데"

2019-03-06 11:34:51 게재

서울 보건환경연구원, 1·2월 미세먼지 원인분석

"중국·기후 탓 언제까지" … 더 강력한 대책 주문

사상 처음 6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가운데 서울시가 미세먼지 고농도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대처가 중요하지만 시민들은 "언제까지 중국 탓, 기후 탓만 할 건가"라며 더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6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1·2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7㎍/㎥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미세먼지 '나쁨' 일수 또한 23일로 크게 악화됐다. 기후변화와 중국 요인이 초미세먼지 증가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시베리아와 북한 부근에 형성된 제트기류 때문에 한반도 주변 대류가 억제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바람이 불지 않게 됐다. 이 와중에 북서풍을 따라 중국 산둥·요동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유입되고 국내 정체가 반복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

바람과 비의 영향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연구원이 최근 5년간 1·2월 서울시 초미세먼지 및 기상현황을 분석한 결과 풍속과 강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속은 2015년 2.8㎧에서 2017년 2.4㎧, 올 들어 1.8㎧로 떨어졌다. 강수량도 급감했다. 2015년 34.0㎜이던 1, 2월 강수량은 올해 들어 23.8㎜로 30%나 감소했다.

그 사이 초미세먼지 최대 농도와 나쁨 일수는 정확히 2배가 늘었다. 최대농도는 2015년 66㎍/㎥에서 올해 129㎍/㎥로 증가했다. 나쁨일수는 12일에서 23일로 배가됐다.

중국 영향도 뚜렷했다. 연구원이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원과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북경에서 고농도가 발생하면 약 20시간 뒤 선양에 도착하고 그로부터 12시간후면 서울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27일에서 이달 5일까지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선양에서 고농도가 발생한지 17시간 후, 북경에서 발생한 지 30시간 후에 서울에서 고농도가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원인 얘기만 할건지 답답해하는 시민이 많다.

광화문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정 모(39)씨는 "중국 탓, 기후 변화 탓이란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면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 실제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김 모(40)씨는 "광화문 광장 잘 만들면 뭐하나. 미세먼지 때문에 걸어 다닐 시민이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효과가 검증된 대책을 더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대응 수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통해 경유세 인상과 경유차 감축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유차 비중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42.8%에 달한다. 신규 대수는 2017년보다 오히려 35만대 이상 증가했다.

차량운행 제한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확보됐다. 지난해 6월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자동차 운행제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9%, 매우 필요하다는 답변이 18%를 기록했다. 운행제한 차량 등급을 현재 5등급에서 3~4등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양한 오염원 저감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투입 등에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중 난방·발전 분야가 39%를 차지하면 이중 46%는 가정용 보일러에서 배출된다.

질병관리본부가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환경부 연구 결과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조기 사망자 수는 1만1924명(2015년 기준)에 달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은 심질환 및 뇌졸증(58%)리 가장 많았고 호흡기감염 및 만성폐쇄성폐질환(18%), 폐암(6%)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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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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