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9
2024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다. 미 연방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동결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라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비롯해 남미의 브라질 등 신흥국까지 피벗에 나섰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고 넓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금리인하만 기다리기에 버거운 한계상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자영업자까지도 생존의 한계선에 있다. 언제까지 미국의 금리에 운명을 걸며 눈치만 볼 것인가? 유럽의 주요국 중에서 스위스가 지난 3월, 첫번째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두 국가는 미국 달러화 지수(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가치)를 산출하는 주요 6개국(유럽연합·영국·캐나다·일본·스위스·스웨덴)에 속한다. 그만큼 글로벌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 피벗 효과가 사실상 캐나다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불
06.18
‘거룩한 자의 노래’라는 의미의 ‘바가바드 기타’는 힌두교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애송되는 경전입니다. 인도의 모디 총리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으로도 대중에게 알려진 ‘기타’는 인도의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그 뜻을 되새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립운동가이자 해방 후 대한민국의 정신적 지도자 중 한분이었던 함석헌 선생께서 주석을 달아 번역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카르마(불교의 ‘업’과 비슷한 의미)를 관조하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다르마(삶의 사명)를 끝까지 수행해야 한다(See karma, make dharma)”라고 합니다. 인도와 사업을 하고자 하면 한번쯤 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하고 인도가 새로운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인도경제는 최근 수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6~7%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높
06.17
거의 40년 전 알라스카 캘리포니아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미국의 유전지대를 취재한 적이 있다. 알라스카 푸르도베이 유전은 파이프를 꽂기만 해도 원유가 콸콸 쏟아져서 이를 제어하는 게 문제였고, 캘리포니아 유전은 너무 오래 파먹어서 액체 상태 기름이 고갈돼 돌덩이처럼 딱딱한 고체석유를 파내기 위해 땅속에 파이프를 거미줄처럼 쳐놓고 수증기를 주입해서 액체로 만든 후 펌프로 퍼내고 있었다. 사우디 원유보다 생산단가가 훨씬 비싸지만 미국은 이들 유전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에는 메이저 석유회사가 운용하는 대규모 유전도 많았지만 평원 사막 강변을 따라 웅덩이처럼 고여있는 자잘한 석유지층에서 원유를 뽑아올리는 소규모 석유 채굴사업가, 소위 와일드캐터(wildcatter)가 많았다. 오클라호마의 ‘털사’라는 도시는 와일드캐터들이 만든 회사가 수백개나 진을 치고 있어 ‘세계 석유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였다. 당시 털사에서 유일한 한국인 와일드캐터로 석유채굴 사업을 하던 명인성
06.13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중앙아시아 3개국이다. 이날 뉴스의 초점은 ‘영업사원 1호’의 순방 목적이나 성과가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가 손에 든 ‘에코백’이었다. 에코백은 명품백의 대척점에 위치한다. 화려한 디자인에 비싼 피혁가방은 허영과 동물학대로 포장돼 있다. 반면 담백하고 값싼 천 가방은 검소와 절제 그리고 동물과 환경보호를 상징한다. 그의 에코백은 ‘바이바이 플라스틱백’이란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멜라티와 이사벨 위즌 자매가 2013년부터 ‘비닐봉지 반대’ 운동을 벌이며 내세운 구호다. 세계적인 휴양지 해변이 비닐 쓰레기로 뒤덮인 실태를 고발하며 벌이는 환경보호운동이다. 김 여사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 위즌 자매를 만나 격려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정상 부인의 외교에 걸맞은 백 선택이겠다.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명품백 논란을 덮어보려는 시도로 보는 듯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같은 날
06.12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드러난지 반년 만에 ‘위반사항 없음’이란 결론을 내놓았다. 반부패총괄기관인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은 10일 긴급 브리핑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일선 공무원은 명절 선물도 받지 못하는데 영부인은 명품백 받아도 괜찮다는 얘기인가? 이에 대해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나 야당은 검찰에 대한 정권의 ‘가이드라인’ 같다며 일제히 반발과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사건접수 후 두차례나 처리기간을 연장하고 6개월 가량 시간을 끌더니 종결했다”며 “공직자(배우자 포함)는 어떤 명목으로든 금품을 받으면 안된다는 국민의 기본 상식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날 나온 이 발표는 시기도 절묘하다. 더불어민
06.11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는 5월 31일에 11차 전기본 실무안(2024~2038년)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 안에 따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적정 예비율 22%를 적용하면 2038년까지 필요한 발전설비 용량은 157.8GW가 된다. 참고로 한국형 대형원전 ‘APR-1400’ 1기당 발전량을 1.4GW라 치면 157.8GW는 원전 112.7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10차 전기본에 따라 2038년까지 확정된 설비용량은 147.2GW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10.6GW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추가로 필요한 10.6GW를 채우기 위한 방법이다. 총괄위원회안은 2031~2032년간에 필요한 2.5GW를 LNG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으로 충당하고, 2.2GW의 신규 발전설비가 필요한 2035~2036년에는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에 0.7GW를 배정했다. 아울러
