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
2024
윤석열 대통령. 그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내란의 수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건만 그는 대한민국은 자신이 통치하는 ‘왕국’이라고 착각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력화시키려 총칼로 무장한 군인을 침투시켰다. 그는 무장군인들에게 계엄을 해제시킬 의원들이 성원이 되지 않았으니 회의장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하고 시대착오적인 망동을 한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겼을 때, 디올백 사건을 두고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박절하지 못해 저지른 일이라고 설명했을 때, 대통령실을 이전한다고 수천억을 썼을 때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가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타났을 때, 그리고 엑스포 유치에 엄청난 돈을 쓰면서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때 그가 더 이상 대통령직을
12.24
내년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최근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특히 5대 재벌그룹의 주력 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령사태 이후 국내정치의 불안도 한몫을 차지하지만 글로벌 정치와 경제 환경의 변화가 더 큰 요인이다. 글로벌경제를 보면 미국만 홀로 호황을 맞고 있으며 유럽과 동아시아 등 다른 지역들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의 강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무래도 혁신이다. 혁신에는 두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하나는 사업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노하우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화에 따르는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 자본이다. 미국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이 한때 미국을 따라잡나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은 제대로 된 혁신생태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감수 민간자본이 없거나 무력했다. 한국경제가 내년에 그리고 단기적으로 어려울 게 예상되지만 이보다 걱정해야 할 것은 불안한 장기전망이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탄탄한 길을 가
12.23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퇴출되고 대신 엔비디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인텔 인사이드(intel-inside)’ 문구 하나로 PC세계를 주름잡았던 인텔의 추락을 보면서 기업 세계엔 영원한 강자가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우지수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0개의 블루칩(우량)기업의 주가총액에 가중치를 매겨 산정한 수치로 매일매일 경제흐름에 관심을 가진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경기지표다. 현재 인텔의 시장가치(주가총액)는 950억달러로 3조5000억달러가 넘는 엔비디아의 약 1/30에 불과하다. 산업 발달의 추세로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총아인데 인텔은 10~20년 전 PC시대의 반도체 왕자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전세계 컴퓨터의 80%가 인텔 반도체를 탑재하지만 반도체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 본다면 엔비디아는 승자고 인텔은 패자다. 2024년 인텔의 모습은 애처롭다. 총 종업원
12.19
많은 문명, 국가 및 사회의 끝없는 멸망과 탄생의 반복으로 인류 역사는 진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지고 오랫동안 생존과 발전을 이룬 사례도 있지만 단기간에 멸망한 경우도 많다. 올해 5월 영국 본머스대학의 리리스(Riris)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 ‘빈번한 동요가 과거 인류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켰다’는 3만년 동안의 전쟁 기근 기후변화 등에 관한 고고학 자료를 이용해 전세계 16개 지역의 회복탄력성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방사능 탄소 14 추적 기법을 이용하면 인구 규모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데 인구가 많을수록 식량, 땔감 및 쓰레기가 많아지므로 연도 추정을 통해 문명의 부침을 추측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인류사의 문명의 멸망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농업과 목축업에 기반을 둔 문명이 기후변화에 더 민감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또한 흥미롭게도 어떤 사회가 침체(downturn)를 자주 겪을수록 미래의 충격에서
12.18
미국 대통령 선거가 트럼프 후보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고 전세계는 이제 트럼프 2.0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1월 9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트럼프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rump’s world)’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새로운 정치적 시대(a new political era)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는 모든 것을 흔들 것(His sweeping victory will shake up everything)’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국은 셰일가스를 무기로 에너지 독립을 확보하고 새로운 고립주의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가 시작된 2017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자유무역의 근간을 흔들고 있었고 1980년대부터 계속되어 온 세계화는 종식의 문턱 끝자락까지 다다랐습니다. 2020년 이후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
