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통령 버리고 당 살자는 뜻?

2016-10-31 11:07:14 게재

여 '거국내각' 카드 제시

정치적 득실 평가땐 역풍

새누리당이 정국 수습방안으로 거국 중립내각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야가 합의해 총리를 추천하고 내각구성의 전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사실상 '연립정부'에 준하는 정부운영의 형태로 여권이 제안한 것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민심이반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대통령을 버리고 당을 지키는' 정치적 선택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제86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임명된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갖지만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권한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제한된 권한이다.

헌법상의 총리권한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의미는 곧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권한 약화를 의미한다. 헌법상 총리권한 자체가 역린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

문민정부에서 총리직에 오른 이회창 전 총리는 이 권한을 행사 하려다 YS와 충돌한 반면, 참여정부에서 이해찬 전 총리는 대통령의 지원덕에 총리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기한 거국내각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여야가 총리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총리가 내각구성의 전권을 갖는 방법이다. 내각구성에서도 여야의 입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갖는 국무위원 임명 권한을 국회가 갖겠다는 선언과 다름아니다. 대통령은 내치에서 손을 떼고 주요 정책결정 과정은 국회가 전담하는 구조여서 기존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셈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여권이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할 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측면이 눈길을 끈다. 정국혼란의 책임을 청와대와 대통령이 지는 대신 당은 내각구성에 참여해 국정운영의 주체로 남는 정치적 타개책을 찾았다는 평가다. 민주당 등 야당이 여권의 거국내각 제안을 '정치적 꼼수'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이같은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국내각을 이끌 총리의 존재 자체도 향후 1년 남짓 남은 대선경쟁의 돌발변수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정국 수습 정도에 따라 여론의 주목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요소가 다분해 자연스럽게 개헌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

물론 거국내각 구성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성난 민심의 수습책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청와대의 거수기 부대라는 오명을 쓴 여당이나 대안부재를 지적 받은 야권이 정국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이 타개책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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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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