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5
2025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측이 북한군 부대를 본격적으로 최전선 지상 전투에 투입하면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투경험이 없는 북한 군인들이 낯선 땅에서 살상용 드론과 집속탄(확산탄) 등 ‘낯선’ 무기를 맞닥뜨려 속수무책으로 살상 당하는 모습들도 동영상과 사진으로 잇달아 공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최근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된 북한 부상병의 동영상에는 턱과 다리를 크게 다친 1999년생 장교(26세)와 20세 소총수가 등장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우크라이나 정보국(SUB)으로부터 제공받은 이 동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에 파견되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 사실은 한국어 통역을 통한 포로신문의 대화에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와 싸우는걸 알고 있었나?” (고개를 젓는다.) “상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나.”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 이 군인은 1월 3일 전선에 나왔고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01.14
지난해 11월 29일의 환율은 1달러당 1396.5원이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오르기 시작해 1470원을 넘었다. 곧 1500원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22년 기준 94.4%로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환율상승은 에너지 부문에 직접적인 고통을 준다. 우리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에너지는 석유다. 석유의 대략 절반이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져 65% 정도가 수출되고 나머지 35%가 국내에서 소비된다. 지금까지는 환율이 급등해도 국내 정유산업은 기술 및 가격경쟁력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닥쳤다. 정유산업은 석유의 나머지 절반으로 나프타를 만들어 석유화학산업에 필요한 에틸렌의 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수요 감소와 중국 인도의 저가공세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쟁
01.13
현대 중국문학의 아버지 루쉰은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에서 어떤 상황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는 아큐를 조롱했다. 아큐는 자기가 당한 수모와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는 동네 깡패에게 얻어맞아도 육체적으로는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저들이 나보다 수준이 떨어지므로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정신승리법’을 구사한다. 오늘날 흔히 쓰는 ‘정신승리’라는 낱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정신승리는 아큐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기제다. 정신승리는 아큐를 더욱 고립시키고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 출석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관저에서 장기농성 중인 것은 전형적인 ‘정신승리’의 발로다. 여기에 역술인 무속인 극우종교인 같은 인물들의 혹세무민적 예언과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추종이 더해졌다. 대통령 출마 때부터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은 탄핵소추된 윤석열이 석 달만 버티면 상황이 반전
01.09
12.3 이후 한달, 내란의 밤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그는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채 극우세력에게 사실상의 내전을 독려하고 있다. 경찰과 공수처가 다시 체포에 나선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내란범을 내놓으라는 세력과 지키려는 세력의 물리적 충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 내란 피의자, 그리고 그 비호세력과 한통속이 되어 사사건건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헌정질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당이 내란을 옹위하는 해괴한 일이 아무렇지 않은 듯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 늦기 전에 내란세력과 결별하고 ‘내란옹호당’이라는 오명을 털어내야 한다. 대통령도 정당한 법집행 절차에 당당히 응하는 것이 도리다. 그것이 더 이상의 혼란과 분열을 막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의 밤은 섬뜩했다. 중무장한 군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들이닥치고
01.08
지난해 12월 3일 밤에 벌어진 친위쿠데타는 국회 탄핵과 검경의 내란죄 수사로 불이 꺼지는가 싶더니 다시 살아나 진행형으로 바뀌었다. 국민은 양쪽으로 나뉘어 정신적 내전을 치르고 있다. 탄핵이 정답이라고 믿는 집단의 대척점에 계엄도 답이라고 믿는 부류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는 여러 개의 사회적 믿음의 구(球)가 마치 평행우주처럼 펼쳐져 있다. 일부 과학자들이 상정하는 평행우주는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믿음의 구는 상호작용과 충돌이 매우 강렬하다. 과학적 믿음의 구에서는 이 세상에 쿼크라는 기본 입자가 있고 쿼크는 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중성자와 양성자라는 입자로 묶여서 원자의 핵을 만든다. 20세기 중반 만들어진 쿼크와 강한 상호 작용 이론은 거대 가속기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충돌실험을 통해 그 유효성이 꾸준히 검증되고 있다. 직접 실험에 참가하지 않은 과학자들도 쿼크를 믿음의 구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앞선 세대가 치른 치열한 검증