06.10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 석유탐사 발표를 듣고 불현듯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사기 사건’이 떠올랐다. 두 사례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공기업과 사기업의 자원개발에 정부가 언론발표로 주가변동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2010년 12월 17일 외교통상부는 자기들의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례적인 보도자료 하나를 냈다.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전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3배에 달하는 4억2000만 캐럿 규모의 대형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확보했다.’ 해외자원개발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던 이명박 정부임을 참작하더라도 외교부가 사기업을 홍보하는 것은 상례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이 보도자료가 배포되자 하루 전 3400원이었던 ‘CNK 인터내셔널’(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2011년 1월 11일 주가가 4배 이상 치솟아 최고 1만8500원까지 올랐다. 2010년 매출 53억원, 영업적자 49억원
06.05
몇년 전부터는 국내 최고 명문대학의 물리학 교수도 박사후연구원(post-doc) 양성이 쉽지 않다고 한다. 전도유망한 학생이 박사를 받고 대기업에 취직하겠다고 해서 박사후연구원으로 남아 연구를 계속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럼 집을 못 사는데요”란 대답이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물리학자가 기업에 취직해서 뭘 할까 궁금하면 오래 전 미국에서 물리학자들이 기업 연구소에서 펼친 환상적인 상호작용의 역사를 살펴보면 된다. 한때 미국 최고기업이었던 AT&T는 그레이엄 벨이 완성한 전화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한 기술기업의 원조다. 미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처럼 신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기술기업의 선조들이 있는데 그 최초의 사례는 AT&T이고 그 핵심에 과학자들에게 꿈의 직장이라 알려진 벨 연구소가 있었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학자들의 집합체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연구를 한다는 발상은 얼핏 모순되는 목적을 추구하는 획기적
06.04
신조어라 하면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지만 나이든 사람에 익숙하고 도리어 젊은 사람에 생소한 신조어도 있다.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는 노인들을 가리키는 ‘지공거사’란 말이 대표적이다. 나이 65세 어름에 있는 사람치고 지공거사란 말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청년들은 그게 무슨 사자성어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지공거사일까? 네 글자 중 앞의 두 글자는 지하철 공짜에서 비롯되었음이 쉽게 짐작된다. 그런데 뒤의 두 글자는 무슨 연유로 선생(先生)이나 처사(處士), 대사(大師), 또는 백수(白手) 같은 말을 놓아두고 거사(居士)라 붙였을까. 거사는 숨어 살며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 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지내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풀이돼 있다. 지하철 무료이용 노인들이 벼슬을 마다하는 선비는 아닐 것이니, 지공거사란 말 속에는 ‘할 일 없이 놀고 지내는 사람’이라는 약간의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는 셈이다. 놀랍게도 이 조어는 네이버 어학사전에도
06.03
한국경제에서 반도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수출과 경제성장률을 좌우하고 세금징수와 나라살림 산업정책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분기 한국경제가 1.3% 깜짝 성장했다.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착시효과’가 컸다. 3월 수출이 1년 전보다 3.1% 늘었는데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를 제외하니 3% 줄었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무역수지도 215억달러 흑자였지만 반도체를 빼면 240억달러 적자였다. 침체한 경제가 반도체 그늘에 숨겨진 상태였다. 정부여당은 그럴싸한 수치를 내세우며 자화자찬했다. 통계산출방법 상 상황이 나빴던 전년동기와 비교하니 개선돼 보이는 기저효과임에도 자기최면에 빠졌다. 경제예측기관들이 1분기 성장률을 근거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자 자만해졌다. 반도체 착시는 정부정책과 정치·사회 분야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나비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4월 말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하자
05.30
지나온 길은 보인다. 앞길은 안갯속이다. 때론 칠흑 같은 어둠속에 눈보라까지 몰아친다. 역사의 길이 그렇다. 간혹 먹구름 사이로 별빛을 보여주지만. 백범 김 구가 대중에게 다시 소환된 것이 2015년이다. 광복 70주년이어서 그랬을까. 영화 ‘암살’이 그해 7월 개봉된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파견한 암살단의 활약을 그렸다. 백범의 꼭짓점으로 대원들이 조선주둔군 사령관과 친일파를 처단하는 내용이다. 관객수 1270만명을 기록해 대박을 쳤다. 1인 2역 전지현의 연기력과 함께 밀정역을 맡은 이정재의 “해방될지 몰랐으니까”란 대사가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이어 2016년에는 영화 ‘밀정’이 개봉된다. ‘암살’의 속편이라고 할까. 750만명으로 관객동원에 성공한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2017년 10월 개봉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쟁쟁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관객수 38만명에 그쳤다. ‘암살’과 ‘밀정’에 이은 항일독립 시리즈인데 말이다. 당시 영화팬들이 물었다.
