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실세까지 흔든 '진짜실세'

2016-10-31 11:13:43 게재

18년만 대통령 떠난 3인방

척진 실세들, 정권서 소외

내각·비서실 인사에 입김?

3인방(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은 집권 전에는 국회 보좌진(4∼5급), 집권 후에는 청와대 1급 비서관에 불과했지만 실제 영향력은 장관·수석은 물론 총리·비서실장을 뛰어넘었다는 게 여권의 일치된 견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들만을 통해 외부와 소통한데다, 결과론이지만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연결하는 통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들의 위세는 역대 어느 실세보다 강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정권의 '일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인방의 역할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인방이 시스템을 뛰어넘는 권한을 행사한 것은 여러 대목에서 발견된다. 우선 친박실세들의 운명까지 그들 손에서 좌지우지됐다는 의혹이다.

3인방과 척을 졌던 실세들은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과 멀어지는 운명을 맞았다.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 경선을 주도했던 유승민 의원은 평소 3인방의 '과도한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려다가 거꾸로 박 대통령 사이에 장벽이 생겼다고 친박인사들은 증언한다. 유 의원이 2014년 10월 '얼라들'이라는 표현을 쓴 건 3인방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6개월만에 낙마하고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과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한 과정에도 3인방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한 친박인사는 "허 전 비서실장을 발탁하는 과정에 3인방의 입김이 작용했는데, 허 전 비서실장이 취임 후 그들의 위상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 듯 행동하자 사달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2012년 대선승리에 큰 공을 세우면서 친박실세로 꼽혔던 A씨도 대선 당시 3인방과 마찰을 빚었다가 집권 뒤 한직으로 밀려나는 운명을 맞았다.

반면 친박실세로 꼽히는 B의원은 3인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 역할분담하면서 자신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다. 다른 친박인사는 "B의원은 3인방을 끌어안지 않으면 친박 내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최순실씨 전 남편 '정윤회 문건 파문'의 당사자인 박관천 전 경정은 31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정윤회 조사를) 지시했을 때와 보고서를 받은 뒤에 김기춘 실장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현실 판단을 잘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실장이 권력실세의 존재를 깨달은 이후 그들과 '타협적'으로 지냈다는 증언이다.

3인방의 위세는 집권 초 인사에서도 곧잘 눈에 띄었다. 3인방이 주변으로부터 추천받은 인사들이 실제 장관 또는 수석으로 낙찰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청와대 비서실 인사도 3인방이 분담했다는 증언이다. 대선 당시 3인방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비서실 행정관으로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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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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