12.17
12.3 내란사태 이후 한국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이 되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한다. 주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이자 국회가 계엄령 해제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4일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뒤 열린 9일 증시에서 더 큰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쳤다. 계엄선포 전 1402원이던 환율은 계엄선포 직후 1440원대로 치솟았다. 이후 1420원대로 내려가던 것이 12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담화를 내놓자 1430원대로 뛰었다. 내란사태 이전에는 환율이 1400원만 넘어도 당국과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어느새 1400원대가 익숙해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환율이 불안한 상태에선 기업들이 새해 경영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금융·외환시장만 위태로운 게 아니
12.16
한 강 작가가 10일 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수상작이다. 그가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비상계엄이 발동됐다. 두 작품 모두 비상계엄과 유사한 국가 공권력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공교롭다. 마치 소설이 현실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때맞춘 듯이 내려진 계엄이다. 격동의 시간이다. 세계의 정상을 향한 민족 대장정이 여기서 멈추게 되는가?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다루었다. 그는 12살이 되던 해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5.18 광주 사진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쿠데타 군부에 저항하다 총칼로 살해된 시민과 학생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는 책이다. 한 강은 “나는 어려서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총칼로)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새겨졌다.” 인간의 잔인성에
12.12
인간이 앞날을 계획하면 신은 그저 웃는다고 했다. 전두환이 그랬다. 12.12쿠데타로 집권한 그가 1987년 4월 13일 ‘호헌’을 선언한다.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유지하겠다는 거다. 이를 거부하는 민심은 6월항쟁으로 맞섰고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선언’을 이끌어낸다. 호헌선언에서 직선제 쟁취까지 딱 두달 반 걸렸다. ‘확정적 내란범’인 윤석열도 그랬다. 지난 11월 7일 대국민 담화에서 “20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은 12월 3일의 친위쿠데타가 시민과 국회의 저지로 실패했다. 내란의 수괴로 적시된 그는 구속과 탄핵의 길에 섰다. 임기 완주 선언에서 탄핵 발의까지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공통점은 둘 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른 당대의 권력이란 거다. 수레바퀴 앞 사마귀처럼 도도한 민심을 한줌 권력으로 막아보려 한 거다. 군사독재의 중심 전두환은 ‘지체된 정의’에 의해 내란 수괴로
12.11
12월 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7일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헌법연구자의 관점에서 예상해보면 앞으로의 정국은 검찰·경찰·공수처 혹은 국회가 추천한 특검에 의한 내란죄 수사로 이어지는 한 경로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발의 및 가결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로 이어지는 경로가 병행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우선 내란죄 수사의 경로를 보자.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경찰력을 투입해 국회 출입문에서 국회의원들의 등원을 막고, 헬기를 타고 나타난 계엄군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난입해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로 본청을 누비면서 본회의장 진입까지 시도한 것은 분명히 내란죄에 해당한다. 국회라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계엄해제요구안 가결이라는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계엄군을 국회 본관에 투입하고 심지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포함한 13명의 체포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로 출국이 금지됐다.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세 갈래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수처가 나서서 출국금지신청을 했다. 여전히 인사결재 등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그를 보며 2차 계엄을 시도하지 않을까 조바심하던 국민들의 불안감도 어느 정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난 며칠 동안 한국 국민은 최악의 불안한 밤과 분노에 찬 나날을 보내야했다. 3일 밤 윤대통령이 느닷없이 발표한 직후 국민의 첫 반응은 경악에 이어 어이없다 황당하다 취한거 아닌가 같은 귀를 의심하는 표현들이다. 외신들도 비슷했다. “민주주의의 굳건한 보루, 오랜 민주화 투쟁의 한국에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야당에 대한 절박한 반감?” “한국 여당은 나라보다 정당을 선택, 탄핵 반대” 등 낯뜨거운 보도가 쏟아졌다. 미국 신문 가판대의 거의 모든 신문이 국회 앞에 나온 국민들이 군경과 맞서서 국회의원을 들여보내는 대형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TV들은 공수부대 헬기가 국회 마
12.10
