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비친 '최순실 게이트'

WP "한국 대통령직 붕괴 위기"

2016-10-31 11:10:51 게재

NYT, 최태민·최순실로 이어지는 의혹 상세히 보도

산케이 "한국검찰, 최태민 부녀관련 집요하게 물어"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주요 외신에서도 대서특필되고 있다. 외신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주말 촛불집회 등 국민들의 격앙된 반응 그리고 향후 한국사회와 주변국에 미칠 영향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외신전문번역 언론매체인 뉴스프로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과 프랑스 르몽드, 일본의 산케이 등에 보도된 최순실 게이트를 번역해 보도했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순실 스캔들이 커지며 한국 대통령직이 붕괴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한국 대통령은 비밀 참모, 정실 인사, 부정 이득의 소문, 게다가 섹스 등 연속극에나 나옴직한 내용의 정치적 스캔들 속에 빠져 있다.

심지어는 한국판 라스푸틴과 '팔선녀'라 불리는 수상쩍은 모임도 나온다"면서 "한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으로서 한국을 산업적 강국으로 만든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는 파란만장한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말 사이 벌어진 대규모 집회에서 대통령 하야 요구가 분출했다고 소개한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의 하야로 충분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에서 물러나는 것과 공익을 우선하는 것"이라며 "많은 국민은 그녀 때문에 수치스럽다. 이제 그녀도 수치를 느껴야 할 때다"라는 조선일보 사설을 인용하면서 기사를 마감했다.

2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AP통신을 받아 주말사이 벌어진 대규모 규탄 집회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시위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거세게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몇 주간의 언론보도로 시작된 이 사건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렸으며, 소수 야당인 정의당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요구를 자제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비서진 개편 결정이 너무 가볍고 너무 늦었다고 말하며 내각 개편을 포함한 더 강한 개혁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신중모드는 차기 대선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과 최태민, 최순실 관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기사를 통해 "2007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에서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은 최태민이 '인격형성기의 시절에 박근혜의 육체와 영혼을 온전히 지배했고 그 결과로 그의 자식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소문을 보고했다"면서 "그런 소문 중 하나는 결혼한 적이 없는 박근혜가 최태민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소문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인들이 이번 스캔들에서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스캔들의 주인공 최순실이 박 대통령과 매우 좋지 않은 소문을 뿌렸던 어떤 종교계 인물의 딸이라는 사실이며 그 인물 최태민은 한국에서 라스푸틴으로 자주 일컬어졌으며, 이제 논객들은 최태민의 딸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르몽드 역시 '한국, 최순실 게이트가 청와대를 패닉에 빠뜨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쇼크 상태의 한국인들이 박근혜 탄핵절차를 밟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르몽드 역시 최태민과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소문과 그의 딸 최순실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일본 산케이는 세월호 당시 7시간에 대한 의혹 기사로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적이 있는 카토 타츠야 전 서울지국장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를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목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기자에게 검사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 중의 하나가 최태민, 순실 부녀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최대의 약점이라는 것을 곧바로 눈치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은 외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면서 "남을 믿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며 성장한 박 대통령에게 최 씨 부녀는 특별한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사과성명에서 밝힌 '어려울 때 도와줬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그는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이 2대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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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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