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의혹 도대체 어디까지

연루된 정부기관 수십여곳 … 대기업·금융권까지 번져

2016-10-31 11:17:09 게재

유례 없는 국정농단사건인 최순실 게이트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국정을 맡고 있는 기관 중 현재까지 의혹이 제기된 곳만 해도 청와대·국무총리실 외에 문체·농림·교육·외교부는 물론 한국마사회, 한국국제협력단, 문화창조융합본부 등 굵직한 곳만 십여군데에 달하고 자잘한 곳까지 합치면 수십 군데다. 민간측에서도 최순실·차은택·고영태·장시호(최순실 조카) 등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들이 설립한 각종 회사 외에 대한승마협회·이화여대는 물론 삼성 등 대기업들도 의혹의 축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KEB하나은행 등 금융권까지 의혹에 연루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 최순실 일가 및 일당의 손이 뻗치지 않은 곳이 있나 싶을 정도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씨가 30일 오전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발 브리티시에어웨즈 BA 017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씨가 30일 전격 귀국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는 최순실 의혹을 정리해 본다.

문어발 국정농단 … 대한민국을 '놀이터' 삼았다 =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 의혹은 무엇보다도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이다.

JTBC에서 공개한 최순실 것으로 보여지는 태블릿PC에서 나온 200개의 파일에서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말씀자료, 회의자료, 취임식 행사자료 등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는 한일관계는 물론 대북정책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일일이 개입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의 각종 사업도 주도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의 전반적인 틀을 최순실이 짰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TV조선이 공개한 '대한민국 창조문화 융성과 실행계획안'에선 최씨 필체와 유사한 손글씨가 발견됐고 이 문건에 적힌 1700억원 규모의 12개 사업은 집행됐거나 진행중이다.

각종 인사개입 의혹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최씨의 태블릿PC에는 각종 정부직에 추천하는 인사들의 리스트가 들어 있었다. 최씨 일당이 가장 깊숙이 개입했던 문체부에서는 최씨 일당 때문에 수혜를 입거나 수모를 겪은 경우가 특히 많았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출전한 승마대회 관련한 조사를 진행한 문체부 국장과 과장은 심기를 맞추지 못한 죄로 퇴출당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와 함께 비선모임 멤버로 알려진 차은택과 가까운 인사들은 문체부 장관부터 산하기관장까지 꿰찬 바 있다.


국가권력 이용해 사리사욕 채웠나 = 또 하나의 축은 박 대통령을 손아귀에 쥐고 주물럭거린 최씨 일가가 대통령과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며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다.

가장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최순실과 그의 측근들이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 재단이다. 초고속으로 설립된 두 재단에는 대기업이 출연한 800억원이 흘러들어갔는데 이 돈을 모으는 과정에 청와대 수석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 등은 자신들이 별도로 세운 더블루케이 등의 법인을 통해 이 돈을 빼돌리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그 외에도 문화융성 사업 관련해 정부가 발주한 각종 사업들은 최씨와 차씨가 설립한 회사들이 싹쓸이한 정황도 발견됐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도 빠질 수 없다. 이대는 최씨 딸을 잘 '모신' 대가로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를 지원받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정유라의 승마 관련 특혜의혹에는 한국마사회와 삼성 등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삼성은 정씨에게 10억원짜리 명마는 물론 모나미를 통해 승마연습장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고, 한국마사회는 코치를 보내 정씨를 해외교습 시켰다는 의혹은 물론 현명관 마사회장이 전경련과 최씨 일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권으로도 번졌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씨가 지난해 12월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점에서 평창땅을 담보로 신용장을 받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외화를 대출받는 과정에서 특혜가 작용한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절차는 법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절차로 개인에게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어디까지 번질까 … 돌고 돌았지만 핵심은 박근혜 = 종횡무진 번지는 속도 때문에 따라가기도 숨가쁜 최순실 의혹은 어디까지 번질까. 결국 핵심은 박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그동안 가까웠던 사람들 중 아직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인물들에게로 확산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그런 점에서 최순실과 가까웠던 여성들의 모임을 일컫는 '팔선녀' 의혹은 언제고 터질 수 있는 폭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시중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아내는 물론 주요 대기업 회장들까지 망라한 명단이 유포되고 있다.

2014년 4월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정유라를 목소리 높여 옹호한 후 바로 장관으로 픽업된 김희정 여가부 장관에 대한 의혹제기를 응용해 본다면 그동안 이른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꾸준히 기용됐던 '박근혜의 남자·여자들'로도 확산될 개연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심의 눈길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간 전반으로 확산돼 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 국정운영 기간 동안 미심쩍다고 느껴졌던 통치행위에도 모두 최씨가 연루돼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는 물론 세월호 사태 당시 대응에서 최순실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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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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