05.29
인공지능은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머리 쓰는 일을 사람 대신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역사적으로 보면 획기적인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흥분하기도 하지만 불안해하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사람 본연의 역할을 빼앗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대부분의 경우 새 기술은 사람이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해 삶을 풍요롭게 해왔다. 물론 예외는 있다. 무기의 발전은 싸우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했다고 할 수 있으나 삶은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컴퓨터는 사람이 하는 일 중 단순하지만 매우 큰 빈도로 반복되는 일을 대신한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전문가들이 하는 복잡한 사고를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인공지능이 하는 일은 이전에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하던 일과 질적으로 다른가. 대답은 yes and no다. 질적으로 다른 것은 맞다. 이전에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던 고도의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사
05.28
행정망 오류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동화된 컴퓨터 시스템에서 이런 식으로 오류가 반복되는 건 시스템이 잘못 운영되는 게 아니고 잘못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엉뚱한 다른 곳에 있는 데이터를 가져다 출력해주는 일은 데이터설계 상 오류 아니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업체는 물론 정부도 이런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자꾸 엉뚱한 처방이 반복되는 것 아닐까. 지난해 11월에는 행정전산망 네트워크 장비 이상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올 5월에는 엉뚱한 데이터가 출력된 오류를 놓고 코딩 오류라고 발표했다. ‘개발자의 프로그램 개발상 실수’라는 해석은 사실은 업체측 해명이었다. 행정망이 국가재난급으로 분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업체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유감이다. 정부는 심층 분석팀을 갖춰야 한다. 만일 코딩문제였다면 잘못 출력된 문서 종류가 왜 유독 납세증명서나 성적증명서에 집중됐을까. 문제의 코딩 부분이 그런 문서들만 액세스했을 리 없을 텐데 말이다.
2021년 1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한 집 앞마당에 거꾸로 뒤집힌 성조기가 내걸렸다. 거꾸로 된 성조기는 원래 군대에서 조난신호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세력이 정치적 항의 표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대통령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운동 “도둑질을 멈춰( Stop the Steal)”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2021년 1월 6일 무장한 친트럼프 시위대가 선거 결과 인증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할 당시에도 거꾸로 뒤집힌 성조기가 등장했다. 초유의 폭력 사태를 부른 당시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거꾸로 게양된 성조기가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에서 별 논란거리가 아닐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집의 주인이 바로 미국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라는 데 있다. 대선 불복 동조 판사가 트럼프 재판 관여 이달 16일 뉴욕타임스(NY
05.27
‘시간과의 경쟁’, 한국 중국사 연구의 한 맥을 만든 고 민두기 교수가 19세 후반 이래 동아시아사의 궤적을 이렇게 요약한 적이 있다. 밀려오는 서구 제국주의의 위세에 놀란 중국과 일본이 시간과의 조급한 경쟁에 뛰어들어 ‘혁명’과 ‘팽창’의 길로 질주했고 이것이 동아시아에 혼돈과 비극의 역사를 결과했다는 것이다. 중일경쟁의 뒷전으로 밀려난 조선이 망국과 식민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이런 불운이 분단과 전쟁이라는 모순으로까지 이어졌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조선왕조는 왜, 그리고 어떻게 ‘시간의 패배자’가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력의 열세였다. 이헌창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10년 경 우리 국내총생산은 일본의 1/5, 재정은 1/50 정도였다고 한다. 주변국에 대적하기도 중립 관철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런 국력차는 정치적 격동기에 조선에서 새로운 사상으로 무장한 변화 주도세력이 출현하지 못했던 것과 관련이 깊다. 중일에 가로막힌 지정학적 조건이 국력축적을 가로막은 주인(