01.07
작년 말부터 위기설이 나돌던 신동아건설이 새해 벽두인 6일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도급 순위 58위. 1년 전 워크아웃을 신청한 도급순위 16위인 태영건설보다는 채무액이나 공사중인 주택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건설업계나 금융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태영건설 사태 때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신동아건설 위기설은 작년 4월에도 나돌았다. 다른 건설사들도 무더기로 위기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당시는 금융감독원 등이 적극 나서 위기를 진화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힘이 그때만 해도 막강했고, 미 연준을 필두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건설경기가 호전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위기감 진정에 성공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플레 재연을 우려한 연준이 금리인하에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엽기적 계엄선포로 탄핵정국이 조성되면서 정
01.06
한달 시차를 두고 군이 동원되는 ‘K-정치’ 시리즈가 생방송되며 주식·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군의 국회의사당 진입 장면이 CNN BBC 등 글로벌 뉴스채널 방송을 탔다. 1월 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이를 막는 경호처의 대치상황이 생중계됐다. 지난해 12월 초 1402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계엄선포 직후 야간거래에서 1440원대로 치솟았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의 의사당 난입,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환율이 출렁였다. 지난 3일 아침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오전 9시 증시 개장과 함께 외국인 순매수가 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오후 1시30분 영장 집행 중단 소식과 함께 급락하며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다.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체포 실패로 정치불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01.02
2025년 새해다. 지난 연말부터 이 나라에 드리운 비상계엄의 어두운 구름이 하루빨리 말끔히 걷히고 다시금 밝은 미래가 활짝 열리기를 온 마음으로 소망한다. 무안공항 참사로도 마음이 무겁다. 이상한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K-팝의 나라 대한민국에서의 너무나도 엉뚱한 비상계엄 소식은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로써 그는 이제 자랑스러운 한 강 작가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유명인이 아니라 부끄러운 악명이 되었다.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는 느닷없는 일이 아니었다. 내란죄 수사를 통해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비상계엄을 마음 속에 두고 준비했다. 그 증상은 이미 자유를 무려 서른다섯번 언급했던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이어 8.15 경축사에서도, 이어 9월 20일 유엔연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유별난 ‘자유 사랑’이었다. 검찰 방탄 속에 성장한 윤석열의 자유론
연말연시 활기가 도는 곳이 있다면 뉴스시장이다. 경제는 바닥이고 세상은 잿빛인데, 뉴스시장엔 신상품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출하되는 즉시 대량소비된다. 사람들은 어딜 가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뉴스 보며 연말을 보내고 뉴스와 함께 새해를 맞는다. 동료와 함께 밥 먹다 말고 “뭐 무슨 점집에서 계엄노트가?” 하며 뉴스에 놀라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을 앞에 두고도 “방금 나온 뉴스인데, 권한대행이 탄핵되어…” 하며 뉴스 얘기를 한다.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12.3 계엄사태 이후 생겨난 사회풍속도다. 불법계엄 이후 시장에 나오는 뉴스는 한결같이 ‘사상 초유’의 등급이다. 이번 계엄이 전두환정권의 5·17이후 44년 만에 발생한 친위 쿠데타인데다 어쭙잖은 계획과 무모한 실행으로 6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간 만큼 파헤쳐야 할 스토리, 새로 전개되는 뉴스는 차고 넘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그들만의 생존논리라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실패한
12.31
2024
바닥 아래 지하실이 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지하실 아래 싱크홀이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싱크홀이다. 온통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깊이도 넓이도 가늠할 수 없다. 작금의 한국 상황이 영락없이 그렇다.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갈 길 바쁜 한국의 발등을 찍었다. 하룻밤 사이에 나라 위상이 선진국에서 개발독재 후진국 수준으로 수직 낙하했다. 국가 신인도도 추락하면서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이다. 말 그대로 눈 떠 보니 ‘벼락 후진국’이다. 연말이면 으레 등장하는 클리셰가 있다. “다사다난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기원한다”는 거다. 하지만 올해는 다사다난이 과거완료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설상가상으로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까지 겹쳤다. 황당한 내란시도로 황급해진 경제난에 황망한 참사까지 얽히고 설켰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단서를 찾아 인내심을 갖고 한올씩 풀어가는 거다. 다른 하나는 싹둑 잘라버리는 거다. 그리고 새 실
12.30
