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하라' 여론에 침묵으로 뭉개는 전경련

2016-10-27 11:22:35 게재

정계·학계·시민단체 "존재이유 없다"

'정치·사회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해

압수수색 수모 "허창수 회장 뭐하나"

여·야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의 해체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이 일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6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 옆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지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기자들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같은 시각 검찰은 전경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6일 12개 지자체와 '2016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건립 MOU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전경련 제공

30대그룹 고위 임원은 "허창수 회장이 서둘러 입장을 정하고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우선 내부 감사를 벌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데도 회장이 손놓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사무국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쇄신이든 혁신이든 현 상황에서 내놓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전경련의 활동방향에 대한 쇄신 또는 혁신안 발표가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의원 73명은 전경련 자진 해체촉구 결의안을 17일 발의했다. 전경련은 임의 민간단체다. 국회가 민간경제단체에 대한 해체촉구 결의안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심 대표 등은 발의 취지에 대해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과정에서 정경유착이 되살아났다"며 "민주적 시장경제 확립과 재벌체제 일대혁신을 위해 전경련의 자진해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결의안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정의당 6명과 더민주 55명, 국민의당 9명, 무소속 3명,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함께 했다. 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심의와 의결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경제·경영학자 등 학계 전문가 312명은 19일 경실련 강당에서 전경련 해체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전경련이 재벌기업들의 경제력과 사회적 경제력을 이용한 노골적인 정치개입 행위를 중단하고 조직을 해체하기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전경련이 정경유착을 넘어 노골적인 정치개입으로 이념대결과 국론분열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정치·사회적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거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 수긍하지만 저성장극복과 경제민주화라는 시대 요구를 전경련이 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 사례가 이번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이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정경유착으로 탄생했고 정부가 재계를 통제하는데 이용됐다"며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 첫 단추는 전경련 해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이해를 반영할 단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체보다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30대그룹 고위 임원은 "전경련이 기업의 문제를 다루기보다 정부 업무를 처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회원들이 나서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4대그룹 관계자도 "문제가 있다고 없애는 것이 정답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인적쇄신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26일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한화그룹 회장이나 부회장에게 '전경련 탈퇴 의향'에 대해 공개질의를 했다.

"부실한 공문 받고 재단 출연금 냈다" =내일신문이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79개 기업을 대상으로 출연하게 된 배경과 과정 절차 등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기업들은 전경련이 추진하는 일이어서 기부하게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재단 설립 취지나 활동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0대그룹 관계자는 "재단에서 액수 없이 공문이 왔다"며 "출범을 하니 많은 관심 바란다는 내용밖에 없었고 사회공헌이라는 문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두 재단에 5억원 이상 출연했다. 양쪽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너무 떠 주목받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냈다"며 "사회공헌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조사에 답한 기업들은 '청와대 지시'에 대해 '모른다' 또는 '아니다'고 답했다.

27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2월 29일 처음으로 SK를 찾아가 80억원 투자 유치를 설명하고 며칠 뒤 안종범 수석한테서 전화가 왔다"며 "안 수석은 'SK와 얘기는 어떻게 됐냐'며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순실씨가 SK와 이야기가 다 됐으니 가서 사업 설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10억원 이상 출연한 23개 기업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출연 취지와 결정 절차 등이 적정했는지 질의했다.

[관련기사]
- "내가 찍은 대통령이 이렇게 배신할 줄 몰랐어요"
- 청와대 "거국중립내각 검토 안한다"
- 검, 여야 특검합의에 급히 '특수본' 구성
- '최순실 특검' 시작도 전에 난항 우려
- 야당, 여론비등한데 일단 '몸조심'
- 6월항쟁 겪은 50대가 나섰다
- 박 대통령 1단계 수습 '3+2'(3인방+우병우 안종범) 거취에 달렸다
- 대통령 '2명' 모셨나
- 최순실 "태블릿 제 것 아니다" 의혹 부인
- "야권 대선후보들, 정치행보 일시 중단해야"
- 새누리 지도부 '일단 버티기'
- "뭘 해도 최순실이 시킨 걸로 보여"
- "최순실PC 주인 김한수 행정관"
- "김 종 차관이 정유라 의혹 적극 비호"
- 최순실 강제소환, 정권 의지가 중요
- 최순실 덮으려 '북풍카드' 꺼내나
- 코이카 이사장 선임에 '최순실 그림자'
- 국제농업협력·이란K타워 예산 '흔들'
범현주 기자 · 산업팀 종합 hjbeom@naeil.com
범현주 기자 기사 더보기