05.23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땅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해 딸에게 돈을 준 것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권 때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 현 정부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등 수많은 고위공직후보자들이 자녀들에서 편법 불법으로 재산을 증여해 낙마했다. 또한 최근 언론들은 ‘한예슬 강남 빌딩 팔아 시세차익 36억원’ ‘황정음 신사동 빌딩 시세차익 50억원’ 등 연예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된 것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MC 장성규는 부동산투기를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면서 스스로 ‘자낳괴’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어느 주간지는 ‘돈 많은 아버지가 빨리 죽었으면’하는 기사제목을 달 정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 되세요’라는 괴물이 우리 사회에 광풍을 발휘하고 있다. 큰돈 물려받으면 오히려 독이 돼 부모로부터 일확천금을 물려받거나 부동산투기 등 벼락부자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생길까? 행복할까, 불행할까? 세계적인 부자심리학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는 유리섬유나 탄소섬유 강화 폴리에스테르, 또는 에폭시 수지로 만들며 수명은 대략 20년 정도다. 최근 2000년대 초 설치된 풍력발전 설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조직인 캔버스(Canvus)는 그것을 업싸이클(upcycle)해 벤치 화분 피크닉테이블 등을 만든다. 약 45m 정도 되는 블레이드의 1/4 정도를 재활용해서 대략 12개의 벤치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노력이 활발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는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이나 매립된다. 풍력산업협회 윈드유럽(WindEurope)의 추산에 의하면 유럽에서만 2025년까지 매년 SUV 차량 6000대의 폐기물과 맞먹는 2만5000톤의 블레이드 폐기물이 발생할 전망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lobal Wind Energy Council)는 2023년 전세계 풍력발전 용량은 906기가와트로서 2010년에 비해 4배 이상 증
05.22
국민과 싸워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그런데 대통령과 민심이 맞서는 불행한 사태가 계속 연출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을 심판했다. 상당수 국민은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3년은 너무 길다”는 말에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 거대의석을 준 것은 야당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국민들은 공정과 상식을 얘기하면서 집권한 윤석열정부 2년을 너무 실망스러워 했다. 이에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매섭게 회초리를 때린 것이다. 총선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매서운 비판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며 “소통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05.21
해가 다르게 뜨거워지는 지구를 생각하면 미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은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며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할 때다. 큰 골격은 이미 나와 있다. 두 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합의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있다. 목표연도가 26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벌이며 싸우는 바람에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온실가스가 줄어들기는커녕 공기중에 더욱 두껍게 쌓여가기만 한다. 두 나라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은 미국이 약 28%, 중국이 20%로 거의 절반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이 28%, 미국은 15%로 두나라를 합치면 43%에 달한다. 이런 수치만 봐도 미중 무역전쟁의 쓰나미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또 기후재앙을 얼마나 악화시킬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협상에서 서로가 내놓은 조건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정체상태에 놓일 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격언이 잘 쓰인다. 기후위기 예방을 위한 협상에도 악마가 있다면 현재로서는 미중
05.20
현대사회에서 전기는 쌀 물 석유와 같이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재화다. 우리는 쌀 물 석유를 얼마든지 저장해 놓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는 대용량 저장이 불가능하고 배터리 등에 소용량 저장만 가능하다. 따라서 생산된 전기는 바로 소비되어야 하고 소비에 필요한 전기는 바로 생산되어야 한다. 즉 전기의 생산과 소비는 거의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전력시스템은 발전 송전 변전 배전 소비로 구성되는데 전력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와 최종 소비자들을 연결한다. 우리나라의 발전설비는 여러 이유로 영호남과 동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전력소비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각 발전소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전국적인 전력망 확충이 우리에게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동해안에 있는 17.9GW 규모의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동해안-수도권 전력망 프로젝트(8GW)가 추진 중이다. 이 전력망은 국내 최장거리인 280km로 강원 경북 경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