우리나라 대선과 총선을 보면 투표는 완전 수동으로 이루어지는데 개표는 전자개표, 즉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전자개표가 시행된 시점은 2002년이다. 전자개표 도입 이후로도 정확성 및 공정성에 대한 잡음이 있었고 그 대응으로 전자개표에 대한 시연이 국회에서 이루어진 것은 2005년과 2013년 두번이다. 2023년에는 전자개표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단일기관 중심 점검팀이 편성되어 수차례 점검이 이뤄졌다고 한다(이데일리 2023년 10월 10일자). 먼저 국정원이 합동 형태로 점검했고 그 다음 선관위가 단독으로 했다고 나온다. 해킹 가능성에 대해 두 점검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온 것이 서로 다른 해석의 화근이 되지 않았나 본다. 그후로는 점검이 실시된 적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전자개표기와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자개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렇다. 전자개표기에서 후보자별 득표수를 분류해 컴퓨터로 넘기면 컴퓨터에서 집계를 내는 방식이다
12.26
윤석열 대통령. 그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내란의 수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건만 그는 대한민국은 자신이 통치하는 ‘왕국’이라고 착각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력화시키려 총칼로 무장한 군인을 침투시켰다. 그는 무장군인들에게 계엄을 해제시킬 의원들이 성원이 되지 않았으니 회의장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하고 시대착오적인 망동을 한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겼을 때, 디올백 사건을 두고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박절하지 못해 저지른 일이라고 설명했을 때, 대통령실을 이전한다고 수천억을 썼을 때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가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타났을 때, 그리고 엑스포 유치에 엄청난 돈을 쓰면서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때 그가 더 이상 대통령직을
12.24
내년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최근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특히 5대 재벌그룹의 주력 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령사태 이후 국내정치의 불안도 한몫을 차지하지만 글로벌 정치와 경제 환경의 변화가 더 큰 요인이다. 글로벌경제를 보면 미국만 홀로 호황을 맞고 있으며 유럽과 동아시아 등 다른 지역들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의 강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무래도 혁신이다. 혁신에는 두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하나는 사업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노하우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화에 따르는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 자본이다. 미국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이 한때 미국을 따라잡나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은 제대로 된 혁신생태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감수 민간자본이 없거나 무력했다. 한국경제가 내년에 그리고 단기적으로 어려울 게 예상되지만 이보다 걱정해야 할 것은 불안한 장기전망이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탄탄한 길을 가
12.23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퇴출되고 대신 엔비디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인텔 인사이드(intel-inside)’ 문구 하나로 PC세계를 주름잡았던 인텔의 추락을 보면서 기업 세계엔 영원한 강자가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우지수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0개의 블루칩(우량)기업의 주가총액에 가중치를 매겨 산정한 수치로 매일매일 경제흐름에 관심을 가진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경기지표다. 현재 인텔의 시장가치(주가총액)는 950억달러로 3조5000억달러가 넘는 엔비디아의 약 1/30에 불과하다. 산업 발달의 추세로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총아인데 인텔은 10~20년 전 PC시대의 반도체 왕자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전세계 컴퓨터의 80%가 인텔 반도체를 탑재하지만 반도체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 본다면 엔비디아는 승자고 인텔은 패자다. 2024년 인텔의 모습은 애처롭다. 총 종업원
12.19
많은 문명, 국가 및 사회의 끝없는 멸망과 탄생의 반복으로 인류 역사는 진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지고 오랫동안 생존과 발전을 이룬 사례도 있지만 단기간에 멸망한 경우도 많다. 올해 5월 영국 본머스대학의 리리스(Riris)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 ‘빈번한 동요가 과거 인류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켰다’는 3만년 동안의 전쟁 기근 기후변화 등에 관한 고고학 자료를 이용해 전세계 16개 지역의 회복탄력성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방사능 탄소 14 추적 기법을 이용하면 인구 규모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데 인구가 많을수록 식량, 땔감 및 쓰레기가 많아지므로 연도 추정을 통해 문명의 부침을 추측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인류사의 문명의 멸망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농업과 목축업에 기반을 둔 문명이 기후변화에 더 민감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또한 흥미롭게도 어떤 사회가 침체(downturn)를 자주 겪을수록 미래의 충격에서