비상계엄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필자는 대전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물리학자들과 함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중이었다. 서둘러 짐을 챙겨 집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 한켠에 영문도 모른 채 남의 나라 계엄소식을 접한 외국 학자들을 챙겨야 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전방 부근에서 이등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소중한 아들의 모습도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애끓는 6시간이 흘러 계엄이 해제되고 맞이한 세상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모든 것이 새로웠다. 12월 7일. 계엄 이전 세상이었더라면 우리는 한 강의 노벨상 수상 소감 발표를 생방송으로 보고 즐거워하고 한 강의 입을 통해 얻은 아름다운 말을 SNS에서 전세계와 나누었을 것이다. 필자는 한 강이 8살에 쓴 시의 한구절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라는 말을 양자역학의 중첩과 얽힘으로 재해석해 널리 퍼뜨렸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평온하고 따뜻한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듣기를 반납하고
12.09
미국 언론인이 자기 나라 국무부장관에게 던진 질문 하나가 한국인들에겐 참담하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실수였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다음날 마이클 번바움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기자 질문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가리킨다.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윤 대통령이 (지난 일이지만) 110여 국가가 참석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블링컨 장관이 “한국은 민주주의와 민주적 회복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 중 하나”라며 “한국이 그 모범을 보여주기를 계속 기대할 것”이라고 안도하긴 했다. 미국이 아닌 나라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단독 개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수백년 민주주의 역사를 지닌 영국이나 프랑스가 아니었다. 그 바탕에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바이든행정부는
12.05
국회도서관포털(nsp.nanet.go.kr)에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월 9일 발표한 ‘EU 경쟁력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라는 제목의 보고서 정보가 올라왔기에 거칠게나마 훑어본 기억이 있다. 2023년 9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공식 의뢰를 받아 연구한 결과다. 유럽의 지식인 정치인, 그리고 업계에 불고 있는 비관론을 반영하고 있으며 유럽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와 그 대책을 통렬하게 적시했다. 미국과 중국에 끼어 디지털 전환과 혁신, 그리고 생산성에서 양지역에 비해 급격히 낙후되고 있으며 그 결과 탈탄소화(decarbonisation)를 위한 지표역할도 해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대책으로는 미국과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연간 EU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 8000억유로(약 1190조원)에 이르는 공격적인 신규 투자를 제안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 전후
12.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열흘 사이 지옥과 천당을 오가면서 정치권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예상과는 자못 다른 판결 소식에 일반 국민들 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판결문 해설뉴스를 보고 또 본다. 법원 판결 하나에 온 나라가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얼마 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민주당 사람들은 진짜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던 것 같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고, 민주당은 대선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할 판이니 충격이 큰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사법정의를 훼손한 정치판결” “누가 봐도 명백한 사법살인”이라고 하고,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사법부는 죽었다”고 했다. 국회 국감장에서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일갈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는 한 의원은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이라는 격앙된 표현을 내놓았고, 다른 의원은 “총을 든 군사독재보다 더 독한, 검찰
12.03
트럼프 재선이 확정된 지 한달, 돌출적이고 저돌적인 그의 집권 2기가 몰고올 파장에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특수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 심상치 않은 폭풍전야에 집권세력이 무슨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회동에 대비해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그마저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야무진 비전을 내세운 적이 없는 정권, 무슨 일을 잘 해보겠다는 성의를 보여주지 못한 정권이니 애초에 무슨 기대를 하는 것조차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정권교체 이후 공동체의 모든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와 민생의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고, 정당정치나 민주주의 시스템이 뿌리째 부정되고 있다. 정권 전반기의 폭주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이 막무가내 정권이 계속되면 나라가 결딴나고야 말 것이라는 걸 직감하게 되었다. 전국의 교수와 지식인 언론인 종교인들이 대통령 탄핵,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12.02
