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재벌그룹 그저 내라는 돈만 냈나

2016-10-31 10:14:35 게재

온나라를 경악과 충격, 분노로 몰아넣은 '최순실 게이트'는 재벌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서 단초가 시작됐다.

출연금 모집과정은 군 작전을 방불케 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재단 설립제안부터 재단설립까지 일주일 이내였다. 20대그룹 30개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하면서 30대그룹은 출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렇게 출연금 조성이 쉽게 이루어질 줄 몰랐다는 것이 당시 전경련 실무자 반응이었다는 후문이다.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K스포츠는 설립이후 추가 운영자금을 재벌그룹들에게 요구했다는 정황과 증언이 잇달았다. 롯데그룹은 이후 추가사업자금으로 35억원을 요구받자 두배인 70억원을 내놓았다. SK는 80억원을 요구받았다가 30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 기업이 '순수한' 사업 내용에 공감해 거액을 내려했거나 냈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보험료 아니냐는 시민들의 비판이 높다.

전경련 이승철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도 하루 만에 수백억을 모으는 일은 많았다"며 며칠만에 돈을 모으는 일이 비상식적이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청와대나 정부 요구에 꼼짝못하는 재계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절차와 양식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칭찬할 일이 아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10억원 이상 출연한 25개 기업 이사회에 공개 질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나 외부 압력이 없었다면 그렇게 큰 돈을 쉽게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재벌그룹으로부터 사회공헌 기부금을 받고자 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재벌그룹들은 청와대 개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출연할 때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

현실적으로 개별그룹들이 말할 수 없다면 자신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을 통해 정경유착의 잘못을 반성하고 진실을 밝혀야 할 때다. 현재 네티즌 속에서 퍼지는 '최순실'과 재벌그룹은 공범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기자회견 단상 앞에 나서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관련기사]
- 아직도 미련 못 버린 박 대통령
- 최순실 관련자들 대포폰 사용
- 야 거국내각 '온도차', 진상규명 '한목소리'
- 새누리, 대통령 버리고 당 살자는 뜻?
- 여 "당 지도부 사퇴" 연쇄폭발
- '국민 분노' 공감못한 야당
- 박원순 "비상상황, 거국내각 해야"
- 청와대 인사쇄신카드에 '의구심'만
- 이상민 의원, 박 대통령 퇴진 요구
- 친박실세까지 흔든 '진짜실세'
- [최순실 의혹 도대체 어디까지] 연루된 정부기관 수십여곳 … 대기업·금융권까지 번져
- 김재수 장관, 최순실이 발탁했나
- 헌법과 법률도 안 지키는 박 대통령
- 최순실 아버지 최태민, 40년 전 박근혜 앞세워 국정농단
- "주술사, 박 대통령 집어삼켜"
- [외신에 비친 '최순실 게이트'] WP "한국 대통령직 붕괴 위기"
- 전국에서 성난 민심 폭발
-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없이 국민분노 가라앉힐 수 없어"
- 최순실 금융권 외화대출 특혜 논란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범현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