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여론비등한데 일단 '몸조심'

2016-10-27 11:07:52 게재

대학가 등 퇴진주장 확산

야당, "헌정 중단 안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자 여야가 여론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일 터지는 의혹에도 방패막이에 급급했던 새누리당은 야당이 요구한 '특검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분주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탄핵이나 하야 요구 등 '대통령 책임론' 확산과 관련해선 '파국은 피해야 한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섣불리 나서다간 역풍을 맞는다는 공감대가 짙게 깔려있다.

새누리리당은 26일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요구한 특검요구를 만장일치로 수용했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도 요구했다.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여론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용하고 당장의 파국을 피하자는 포석이 깔려 있다.

야당은 국민여론 수용을 내세우면서도 수위 조절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당내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주장에 대해 '자중하라'며 내부단속에 나섰다. 민주당은 26일 긴급의총에서 특검 추진과 청와대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내 대선주자들이 제기한 대통령 탈당과 거국내각 구성 등에 대해서도 '개인적 차원의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자칫 '헌정중단'세력으로 몰려 역풍에 휘말린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2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국민들은 말도 안되는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국민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할 것을 야당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책임규명과 국정안정의 균형을 잘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 한편,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안보불안을 해소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분노 수위가 진상 규명 이상을 넘는다는 것을 알지만 정국운영 주체에 걸맞는 수용태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원욱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퇴진이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분노는 당연하지만 정치권이 헌정중단이나 정국불안을 자초해선 안된다"면서 "최순실 특검과는 별도로 '비상경제최고위'를 열어 부동산·가계부채·일자리 등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당의 입장과 대안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즉자적 대응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국민 분노가 정치권보다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수 국민은 헌정 중단사태를 바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특검 설치에 대해 실효성을 들어 반대입장을 내놨다. 그는 "특검 형식과 수사대상 한계로 몸통은 못 잡고 깃털만 수사하는 식으로 세월만 보내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검찰수사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 설치를 놓고 야권내 갈등을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치권의 이같은 태도가 적절한 대응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야권이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유지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이 당론으로 결정한 특검설치와 청와대 인적쇄신 등이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기엔 너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특검이 소모적 논란으로 흐르거나 상처 들춰내기 식으로 진행되면 정치권 모두에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면서 "여야가 거국내각 구성을 함께 논의해 무너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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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이재걸 이제형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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