12.18
미국 대통령 선거가 트럼프 후보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고 전세계는 이제 트럼프 2.0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1월 9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트럼프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rump’s world)’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새로운 정치적 시대(a new political era)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는 모든 것을 흔들 것(His sweeping victory will shake up everything)’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국은 셰일가스를 무기로 에너지 독립을 확보하고 새로운 고립주의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가 시작된 2017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자유무역의 근간을 흔들고 있었고 1980년대부터 계속되어 온 세계화는 종식의 문턱 끝자락까지 다다랐습니다. 2020년 이후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
12.17
12.3 내란사태 이후 한국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이 되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한다. 주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이자 국회가 계엄령 해제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4일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뒤 열린 9일 증시에서 더 큰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쳤다. 계엄선포 전 1402원이던 환율은 계엄선포 직후 1440원대로 치솟았다. 이후 1420원대로 내려가던 것이 12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담화를 내놓자 1430원대로 뛰었다. 내란사태 이전에는 환율이 1400원만 넘어도 당국과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어느새 1400원대가 익숙해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환율이 불안한 상태에선 기업들이 새해 경영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금융·외환시장만 위태로운 게 아니
12.16
한 강 작가가 10일 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수상작이다. 그가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비상계엄이 발동됐다. 두 작품 모두 비상계엄과 유사한 국가 공권력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공교롭다. 마치 소설이 현실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때맞춘 듯이 내려진 계엄이다. 격동의 시간이다. 세계의 정상을 향한 민족 대장정이 여기서 멈추게 되는가?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다루었다. 그는 12살이 되던 해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5.18 광주 사진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쿠데타 군부에 저항하다 총칼로 살해된 시민과 학생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는 책이다. 한 강은 “나는 어려서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총칼로)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새겨졌다.” 인간의 잔인성에
12.12
인간이 앞날을 계획하면 신은 그저 웃는다고 했다. 전두환이 그랬다. 12.12쿠데타로 집권한 그가 1987년 4월 13일 ‘호헌’을 선언한다.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유지하겠다는 거다. 이를 거부하는 민심은 6월항쟁으로 맞섰고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선언’을 이끌어낸다. 호헌선언에서 직선제 쟁취까지 딱 두달 반 걸렸다. ‘확정적 내란범’인 윤석열도 그랬다. 지난 11월 7일 대국민 담화에서 “20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은 12월 3일의 친위쿠데타가 시민과 국회의 저지로 실패했다. 내란의 수괴로 적시된 그는 구속과 탄핵의 길에 섰다. 임기 완주 선언에서 탄핵 발의까지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공통점은 둘 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른 당대의 권력이란 거다. 수레바퀴 앞 사마귀처럼 도도한 민심을 한줌 권력으로 막아보려 한 거다. 군사독재의 중심 전두환은 ‘지체된 정의’에 의해 내란 수괴로
12.11
12월 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7일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헌법연구자의 관점에서 예상해보면 앞으로의 정국은 검찰·경찰·공수처 혹은 국회가 추천한 특검에 의한 내란죄 수사로 이어지는 한 경로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발의 및 가결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로 이어지는 경로가 병행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우선 내란죄 수사의 경로를 보자.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경찰력을 투입해 국회 출입문에서 국회의원들의 등원을 막고, 헬기를 타고 나타난 계엄군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난입해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로 본청을 누비면서 본회의장 진입까지 시도한 것은 분명히 내란죄에 해당한다. 국회라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계엄해제요구안 가결이라는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계엄군을 국회 본관에 투입하고 심지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포함한 13명의 체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