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장관, 최순실이 발탁했나

2016-10-31 11:17:24 게재

aT사장때 최순실사업 지원 의혹

해임건의안 국회통과에도 '건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최순실 불똥이 튀었다. 미르재단이 참여한 에꼴 페랑디 사업에 김 장관이 사장으로 재직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연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김한정(민주당·경기 남양주을) 의원은 "aT가 2년 이상 에꼴 페랑디에 공을 들였는데 설립한지 한 달 밖에 안 된 미르재단이 에꼴페랑디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당시 사장이었던 김재수 장관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정부사업을 일개 민간재단에게 넘긴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aT가 에꼴 페랑디에 공을 들인 것은 김현권(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이 입수한 aT 내부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aT는 2013년 11월 19일 처음으로 페랑디와 협력해 '공동 수출농식품 홍보사업'을 파리 페랑디 교내에서 개최했다. 5000만원을 투입해 한식코스 체험, 한국식품전시 등을 했다. aT는 '페랑디에 한식과정 개설 협의안 검토'를 사업성과로 꼽았다.

2014년에는 사업목표로 '프랑스 국립요리학교 내 최초 한국요리 수업과정 채택'을 제시했다. 에꼴 페랑디는 국립은 아니지만 파리-수도권 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명문 요리학교다. 이 해 행사도 5000만원을 투입했다. 2015년에는 사업을 더욱 확대했다. aT는 사업계획에서 '지난해 처음 실시한 페랑디 내 한국요리 강좌의 지속적인 운영으로 정규과정 채택 추진'을 기대효과로 제시했다. 2014년 실적으로는 '페랑디 최초 한국요리 강좌 실시'를 내세웠다. 김 의원은 "페랑디에 한식수업을 개설하는 것이 주된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에꼴 페랑디에 한식수업 개설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곳은 aT가 아니라 미르재단이다. 2015년 10월 설립된 미르재단은 한달 뒤 페랑디와 한식수업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고, 올해 4월 25일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합의각서는 △프랑스 에꼴 페랑디 3년 교육 과정에 한식 정규 커리큘럼 도입 △한국에 프랑스식과 한식교육과정을 융합한 요리전문학교 페랑디-미르 설립 등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aT가 3년 동안 해온 페랑디 한식수업 개설 관련 사업이 미르재단 등장과 함께 종료됐고, 미르재단은 설립 한 달만에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며 "결정적 순간에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오영훈(민주당·제주 제주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미르재단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 이후 지난 8월까지 출연금과 이자로 48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지출은 18억9800만원이다. 이 중 34.9%에 이르는 6억6200만원을 에꼴 페랑디 관련 사업에 썼다.

한편, 농식품부와 aT는 올해부터 한식세계화 사업을 한식재단으로 일원화해 aT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T를 대신한 곳은 한식재단이 아니라 미르재단이었다.

결국 김 장관이 aT사장 시절 미르재단사업에 적극 협력해 장관으로 발탁된 것은 아닌지, 또 해임건의안을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무시한 배경에도 최순실씨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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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장병호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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