올해 힘들게 살았는데 내년과 내후년 경제는 더 나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게다가 내년 성장률은 1.9%로, 내후년은 1.8%로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도 아닌데 1%대 저성장이 이어지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이러다가 저성장이 고착화하며 주저앉을 수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내수가 부진한 데다 믿었던 수출마저 경쟁력을 잃으며 위태로워서다. 석유화학·철강 등 우리나라 주력업종에서 기술력과 자체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이 밀어내기 저가 수출 공세를 펴고 있다. 게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갈등 심화 등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지원법 상 보조금 지급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우리
11.28
2002년 월드컵에서 가장 짜릿한 장면. 아마도 이탈리아와 16강전 연장 후반 안정환 선수가 골든 골을 성공시킨 순간이 아닐까. 그리고 이어진 반지 키스 세리머니. 덕분에 ‘반지의 제왕’이란 별칭도 생겼다. 문제적 장면도 있다. 바로 그 경기에서 비론 모레노 주심이 이탈리아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페널티 구역에서 속칭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는 거다. 한국은 환호했고 이탈리아는 충격에 빠졌다. 페널티킥과 퇴장의 극적인 갈림길이었다. 월드컵이 끝나고도 정당한 판정이다 오심이다 논란이 이어졌다. 이때 “오심도 경기의 일부”란 말이 나왔다. 요즘이라면 바로 비디오 보조심판(VAR) 판독에 들어갔을 거다. 경기흐름은 끊어지겠지만, 전쟁 같은 축구 아닌가. 자칫 오심으로 승부가 뒤바뀌면 팬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다. 현대 축구에서 오심은 오심일 뿐이다. 요즘 우리 정치판은 어떨까. 축구로 비유하면 VAR이 없는 경기라고 할까. 스포츠맨십이 실종된 가운데 축구인지
11.27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때 필자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중앙은행 금융규제기관 재무부 금융회사 연구기관들을 돌아다니면서 정책결정자 시장참여자 연구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며 금융시스템의 취약점과 개선책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금융위기는 다수의 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해 금융기관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빈번한 금융위기를 막지 못하는 큰 이유를 필자는 거시경제를 운용하고 금융시스템을 규제하는 사람들에게 실물시장과 금융시장 간의 화폐를 매개로 하는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기케인즈학파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는 거시적 경기상황과 금융기관의 행태를 연관지어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얘기하기 전에 실물과 금융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경제학 모델이 아직 없다.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은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량을 조절하는
11.26
중국이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미국 상무부가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기사가 11월에도 보도됐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비롯해 생성형AI 등 소프트웨어까지 대 중국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군사적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런데 규제 주체가 국방부나 국가안보부가 아니고 왜 상무부일까. 미국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필요한 규제조치를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말한 이가 미 상무부 장관이다. 하원 세입위원회란 미국의 대외 공급사슬 관리를 포함하는 무역정책 및 자유무역협정 등 통상정책과 과세 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현재 공급사슬 관리를 위해 미국이 반도체 지원금을 지원하는 국가수는 무려 11개로 파악된다. 반도체 지원 정책이 의회에서는 하원 세입위원회 소관이며 정부 부처로는 다름아닌 상무부 소관이다. 그렇다면 미국 상무부의 핵심 기능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 인터넷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정부 부처다. 전후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상
11.25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이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삼성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반도체가 주축을 이룬다. 지난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125억달러(17조4800억원)다. 10월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실적만 보면 ‘반도체 강국’ 위상은 여전하다. 그래서 삼성의 반도체가 위기라면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삼성의 위기는 실체가 있는가. 사실이라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삼성 위기설’은 삼성반도체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시장을 잃으면서 3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3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중점산업으로 지원했다. 각종 우대정책을 강화해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연구 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정책적으로 각종 세금혜택과 함께 ‘국가 반도체 기금’을 운영해 기술개발과 획득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2020년 중국은 ‘국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